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킹 미터(parking m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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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백석동에서 일산로는 6차선 대로다.

일산로에서 장백로로 꺽어들면 장백로는 2차선 좁은 길이다.

길가에 중형 식품점도 있고 약국에 음식점들이 있다.

장백로 양편으로 길을 따라가면서 주차하게 되어있다.

운동길에 늘 지나다니면서 주차 관리하는 할아버지를 본다.

 

할아버지는 인도교에 의자를 내다 놓고 앉아서 누가 주차하나 살피고 있다.

누구라도 길가에 차를 대면 쫓아가서 주차한 시간을 적는다.

아주 단순하고 지루한 일이 돼서 노인이 아니면 근무하기에 어려울 것 같다.

이런 걸 근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알 수는 없으나

아무튼 매우 원시적이다. 3국이나 중국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풍경이다.

할아버지는 16개 주차 공간을 관리한다고 했다.

 

오늘은 작심하고 할아버지 옆 의자에 앉아서 주차 요금 징수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물어보았다.

주차 요금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징수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무료다.

30분에 900원씩이다.

저녁 식사하러 식당에 들어가면 한 시간 내지 한 시간 반이 걸리니까 1,800원에서

2,700원 정도의 주차비가 나온다.

할아버지는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쉬는 시간도 없이 근무한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쉬는 시간도 없이 하루에 12시간을 일하는 셈이지만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온종일 쉬는 건데 뭐가 힘드냐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중노동도 이런 중노동이 없다.

한 시간 근무하면 15분은 쉬어야 하는데 쉬는 시간 없이 계속 근무하면

사람이 견디다 못해 죽고 만다.

 

나는 할아버지가 고양시에 소속된 일꾼인 줄 알았다.

주차 요금 징수도 고양시에서 하는 줄 알았다.

알고 봤더니 그게 아니라 개인사업이란다.

매년 고양시에서 사업자 입찰을 통해서 주차 요금 징수권을 개인에게 넘기는 식이다.

개인 사업자는 입찰로 사업권을 따낸 다음 영업해서 이익을 내야 한다.

당연히 가장 저렴한 노임으로 고용할 수 있는 인력은 노인이다.

 

이러한 후진적 고용 시스템은 비리의 요람이라 할 수 있다.

입찰에서 낙찰받으려면 공무원과 유착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것은 우리나라 정치에서

늘 보았기 때문에 신물이 날 정도다.

시는 시대로 골치 썩이지 않고 개인 사업자에게 떠넘기니 거저먹는 거다.

안일한 행정으로 손해 보는 건 세금 내는 시민들이다.

선진국에서는 비리의 소지가 큰 이런 사업을 개인에게 넘기지도 않고 IT 기술로

간단하게 해결하면서 젊은이의 직업 창출에도 기여한다.

 

길가 주차 공간, 자동차 10대 정도 대는 거리에 주차 기계(parking meter)를 하나

세워놓는다.

주차하는 사람은 크레딧 카드를 미터기에 넣고 원하는 주차 시간을 입력하면 전표가

흘러나온다. 전표를 자동차 대시 볼에 얹어놓고 가면 된다.

작은 삼륜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주차요원이 각 자동차 대시 볼 위에 있는 전표를

보고 주차 시간이 넘었는지 확인하고 간다.

이 시스템은 과학적이어서 비리가 생겨날 틈이 없다.

고용 역시 젊은이들이 해야 하는 일들이고 요금 징수도 월등 많이 늘어난다.

이렇게 훌륭한 시스템을 IT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에서 왜 실행하지 않을까?

그나마 어렵게 얻을 수 있는 노인 직업을 빼앗긴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이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도입하면 적어도 젊은이 직업이 수천 개는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공무원들의 안일한 생각 때문에 실행이 안 되고 있을 것이다.

공무원으로서는 조용히 지내다가 무사히 넘기면 될 것을 괜히 쓸데없이 일을 끄집어내어

골치 썩일 일이 있나?

지도자는 공무원들이 분발하는 인센티브(incentive)를 만들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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