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마로니에는

빠른준비로모처럼이른아침의여유를부려본다

지하철출구를나서며

깊숙이들어앉은가을의모습을담아보고싶은마음에

디카부터챙긴다.

그러나

대학로의가을은아직은서두르지않는모습이다

색으로가라입을은행잎들은그대로이다

극장축제가열리고있는대학로의이른아침은

새날의산뜻함으로단장하기에바빴다.

김광현의설야

어느머언곳의그리운소식이기에

이한밤소리없이흩날리느뇨

처마끝에호롱불야위어가며

서글픈옛자취인양흰눈이내려

하이얀입김절로가슴이메어

마음허공에등불을켜고

내홀로밤깊어뜰에내리면

머언곳에女人의옷벗는소리

희미한눈발

이는어느잃어진추억의조각이기에

싸늘한추회(追悔)이리가쁘게설레이느뇨.

한줄기빛도향기도없이

호올로차단한의상을하고

흰눈은내려내려서쌓여

내슬픔그위에고이서리다

그사람을가졌는가/함석헌

만리길나서는길

처자를내맡기며

맘놓고갈만한사람

그사람을그대는가졌는가

온세상다나를버려

마음이외로울때에도

‘저맘이야’하고믿어지는

그사람을그대는가졌는가

탔던배꺼지는시간

구명대서로사양하며

‘너만은제발살아다오’할

그사람을그대는가졌는가

불의의사형장에서

‘다죽여도너희세상빛을위해

저만은살려두거라’일러줄

그사람을그대는가졌는가

잊지못할이세상을놓고떠나려할때

‘저하나있으니’하며

빙긋이웃고눈을감을

그사람을그대는가졌는가

온세상의찬성보다도

‘아니’하고가만히머리흔들그한얼굴생각에

알뜰한유혹을물리치게되는

그사람을그대는가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