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천만명이 깨졌다.

wedding 065

점심을 먹다가 이종사촌 누님이 말했다.

숙희 딸이 그렇게 못생겼니?”

숙희는 첫째 이모의 딸이다. 숙희라고 이름을 부르니까 나이 어린 여동생처럼 들리지만

실은 칠십이 넘은 할머니다.

누님은 구십이 넘었고 나는 내일모레면 팔십이다. 우리끼리는 어릴 때 부르던 대로 그냥 편하게

이름을 부른다.

못생기긴 왜 못생겨요? 마르고 키도 크고 얼굴은 보통이야. 지난번 경순이

결혼식 때 못 봤어요?”

난 못 봤어. 그런데 왜 시집을 못가? 고등학교 선생이면 직장도 좋은데.”

걔가 명문대 영문과를 나왔다지요? 취직하고 우리 집에 들렀을 때 처음

봤는데 얼굴에 제 엄마 모습이 묻어있더라고요.”

고등학교 선생이라면서 마흔두 살이나 먹도록 왜 시집을 못 가느냐

말이다?”

걔 바로 밑에 남동생도 장가 못 가고 있다나 봐요.”

하긴, 영애 아들도 마흔두 살인데 아직 여자가 없어. 한 번도 여자를

사귀어 본 일이 없대. 그렇게 주변머리 없는 애도 처음 봐. 직장도 SK 좋은데 다니고

집도 있는데 장가를 못 가니 무슨 소용이 있어. 여자하고는 말도 못 한다니! 원 세상에…….”

영애는 칠십이 넘은 누님의 큰 딸이다.

제 엄마는 여자가 아닌가? 엄마하고는 어떻게 잘 떠든대요?”

제 엄마는 남자로 보이나 보지. 하하하…….”

우리는 손주 얘들이 사십 넘도록 혼인 못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혼기 넘은 애들을 보면 걱정이 앞서는 게 우리 나이다.

엊그제는 친구 딸이 결혼했다. 친구는 사십 넘은 딸이 결혼한다니까 좋아서

싱글벙글 입이 딱 벌어졌다.

신이 나서 만날 때마다 웃는 게 정말 좋기는 좋은 모양이다.

딸이라고 가임 나이가 넘었으니 결혼했다고 해도 자녀를 갖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름하여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s)이다.

육아와 관련한 경제적 부담 때문에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주장이 딩크.

나처럼 내 자녀의 독립 시기도 늦어질 수 있는데 40대에 아이를 낳아

70대까지 경제활동 할 자신이 없다는 그럴듯한 이론을 내세우는 족이다.

 

사십 넘도록 시집 못 간 애가 숙희 딸만은 아니다.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내 주변에만도 다섯 손가락을 꼽고도 남는다.

결혼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안 했는지 분명하지는 않으나 아직 싱글로 살면서

준비는 다 됐다고 한다. 사람만 있으면 된단다.

결혼이라는 걸 심각하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간단히 해결될 수도 있다.

심각하게 생각했다고 해서 문제없이 잘 사는 것도 아니고,

단순하게 생각했다고 해서 못 사는 것도 아니다.

 

작금에 딩크족이다, 비혼이다, 인구감소다, 하는 문제가 사회적 이슈다.

노인으로서 이 맛 저 맛 다 맛보고 살아봐서 아는 건데 혼자 벌어서 혼자

쓰면서 살면 행복할 것 같지만, 아니면 둘이 벌어서 더 많이 쓰면서 살면 더

행복할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맛있는 음식도 즐거운 일도 많이 먹거나 오래 하면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모든 건 순리라는 게 있어서 순리대로 가는 게 정석이다.

봄을 길게 연장하려고 해도 여름으로 가는 걸 막을 수 없고 여름이 가을로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다. 흔히들 말하기를 인생은 한 번뿐이라고 한다.

한 번뿐인 인생을 실험으로 살 수는 없다.

 

내가 늙어봐서 아는 건데 노년에 남는 건 자식뿐이다. 친구다, 친척이다,

이웃이다, 동료다, 하지만 결국 남는 건 미우나 고우나 자식뿐이다.

돈이 많다, 지구를 두 바퀴 돌만큼 여행했다, 존귀한 대우를 받으면서 살았다,

맛있는 거 실컷 먹었다 하더라도 다 부질없는 것이다.

스님이나 신부님은 자식까지도 짐이라고 하지만, 소시민으로 사는 한 적당한 짐을 등에 지고 가야

홍수가 나도 휩쓸리지 않는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따져볼 것도 없이 자연의 이치대로 사는 삶이 옳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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