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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故 장영희 교수, 김점선 화가, 그리고 이해인 수녀님 - 나는 암이 고맙다
故 장영희 교수, 김점선 화가, 그리고 이해인 수녀님

4년6개월 전. 이해인 수녀님께서 조선일보에 쓰신 에세이 ’12월의 편지’를 읽으며 눈물 짓고 희망을 가졌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기사. 이해인 수녀님이 癌 동지로 불렀던 故 김점선 화가, 장영희 교수. 책도 사보고 전시회도 가보려 합니다.

장영희·김점선 떠난 지 5년, 글·그림으로 오다

[중앙일보] 입력 2014.05.02 00:23 / 수정 2014.05.02 00:42

암 투병 서로 의지 … 전시회 열려

생전의 화가 김점선(왼쪽)과 영문학자 장영희.

너무나도 잘 웃었던, 그래서 무척이나 많이 닮았던 두 사람. 영문학자 장영희(1952~2009) 전 서강대 교수와 화가 김점선(1946~2009)이 우리를 찾아온다. 두 사람의 5주기를 맞아 11일까지 서울 대학로 샘터 갤러리에서 열리는 ‘다시, 봄-영희와 점선전(展)’이다. 하늘나라에서 보낸 그들의 그림엽서를 받아들 듯, 두 사람의 글과 그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소아마비로 인한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영문학자와 자유분방한 화가. 각자의 삶은 무척이나 다르고 멀어보였지만, 두 사람은 문학으로 이어진 ‘지음(知音)’이었다. 몸속에서 자라는 암세포와의 투쟁도 함께 겪은 ‘투병 동지’이기도 했다.

 아들을 낳은 뒤 단 한 번도 병원을 찾지 않았던 김 화백을 데리고 병원에 간 것은 척추암으로 투병하던 장 교수였다. 정밀검사 결과 암 진단을 받은 김 화백이 장 교수에게 “나도 암이니 축하해 달라”며 ‘축(祝) 암’이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일화는 유명하다.

 장 교수는 자신의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서 절친인 김 화백에 대해 이렇게 썼다.

 “나는 김점선씨 옆에 있으면 늘 그렇게 웃는다. 사는 게 재미있어 못 견디겠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평화와 행복을 주체할 수 없어서 끝없이 웃는다. 그녀의 순발력과 기발함, 그녀의 활기가 지리멸렬한 삶에서 나를 해방시켜 주기 때문이다.”

 유쾌하고 통쾌하고 명쾌했던 친구, 김 화백이 병마와의 싸움에서 백기를 들고 2009년 3월 22일 초봄 세상을 떠난 뒤, 그의 49재 날인 5월 9일에 장 교수도 친구를 따라 하늘나라로 갔다. 그들이 떠난 자리 위로 “꽃 피는 아름다운 봄을 영원히 볼 수는 없을진대, 너무 늦게, 이제야 그걸 깨닫습니다”라는 장 교수의 글이 겹쳐져 떠오른다.

 두 사람의 글과 그림을 묶은 책도 함께 출간된다. 『다시, 봄-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샘터)이다.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일간지에 연재했던 120편의 칼럼 중 계절에 관한 시 29편과 김 화백의 그림을 함께 엮었다. 생전 두 사람과 친분을 유지하며 현재 대장암 투병 중인 이해인(69) 수녀는 추천사에서 “금방이라도 밝고 유쾌한 영희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미소짓게 된다. 장영희와 김점선이 우리에게 보내는 봄 편지, 희망과 위로의 러브레터”라고 썼다.

 책에는 장 교수가 에밀리 디킨슨의 시 ‘만약 내가’를 인용해 쓴 이런 구절이 있다. “나로 인해 누군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장영희가 왔다 간 흔적으로 이 세상이 손톱만큼이라도 더 좋아진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I shall not live in vain)….”

그 대답은, 책의 첫 페이지에 쓰인 이 말이 딱 맞을 듯하다. “당신과 함께라면 나는 언제나 봄날입니다.”
하현옥 기자

-강원도 삼척 출생. 강릉고 졸업 -서울대 외교학과 대학원 졸업. -1991년 조선일보 입사 -2012년 헬스조선 입사. 現 취재본부장 겸 헬스 편집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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