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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곰이 넘고,돈은 중국인이 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중국인이 번다/2005.1.12

우리 속담에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떼놈이 번다”는 말이 있다. 한중관계가 가까워진 요즘도, ‘떼놈’을 ‘중국인’으로만 바꾸면, 그대로 적용될 상황이 적지않다.

<1>한중수교 직후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은 중국 북경대학을 방문해, ‘아무런 조건없는’ 학교발전기금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조건없는 기부금’에 북경대학측도 놀랐다. 북경대학은 이 돈을 학교 기숙사 건립에 사용했다. 신축 기숙사는 동남아 화교재벌이 기탁한 돈으로 세우는데, 여기에 대우의 돈을 보탠 것이다. 그 결과, 신축 기숙사 앞에는 화교재벌의 이름은 버젓이 내걸렸지만, 대우의 기부금이 들어갔다는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이 기숙사에 투숙하는 한국 유학생들은 예전 기숙사보다 훨씬 비싼 돈을 내고 투숙하고 있다. 또 적지않은 한국학생들은 여기에도 입사하지 못해, 안전과 비용문제가 만만치 않은 학교 바깥에서 집을 얻어 공부하고 있다. .(만약 대우측이 기금을 줄 때, 한국유학생에게 기숙사비를 할인해 주거나, 혹은 한국학생을 우선적으로 입사시키는 것을조건으로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러니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중국인이 번다’는 말이 어찌 나오지 않겠는가.

<2>상해(上海)를 처음 방문하는 한국인이면 꼭 찾아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는, 민간인 거주지로 변하여 쇠락해가는 것을 한국정부가 돈을 들여 깨끗이 수리하고, 기념관으로 개조했다. 상해임정과 김구(金九)선생의 독립의지가 서려있는 그곳은 보존해 마땅하다. 하지만 그곳에 가보면, 왠지 찜찜한 생각이 든다. 지난 2000년 그곳을 방문했을 때, 현지 진(鎭)정부가 파견한 관리직원이 앉아 입장료를 받고 있었고, 심지어 한국인들에게 은근히 ‘기부금’까지 재촉했다.(지금은 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김구선생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는 한국인들은 선뜻 지갑을 연다. 이 중 일부분은 물론 기념관의 유지보수에 사용될 것이다. 하지만 그 기념관이 갈데없는 중국 공무원의 일자리를 몇개 늘려준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기부한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중경(重慶)에 있는 임정청사도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3>압록강 하류에 있는 중국의 환인(桓仁)시는 1999년경부터 고조선의 유적 발굴과 복원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고조선의 유적이 한민족의 뿌리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당시 중국은 이미 고조선을 비롯해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중국변방 소수민족의 역사’로 격하해서 자국사의 일부분으로 편입하는 작업을 하던터였다. 당시 북경주재 한국 특파원들을 찾아와, 환인 市정부 관리들이 내놓은 홍보 자료를 보면, ‘어떻게 하면 고조선이란 역사 상품을 잘 포장하여, 한국인 관광객들을 많이 유치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단군’ ‘고조선’ ‘백두산’ 등의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한국인들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해, 중국인들은 참 연구도 많이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4>지난 11일 한 석간신문은 중국 항주(杭州) 시정부가 현지의 고려사(高麗寺)터를 복원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고려 때 송나라에 유학간 대각국사 의천(義天)이 체류했다는 이곳은 오랜 세월과 문화혁명의 광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항주시 종교국(宗敎局)이 주도가 되어 복원작업이 한창이란 것이다. 그 신문은 “고려사가 천태종을 개창한 의천의 흔적이 서려있고, 고려왕실의 후원으로 유지됐던 사찰인만큼 한중우호를 위해서도 한국 불교계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전하고 있다. 한국과 관련된 중국의 종교 유적이 복원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한국 불교계는 중국의 고려사 복원작업이 학문적 검증을 거친 올바른 복원이 되도록 자문을 해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게 해서 양국 불교 교류사를 오늘에 되살린다면, 한중관계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중국이 주도하는 ‘종교의 관광상품화(특히 한국인을 겨냥한)’에 한국인이 끼어들어 ‘재주 넘는 곰’이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항주는 상해에서 자동차로 2~3시간이면 닿는 곳이다. 또 그곳에는 서호(西湖)라는 유명한 관광상품까지 있다. 여기에 ‘고려사’라는 상품까지 ‘끼워팔면’ 주변을 지나는 한국인치고 가보지 않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만약 한국측이 ‘고려사 복원’에 관여하더라도 ‘대우의 북경대 기부금’ 같은 우를 범하지 말고, 보다 현명한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5>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기업 가운데, 성공해서 이익을 내는 기업은 30%를 넘지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나머지 70% 중 절반은 몇년안에 실패해 투자금을 날린 채 빈손으로 돌아오고, 나머지 절반은 손해를 보면서도 근근이 버티는 상황이라고 한다. 한국기업의 성공율이 낮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중저(中低)급 기술로 저임금에 의존하려한 기업의 경우 현지 기업에 금방 추월당하는 예가 많고, 중국 시장을 만만하게 봤다가 판로가 막혀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 또 현지사정을 모른 채 꽌시(關係)만 믿고 투자했다가 중방(中方/중국측 파트너)측에 기업을 빼앗기는 경우도 간혹 있다. 어떤 중소기업은 신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현지의 전시회에 샘플을 가지고 갔다가, 몇달만에 중국의 ‘카피제품’이 시장에 나도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이 모든 경우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중국인이 번다’는 속담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지금도 무수한 학생들이 중국어를 배우거나 학위를 따기 위해 중국으로 향한다. 또 수많은 기업들이 중국시장을 노크한다. 그동한 한국인들이 중국에 낸 ‘학비’는 엄청나다. 이제 그런 학비는 그만낼 때가 되었다. 한중관계는, 어느 한쪽이 다른쪽에 끌려가는 식이 아니라, 대등한 파트너관계로정립되어야 한다. 아울러 새해에는 ‘재주 넘는 사람이 돈도 버는’한해가 되었으면한다.hbjee@chosun.com

5 Comments

  1. 김동진

    2005년 1월 13일 at 2:46 오후

    동감입니다.
    일부 권력자들의 착각이 작금의 한중관계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민간인들만이라도 그 착각 속에 빠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 지해범

    2005년 1월 13일 at 3:44 오후

    정치인들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고 봅니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3. 지민영

    2005년 1월 13일 at 7:49 오후

    재주 넘는 사람이 돈도 벌어야 한다는데 동의!!
    중국인들은 널다란 통을 지닌 대륙인 같으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하긴 속 보이고 장사하는 이들이 어딨겠습니까마는 알고는 속지 말아야겠지요..   

  4. 톈진광장

    2005년 1월 14일 at 2:07 오후

    공감이 피부에 와 닿습니다.
    중국에 대한 저자세의 외교 노선은 앞으로 한.중관계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입니다.
    왜? 김하중 대사가 저렇게 오래동안 하고 있는지 짧은 소견으로는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5. 雪人

    2005년 1월 14일 at 2:50 오후

    안녕하세요. 북경대기숙사에 그런 비화가 있었다니…저는 대우가 돈을 냈다는것만 알았거든요. 추운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구요. 흠…조만간 뵈어야하는데….^^ 구정지나고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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