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싸구려만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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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 어딜 가나 메이든 차이나 뿐이다.

이 나라 저 나라 여행 다녀봐도 파는 물건은 대부분 중국산이다.

 

미국에는 ‘99센트 스토아가 있다. 마치 한국의 다이소 같은 가게다.

거의 다가 중국산 제품으로 가격은 일률적으로 99센트이다.

99센트이면 한국 돈으로 1,200원 정도다.

만물상처럼 별의별 물건이 다 있는데 심지어 식료품도 판다.

토마토, 아바카도, 양상추, 양파, 우유 등 원만한 식료품은 거의 다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이 고도성장으로 달음질칠 때 저소득층들은 소외감을 느꼈다.

이때 등장한 게 ‘99센트 스토아.

‘99센트 스토아는 저소득층 가정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돈도 안 되는 싸구려 물건을 만들어서 저소득층에게 싸게 판다는 것은 미국의 경제 상황에서

볼 때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이와 같은 난제를 공산주의 국가 중국이라는 나라가 혜성처럼 나타나 해결해 주었다.

태평양 건너 멀리 있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독성 연기를 뿜어대는 1차산업을 도맡아서

생산하고 상상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

미국 정부는 저소득층에 물건을 싸게 공급할 수 있어서 좋고 저소득층은 버는 돈도 적은데

수입에 알맞게 싼 물건이 많아서 좋고 불평불만 없는 상생의 관계였다.

부자와 가난한 자가 상생하는 길을 중국이 만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모든 물건 가격이 올라가는 데 99센트 스토아라고 해서

다를 게 있겠나.

드디어 99센트 스토아도 물건 가격을 올렸다.

99센트짜리 물건 가격이 1달러 29센트로 올랐다.

거기에다가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면서 중국산 물건의 수입도 더뎌졌다.

당연히 99센트 스토아의 물건도 줄어들고 가격은 가격대로 오르는 수난의 연속이다.

 

나는 99센트 스토아 단골손님이다.

지금 세상에 중국산 물건 빼놓으면 살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용품을 예로 들면 오피스디포에서 사면 물건이 좋기는 해도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학용품을 99센트 스토아에서 사면 가격은 저렴하지만 물건 질이 떨어진다.

하지만 중국산 물건들이 그러하듯이 못 쓸 정도는 아니다.

설혹 물건을 샀다가 정 못 쓰겠으면 버려도 아깝지 않은 가격대다.

지금은 물건을 사면서 장만한다는 개념은 사라지고 없다.

쓰다가 버리고 또 산다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구태여 비싸게 주고 살 필요가 있을까?

물건 질이 나쁘더라도 잠시 쓰다가 버리고 또 사면 될 것이다.

내가 중국산을 애용하는 이유이다.

 

딸은 내게 말한다. “아빠는 싸구려만 좋아해

맞다. 나는 물건을 싸게 사면 행복하다.

6.25 심성이 있어서 그런지 무엇이든 아끼려는 마음이 앞선다.

‘6.25 심성이란 돈 없으면 굶어 죽는다는 마음가짐이다.

99센트 스토아에서 쇼핑하면 부담감 없이 마음이 편하고 느긋한 걸 어떻게 하랴.

실제로 돈 잘 버는 것과 가난한 마음은 별개의 것 같다.

살면서 마음이 가난한 징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99센트 스토아를 단골로 삼고 드나드는 버릇이 가장 큰 징후다.

약으로도 고칠 수 없는 질병, 싸구려만 좋아하는 질병. 죽어도 못 고치는 질병.

참 이상한 질병을 끼고 사는 팔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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