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는 맨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블로그비망록1623]
부럼깨물기를 하고 아침밥을 먹고 나서는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서 설에 입었던 새 옷을 꺼내입고는 큰 소쿠리를 들고 집집 마다 다니며 밥을 한 숟가락씩 얻어서 방앗간에다 가져다 놓고 달이 뜨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는 맨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내 더위 사세요” 하면서 더위팔기도 했다.
남자 아이들이 짚불놀이를 한다고 짚단을 들고 강변쪽으로 달려 갈 때 여자 아이들은 방앗간 (각 가정에 있던 디딜방아)에 모여 방아 다리에 걸터 앉아 떠오르는 달을 쳐다보며 낮에 얻어 둔 밥 한숟갈 먹고 달 한번 쳐다보고, 그리고는 따라 온 강아지들에게도 주곤 했었다.
그때는 개들에게는 보름날 달 뜨기전에는 밥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개 보름 쐬듯”이다.
하루종일 굶었다가 달 뜰 무렵 우리들이 던져주는 밥을 얻어 먹을 때 얼마나 맛있었을까? 강아지들도 뛰고, 우리도 뛰고…….
정월 대보름의 밤은 그렇게 깊어 갔었지.
데레사님의 ‘내 어릴적 대보름날에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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