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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구비 지흠동풍(萬事具備 只欠東風)

지기자의 文史雜記

만사구비 지흠동풍(萬事具備 只欠東風)/2007.1.12

오늘 모처럼 겨울바람이 매섭다.

점심시간 광화문을 걷자니북서풍이옷속으로 파고든다.

겨울은 마땅히 춥고, 여름은 마땅히 더워야 하는데, 올 겨울은 너무 포근하여 더럭 겁이 났다.

삼한사온이있어겨울에도 따뜻한 날이 있기 마련이지만, 만약 겨울 내내포근한 날씨가 계속된다면 좋아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지구의 병을 걱정해야 할것이다.

모처럼의 찬바람이 그래서 시원했다.

삼한사온을 기막히게 이용한 사람으로 제갈량이있다.

바람과 비를부르는 능력(呼風喚雨之能)을 갖췄다는제갈량은 적벽에서 조조군의공격에 맞서고 있었다.

온갖 계략으로 조조의 수군이 장강(長江) 북안(北岸)에 집결하도록 하는데는 성공했으나, 강 남쪽의 촉군이 화공(火攻)을 하려면동남풍이 불어주어야 했다.

그러나 때는 겨울. 기다려도 기다려도 동남풍이 불지 않자 공명은 병이 났다.

제갈량이 손권 진영의 주유를 만났을때 주유가병이 난 연유를 물었다.

그러자 공명은 조용히종이에 이렇게 썼다.

‘欲破曺公 宜用火攻, 萬事具備 只欠東風(욕파조공,의용화공,만사구비 지흠동풍)’

‘조공(조조)을 깨뜨리려면 마땅히 화공을 쓰야하는데. 모든 준비가 끝났으나, 다만 동풍이 불지 않는구나.’

그후 단을 쌓고 기도한 제갈량은 결국 동남품을 빌려 화공으로대승을 거두었다.

그에게 진짜 신출귀몰한 재주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요즘 날씨상식으로 보면삼한사온 덕분일 가능성도 있다.

4언 절구 형식의 공명의 글을 살펴보면,公-攻-風이 모두 ㅇ으로 끝나(중국어 발음도 마찬가지) 운율이 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인들은 자신의 할 일을 다하고 ‘이제 하늘의처분에 맡긴다’고 할때 흔히 "萬事具備 只欠東風"라고 말한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이란 말도있다.

지난해12월 중순 중국 장수성 롄윈강시를 방문했을 때, 롄윈강 시 공무원들의 도시발전과 외자유치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놀란 일이 있다.

이들은 도시의 먼 미래를 내다보며 국제적인 전문가들을 초빙해 도시 발전계획을 짜고, 그에 맞춰사회간접시설을 착착 확충하고 있었다. 롄윈강 시장은 한국 기자단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외국자본이 투자하는데 문제가 있으면 시 정부가 나서서 곧바로해결할 것이다. 만약담당자가 일을 잘못 처리하면 끝까지 책임을 묻는 제도가 있다.우리는 자기 눈(目)을 보호하듯이 투자환경을 보호할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萬事具備 只欠東風"이라고 덧붙였다.

롄윈강 시가 해야할 일은 다했고, 이제성공여부는 하늘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萬事具備 只欠東風"이라고 외칠 수 있는 정치인과 공무원은 몇이나 될까?

모처럼 찬바람을 맞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 나라의 장기전략과 정책추진력은 공무원들의 역량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런 공무원이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많기를 바랄 뿐이다.

/ hbj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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