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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주은래,공자,그리고 역사 - China Inside
주은래,공자,그리고 역사

역사란 벽돌 위에 벽돌을 놓는 것이다/2006.1.8

주은래1.jpg

<만년의 주은래/인터넷에서>

중국에 주은래(周恩來) 전총리 추모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1월8일은 그가 서거한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을 맞아 인민출판사는당 중앙 문헌연구실 주은래연구조장(組長) 류무생(劉武生)이 쓴 ’주은래만년 세월’이란 회고록을 출간했다.
또 베이징(北京)에 있는’주은래-등영초(鄧穎超/주은래의 부인)연구중심’은’주은래30주기 기념 좌담회’와공연을 개최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전국정협(政協) 위원인 그의 질녀 주병덕(周秉德)은 “이번 공연은 연구센터 차원에서 개최한민간공연으로서출연자들은 주 총리를 추모하는 마음에서 한 푼의 출연료도 받지 않고자발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들은1월초부터 인터넷에주은래코너를 개설해,’위대한 마르크스주의자’ ’무산계급 혁명가’ ’중국공산당의 탁월한 영도자’로 칭송하며 추모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또 그의 출생지인 장쑤(江蘇)성 화이안(淮安)시주은래 기념관과난징(南京)의 기념관 등에는1월초부터 참관 행렬이 이어졌다고 한다.

주은래와_등영초.jpg

<결혼 초기 주은래와 부인 등영초>

주은래는 중국인들 사이에 나이와 남녀를 떠나가장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것은격동의 중국 현대사에서그가 국가에 크게 공헌한 것은 물론,다른 인물들에 비해 오점이 적기때문일 것이다.

중국인들 사이에 모택동과 등소평에 대한 호오(好惡)는 뚜렷이 갈리지만, 주은래에 대해서만은싫어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주은래도 말년에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즉 문화혁명때 주은래는 4인방에 의해 주자파로 몰린 등소평을 감싸다가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또일부에서는 그가 문화혁명의 광기를 막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비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그를 ‘탁월한 영도자’로 최고의 평가를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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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 중국 공산당 본부에서 미국 대표들과회담하는 주은래(맨오른쪽)와 모택동(왼쪽에서 두번째)>

어디 그 뿐인가.

대약진운동으로 수백만명을 굶어죽게 하고, 문화혁명으로 중국을 수십년 후퇴시킨 모택동에 대해서도 공산당은 ‘7할은 공, 3할은 과’라는 공식 평가를 내려, 더이상의 논란을 잠재웠다.

중국인들이 과거 지도자에 대해 내리는 평가를 보면, ‘역사란 벽돌 위에 벽돌을 쌓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된다.

다시 말해 역사란, 앞선 세대가쌓아놓은 벽돌을 부숴버리고 새로 쌓는 것이 아니라, 이미 놓여있는벽돌 위에 또 한층을 놓는 것이란 인식이다.

불량건축물이라면 부숴버리고 새로 지으면 되지만, 역사는 그렇게 부숴버릴 수 있는게 아니다.

중국인들이 이런 인식에 도달하기까지는 문화혁명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짐작이 된다.

문혁시기 중국인들은 과거를 모조리 부정하고, 과거의 유산을모조리 때려부수는 ‘혁명’의 광기에 휩싸였다.

그러한 파괴가 얼마나 무모하고비인간적이고 반문명적인지, 중국인들이 몸으로 절절이 깨닫는데 10년이 걸렸다.

그들이 문혁기간 때려부순흔적들은 아직도 중국 곳곳에서 역사의 교훈을 들려주고 있다.

산동성 곡부의 공자묘도 그중의 하나이다.

그들이 때려부순 공자(孔子)는 개혁-개방이후 거뜬히 다시 살아나, 중국 정부의 재조명을 받고 있으니, ‘역사의 부정과 파괴’가 얼마나 무모한 짓인가를 보여준다.

공자상.jpg<공자>

한국에서는 올해부터 과거사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이 정부는동학혁명까지 재평가한 정부다.

이런 식이라면 조선-고려-신라시대는 물론, 고조선의 단군까지 과거사위원회의 재평가를 받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잘했든 못했든 우리는 과거의 흔적 위에 서있고, 그것을 기반으로 미래를 만들어간다.

과거를 부정한다고 해서 그것에 젖줄을 대고 자라온우리 자신까지 부정하지는 못한다.

나의 뼈와 살과 피가 과거의 유산이다.

부끄러운 과거도, 자랑스러운 과거도, 부숴버릴 수 없는 우리의 기반이다.

아버지의 삶이 마음에 안든다고 아버지를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가 해야할 일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역사를 평가하고, 거기에서 교훈을 얻어내는 것이지, 과거를 송두리째 부정하고,문화혁명이 그랬듯이 마녀사냥식으로특정인물들을 작살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또 진정한 과거사 평가란,그러한 역사가 있게된 원인을 제대로 살피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가령, 일제 때 친일세력을 비판하는 작업도 필요하지만,그보다 먼저 조선 말기 우리 민족이 왜 일제에 강점당하게 됐는지를분석하고, 거기서교훈을 얻어내는 작업이선행돼야 한다.

일의先後나 중대성으로따진다면,조선의식민지 전락과정이 그후의 친일파 문제보다 먼저이고 또 훨씬큰 일이다.

조선이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지않았더라면, 친일파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19세기말~20세기초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조선 조정과관료, 지식인, 군인들은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우리 역사학계가, 친일파 문제는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면서도,조선의 식민지 전락과정과 원인을 심층적으로 연구했다는 얘기는 별로 듣지 못했다.

그리고 초중고 역사시간에 그런 ‘실패의 역사’에 대한교훈을 제대로 가르치는지도 잘모르겠다.

아마도 국사과목이 수능시험의 사회탐구선택과목으로 전락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제대로 가르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은래2.jpg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의 주은래>

한국에서 ‘실패의 역사’를 제대로 조명한 것은, 역사책이 아니라 소설책인 김훈의’칼의 노래’가 처음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우리는 역사책이 아닌 그 소설을 통해, 임진왜란 당시 조선조정이 어떤 실패의 과정을 밟았는지를 조금이나마 인식할 수 있었다.

중국의 주은래추모열기를 보면서, 우리는 언제쯤 전국민이 우리의지도자를진정으로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추모하는 날이 올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지해범기자 hbjee@chosun.com

14 Comments

  1. douky

    2006년 1월 9일 at 10:04 오전

    ‘역사란, 앞선 세대가 쌓아놓은 벽돌을 부숴버리고 새로 쌓는 것이 아니라, 이미 놓여있는 벽돌 위에 또 한층을 놓는 것’….. 그렇네요…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2. 지기자

    2006년 1월 9일 at 4:42 오후

    덕희님, 반갑습니다. 새로 바꾸신 블로그 바탕화면의 일출 사진이 너무 멋있더군요. 어디서 찍으신 건가요?   

  3. ○ minuette.○

    2006년 1월 10일 at 10:05 오전

    Agree with you at all..Journalist Ji..?
    Have a good day please..A bien tot.
       

  4. 지기자

    2006년 1월 10일 at 6:22 오후

    미뉴에트님, 감사합니다. 영어와 불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시는 것 같군요.   

  5. 거 당

    2006년 1월 11일 at 9:00 오후

    글쎄요
    언젠가는 우리도 존경하는 지도자가 나올때가 있겠죠.
       

  6. ipoony

    2006년 1월 11일 at 9:31 오후

    공부가 많이 되네요.
    제가 주은래 좀 좋게 생각하고있거든요.
    그냥 막연히…
    얼굴도 잘 생겼잖아요.
    저의 오빠를 좀 닮았거든요.
    공부하러 자주 오겠습니다.   

  7. 凌志

    2006년 1월 12일 at 8:46 오전

    역사란 벽돌위에 벽돌을 놓는 것이다…..너무나 공감이 가는 어구입니다. 간만에 왔다갑니다….^^   

  8. 지기자

    2006년 1월 12일 at 10:44 오후

    거당님,우리도 멀지않아 존경하는 지도자를 가질 수 있겠지요?   

  9. 지기자

    2006년 1월 12일 at 10:45 오후

    이뿐이(ipoony)님, 맞지요? 이뿐이? 오빠가 주은래를 닮았으면 영화배우급이군요. 그런 오빠의 동생인 이뿐이님도 탈렌트급일테고…ㅎㅎㅎ. 자주 놀러 오세요.   

  10. 지기자

    2006년 1월 12일 at 10:47 오후

    북경오리님, 오랜만에 오신걸 보니 요즘 바쁘신가 보군요. 바쁜게 좋은 겁니다.   

  11. 지민영

    2006년 1월 13일 at 12:24 오전

    저도 오랜만이지요^^;;
    벽돌을 부수고 새 벽돌을 올리자면 어느 세월에 든든한 장성을 쌓겠습니까?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12. 지기자

    2006년 1월 13일 at 8:59 오후

    앞선 세대가 쌓은 벽돌 모조리 부수고 끝없이 다시 쌓는 정권,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많이 봤지요. 기와 한장, 비석 하나에 담긴 역사의 소중함, 민영님이 많이 일깨워주세요. ‘직지’ 같은 작품으로.    

  13. Old Barn

    2006년 1월 18일 at 1:57 오후

    옳습니다.
    좋은글 족적따라 왔읍니다.
       

  14. 혜풍화창惠風和暢

    2006년 2월 6일 at 7:51 오후

    주은래!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중에 한 사람이지요!
    등소평이나 주은래가 위대한 것은 모택동을 깍아내리지 않고 공70% 과30%로 명쾌하게 모택동을 용서하고 영웅의 자리에 놓아둔 점이지요!
    우리도 민주투사라는 대통령들이 박정희 대통령을 영웅의 반열에 놓아 두었어야 진정한 역사바로세우기가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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