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WP_Widget에서 호출한 생성자 함수는 4.3.0 버전부터 폐지예정입니다. 대신
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쿨한 암환자를 다룬 영화 ’50/50′ - 나는 암이 고맙다
쿨한 암환자를 다룬 영화 ’50/50′

몇일 전 <50/50>이라는 미국영화를 봤습니다. 조만간 국내에도 개봉될 예정인데, 영화 수입에 관계한 분이 미리 한 번 보고 느낌을 알려달라고 해서 단독 시사회를 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27세의 애덤(조셉 고든레빗)입니다. 그리고 그의 친구 카일(세스 로건)과 의사, 심리치료사, 여자친구, 어머니와 치매에 걸린 아버지, 병원에서 치료 중 만나는 암환자가 등장합니다.

암환자가 주인공이지만 분위기가 심각하지만은 않습니다. 고통스러운 투병 과정, 죽음 같은 예상되는 스토리가 전개되지는 않습니다. 시각에 따라서 로맨틱 코미디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5050.jpg

제목 <50/50><치료될 확률/치료에 실패할 확률>입니다. 다시 말하면 애덤은암에서 치료될 확률이 50%라는 뜻입니다. 척추에 암세포가 있는데, 병명은외우지 못했습니다. 의사는 당장 수술은 못하고 항암치료를 통해 암 크기를 줄이자고 제의합니다.

애덤은 항암치료와 함께 심리치료를 받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자 친구는 다른 남자와 어느전시회에서 키스하다가 애덤의 친구 카일에게 들킨 것을 계기로 떠납니다. 카일은 애덤이 암으로 인해 고통받지 않도록 평소와 똑 같은 생활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나이트 클럽에도 데려가고 섹스도 권합니다. 두 사람은 마리화나도 피웁니다.

떠난 여자친구 대신 심리치료사가 애덤의 애인이 됩니다. 뻔한 스토리지만, 영화를 심각하게 몰고 가지 않는데 필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애덤은 병원에서 항암치료 중만나 친하게 된 노인 중 한 사람이 어느 날 사망하면서 죽음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맞닥뜨리기도 합니다. 운전 면허증 조차 없는 그는 차를 몰고 역주행한 뒤 절규합니다. 그렇지만 더 이상 방황하거나 스스로 비참해 하지는 않습니다.

항암치료가 더 이상 듣지 않아 수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수술은 성공적입니다. 회복 과정에 들어가는 것으로 영화는 끝납니다. 약간 맥이 빠지는 결말입니다. 이 영화는 실재 있었던 일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합니다. 실재 인물은 완치돼 지금도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애덤 역할을 한 조셉 고든레빗이 연기를 참 잘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암환자의 감정을 아주 세심하게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표정만 봐도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와는 다른 미국인들의 사고 방식을 새삼 느꼈습니다. 암 통보를 받고 잠시 충격을 받지만,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생활 전체를 심각하게 몰고 가진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암 환자와 주변 인물들의 심리는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애덤에게 암 사실을 통보하는 의사가 가장 눈길을 끌었습니다. 환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모니터만 주시하며 녹음기에 대고 암 진단 사실을 통보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치료할지 알려주는 의사의 사무적인 태도. 환자의 심리 상태에는 아랑곳 않는 의사를 보면서, 참 인간미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는 치료 과정에서 벌어질 일을 걱정하는 애덤에게 전문가들이 있으니 걱정말라는 말 뿐입니다.

어찌 어찌하다가 결국 애덤과 헤어지는 여자친구에 대해선 밉다기보다는 이해하는 감정이 들었습니다. 본인의 문제만으로도 힘든데 암에 걸린 남자 친구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라 힘들어하는 여자친구, 뭔가 아들을 위해 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엄마. 암환자들의 주변 사람들의 심적 고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재미를원한다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영화지만, 암이 우리 생활 속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환자든 주변 사람이든 한 번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암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계기를 주니까요.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암을 치료하는 데 환자든 가족이든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는 점입니다. 그냥 병원에서 시키는대로 따라갈 뿐입니다. 운동을 하든, 규칙적인 생활을 하든, 음식을 좀 가려 먹든 능동적으로 암에 대처하는 모습은 영화 속에서 거의 볼 수 없습니다. 항암치료를 받고,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암 진단 이전과 똑같이 생활합니다.

암 발병을 계기로 삶 전체를 되돌아보고, 인간 관계를 살펴보고, 보다 질 높은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제 입장에서 보면 <50/50>은 꽤 중요한 한가지 요소를 빼먹은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강원도 삼척 출생. 강릉고 졸업 -서울대 외교학과 대학원 졸업. -1991년 조선일보 입사 -2012년 헬스조선 입사. 現 취재본부장 겸 헬스 편집장(이사)

2 Comments

  1. shlee

    2011년 11월 30일 at 7:57 오후

    엄마가 느끼는 감정은
    동서양이 비슷하다는 걸 느꼈어요.
    암걸린 아들을 뒷바라지 해 주고 싶어하는 심정..
    아빠가 치매걸린건 오히려 다행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하러 들어가기 전
    아빠를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는 아들…
    사랑받는 세포는 암을 이긴다던데요.
    우정과 애정과 부모님으로 부터의 사랑
    그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것~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모습 보기 좋았어요.
    ^^   

  2. 벤조

    2011년 12월 2일 at 12:24 오후

    저는 이 영화 아직 못 봤지만
    미국 암환자는 한국처럼 별나게(?) 굴지 않는 것 같아요.
    의사들도 표준화 된 매뉴얼대로 치료하고,
    검사 결과 판독해주고,
    좋으면 좋고, 나쁘면 나쁘고…
    뭐 특별히 이거 먹어라, 저거 해라, 그런 말 안 하더라구요.
    그건 환자가 다 알아서 하라는 뜻인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