미국은 천천히 변화하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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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봇 호수로 들어가는 옆문이 있다.

실은 이 길은 산불 발생 때 소방차가 들어가기 위해 만들어놓은 비상 소방도로다.

처음에는 자동차가 들어가는 넓은 철망 비상 게이트뿐이었다.

말 그대로 비상 게이트이니까 자물쇠로 잠가 놓았다.

문제는 사람들이 멀리 공원 정문까지 걸어가기 싫어서 비상 게이트가 조금 열려있는 틈새로

드나들었다. 나부터도 멀리 정문까지 갈 필요 없이 그냥 게이트 틈새로 들어갔다.

50여 년간 사람들이 비집고 통행하기를 계속하자 공원 측에서 게이트 옆에다가

아예 사람이 드나드는 출입문을 만들어 주었다.

 

문제는 철망 게이트 주변 동네 주민들이 항의해 왔다.

출입문이 생기면서 낯선 차들과 사람들이 드나들어서 시끄럽단다.

외지인들의 주차를 감당할 수 없다면서 예전처럼 게이트를 봉쇄해달라고 진정을 넣었다.

공원 측은 주민들의 고충을 고려해서 사람이 드나드는 작은 출입문을 잠가 버렸다.

아예 봉쇄해 버린 것이다. 있으나 마나 한 출입문이 되고 말았다.

출입문을 봉쇄해 버린 지 20년이 흘렀다.

 

어느 날 게이트 틈새로 나오다가 사람 드나드는 출입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 그만 놀랐다.

이제 동네 주민들의 반대 열의도 식은 모양이다.

공원 측에서는 다시 작은 출입문을 슬며시 열어놓고 주민들의 반응을 살폈다.

주민들도 더는 항의하지 않았다.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그냥 지켜보고만 있다.

드디어 사람 드나드는 작은 출입문을 만든 지 20년 만에 출입문이 제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주민들의 갈등과 시민들의 편의를 해결해 주는데 20여 년이라는 긴 세월이 소요됐다.

충돌 없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작은 출입문 문제 하나 해결하는데도 20년이 걸렸다.

 

우리도 다 안다. 시간이 약이라는 것을.

하지만 우리 민족은 길게 참지 못한다.

이것이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카스트로 배리 시가 아니다. 독립 지역이다.

독립 지역은 주민 수가 부족해서 시로 승격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주민들이 이웃 시에

편입되는 것을 원치 않는 관계로 이웃 시로부터 치안과 소방을 지원받는 거로

유지하는 자체 지역인 것이다.

 

카스트로 밸리는 옛날부터 사람이 살던 지역이어서 100년 전 도로 그대로이다.

도로에 인도교가 없다. 앞으로 인도교를 건설해야 하는데 백 년을 내다보고 실행 중이다.

옛날부터 살던 집은 그대로 놔두고 새로 짓는 집 앞 도로에 인도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조례를 만들었다.

앞으로 짓는 집들은 집 앞 도로에 인도교를 만들어야 건축허가를 내준다.

기존 헌 집들이 새집으로 다 바뀌자면 백 년이 넘게 걸릴 것이다.

100년이 지나면 도로에 인도교가 생겨난다.

주민들과 마찰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오로지 시간밖에 없다.

세월이 지나면 모든 문제는 평화롭게 해결된다.

 

미국인들의 천천히 해결하는 방식은 모두 영국 방식을 그대로 도입한 것이다.

 

엊그제는 50년 전에 살던 집을 찾아가 보았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이 옛날 그대로 남아있다.

미국은 아주 천천히 변화해 가는 나라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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