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프로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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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좀 치사한 이야기인데, 현실이 그런 걸 어쩌란 말인가.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미국 지상파 방송인 ABC가 시작한 어르신 대상 연애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황금 독신남(The Golden Bachelor, 골든 배철러)’ 프로그램에 등장인물들이 예상과는 달리

젊어진 독신남들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방송은 2002년 시작한 연애 리얼리티 쇼의 원조 독신남(The Bachelor)’의 어르신

버전이다.

독신남 한 명을 두고 여러 여성이 경쟁하고 마지막에 한 명이 선택된다는 형식으로,

원래는 20~30대들이 출연했었다.

 

황금 독신남은 출연진을 어르신으로 바꿨다.

아내와 사별(死別)72세 게리 터너가 독신남이다.

60~70대 여성들이 그를 두고 경쟁한다.

나날이 시청자를 빼앗기는 지상파 방송이, 그래도 여전히 실시간 방송을 많이 보는

고령층을 잡기 위해 내놓은 승부수다.

 

방송이 공개된 후 시청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독신남 터너와 여성 지원자들의 외모가 너무 젊어 보였기 때문이다.

독신남 3만 명 가까운 지원자 중 선발된 72세 터너는 보청기를 착용했다.

먼저 세상을 뜬 아내를 그리며 눈물을 글썽이지만, 옷 잘 차려입는 할아버지다.

평소 골프를 즐기는 구릿빛 피부와 건장한 체구를 자랑할만한 독신이다.

 

여성 출연자들도 날씬한 몸매와 과감한 패션으로 나이를 지운 모습이다.

댄서이자 전 에어로빅 챔피언이라는 64세 레슬리는 자료 화면에서 격렬한 춤을 추며 활력을 뽐낸다.

다른 출연자들도 노출이 심한 금빛 드레스를 입고 초면부터 얼굴을 들이대며 유혹하거나,

짧은 드레스 차림으로 날씬한 몸매를 과시한다.

터너의 짝이 되기 위해 경쟁하는 60~70대 여성 출연자들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22:1

구멍을 뚫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80세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77세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쟁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요즘 여든 살은 새로운 마흔 살(80 is the new 40)’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의료 기술 발달과 생활 습관 개선으로 60~70대를 넘어 80대에도 활력 넘치는 삶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이 같은 어르신 청춘풍조가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연스럽게 나이 든 노년의 모습을 뭔가 잘못된 현상으로 여기게 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황금 독신남이 나를 겁나게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노화가 자연스럽고 좋은 변화라고 보여주는 대신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극도로 열심히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을 그려 보기 불편하다라고 평했다.

 

뉴욕타임스의 지적이 과연 옳은가?

충실하게 살면서 열심히 운동하고 건강하게 살면서 노화를 이겨내는 사람들에게

아니면 암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죽어야지 열심히 치료해서

더 살아 보겠다는 모습을 보는 게 불편하다라고 하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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