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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에서 벗어나 전진하는 한국 보고싶다

스크랩/촛불에서 벗어나 전진하는 한국 보고싶다/피터 벡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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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벡 씨는 키가 190Cm가 넘는 미국인이다. 버클리 캘리포니아에서 동양학을 공부한 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미국에 세운 한국경제연구소(KEI)의 소장으로 있다가, 요즘은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그는 "키큰 사람치고 싱겁지 않은 사람 없다"는 한국 속담을 구사할 정도로우리말이 능통하다. 그의 부인이 한국인이다. 주간조선에 실린 이 글은 최근에 본 촛불사태 관련 글 중에서 가장 객관적이라고 판단되어 옮겨 싣는다.>

연세대학교가 여름 학기에 가르칠 외국인 교수들을 위해 학교 근처가 아니라 도심에 숙소를 마련할 것이라고 알려주었을 때 나는 다소 실망했다. 서울 도심이 여섯 살 난 내 딸에게 결코 좋은 환경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촛불시위 현장의 한복판에 있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고백컨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키로 한 이명박 대통령의 결정이 이 정도로 엄청난 반발을 불러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것이 과연 거리에서 데모를 할 만한 이슈인가? 쇠고기를 사랑하는 미국인으로서 내가 먹은 햄버거나 스테이크가 나에게 해를 끼치고 심지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잠을 못 잔 적은 단 1초도 없다. 나는 미국 쇠고기 검역 시스템에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또 ‘다우너 소’ 때문에 당혹감과 불쾌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쇠고기 대신 생선만 먹도록 나를 바꾸지는 못한다.

워싱턴 D.C.에서 7000마일 떨어진 이곳에서 나는 촛불시위가 단순히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공포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는 태도에 더 분개했고, 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완전히 항복했다는 감정 때문에 화를 냈다. 촛불시위를 촉발한 10대들은 한국의 살인적인 교육 시스템에 대한 좌절감이 조금이라도 동기가 됐을 것이다. 대선과 총선을 거쳐온 좌파 세력은 재빨리 이것을 지원군을 모을 기회로 포착했다.

지난 6월 10일의 대규모 시위는 워싱턴의 관심도 사로잡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시위 사진을 1면에 커다랗게 실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인은 도대체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고 노력 중이다. 워싱턴을 떠나오기 직전, 나는 촛불시위가 내포하고 있는 바를 토론하기 위한 한 비공개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한국에서 반미감정이 다시 일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적어도 지금까지 반미감정은 없다”고 주장했다. 나는 미국의 한 주간지에 “이제 워싱턴이 곤경에 처한 서울의 이 대통령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칠 차례”라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운이 없게도 나는 이념갈등이 깊어지고 폭력적인 충돌이 일상사가 돼 버린 시점에 서울에 도착했다.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격렬한 갈등을 끝없이 목격하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마치 1987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 것 같다. 당시 나는 지금과 같은 현장에서 한국에서 최초로 시위를 목격했었다. 그러나 한쪽이 ‘일본놈 앞잡이’로, 또 다른 한쪽이 ‘빨갱이 앞잡이’로 비난받는 작금의 현실은 마치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시위의 한쪽 측면만을 부각시키며 이념적 갈등을 악화시켜 왔다. 진보적 매체들은 경찰의 폭력적 행태에, 보수적 매체들은 시위대들의 폭력적 행태에 초점을 들이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반되는 이미지들은 사태를 호도하는 것이다. 사실 폭력은 시위의 법칙이라기보다는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또 법의 부재(不在)는 잠깐씩만 일어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과 법의 부재는 변명의 여지가 없고 받아들여질 수 없다. 나는 경찰이 비틀거리면서 피를 흘리는 것을 본 적도 있다.

내가 시위현장에서 깜짝 놀란 일 중 하나는 시위대들이 나에게 너무 친절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한 싱크탱크에서 일하는 내 친구는 몇 주 전 서울을 방문했을 때 시위대들에게 “호주 출신”이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내 국적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내가 우호적으로 환대를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지난 촛불시위에 빗속에서 물대포를 마주하고 서 있을 때 누군가 나에게 우의와 감귤, 물 등을 건네주었다. “미국은 좋은 나라”라는 말도 자주 들었다.

나는 시민들이 데모할 권리를 적극 지지한다. 내 딸은 한 살도 안됐을 때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생애 첫 시위에 참가했다. 당시 시위대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는 데모를 벌였다. 한국의 시위대들도 적어도 한 번은 청와대 앞까지 행진할 권리를 누릴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난 두 달간 거의 매일 도심의 주요 거리가 점령당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많은 실수를 했지만 하야를 요구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거리에서 시위대를 치워버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그가 강조하는 ‘소통’과는 거리가 있는 일이다. 더욱이 강제 진압으로는 시위를 유발한 이슈를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의 신뢰를 회복할 수도 없다. 청와대의 명패를 갈아치우는 것으로도 이 난제를 풀 수 없다. 한국의 경제계는 이명박 대통령의 난국 대처 방식을 폭넓게 비판하고 있다. 한국은 갈등의 구렁텅이에서 숱한 경제적 난관에 봉착해 있다.

가장 먼저, 무엇보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의 시민들과 다시 소통해야 한다. 그가 두 번씩 공개사과를 했지만 그는 시위가 벌어진 이후 공중에 붕 떠 있고 시민들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벗어나 있는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의 첫 번째 CEO 대통령인 부시 대통령의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 취임 7년이 지난 지금 부시 대통령은 거품 속에 살아왔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TV 중계되는 타운홀 미팅 같은 것을 계속하게 되면 아마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될지 모른다. 불과 6개월 전 투표소에서 압도적인 표를 받아낸 이 대통령의 자질을 유권자들에게 새삼 상기시킬지도 모른다.

두 번째로, 민주당은 이제 ‘책임있는 야당’으로 행동하고 국회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민주당은 시위대와의 유대감을 보여줬지만 민주적인 법칙이 거리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이 2 대 1로 여당에 밀리는 상황에서 의회에서 이룰 것이 별로 없다는 말은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한국 유권자들이 불과 3개월 전에 총선에서 선택한 결과다. 한국에서 리더십의 위기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야당이나 다 마찬가지다. 집권당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졌지만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는 높다. 지금 민주당을 이끌겠다고 나선 후보들 누구도 대의원들에게 감명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과연 민주당원들이 이 막막한 상태에서 당을 이끌 지도자를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세 번째 과제는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다. 바로 촛불 정국에 관련된 모든 정당들이 다 모여 의미있는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심야 토론은 시작에 불과하다. 혼자서 자기 얘기만 떠들고 말싸움을 할 바에야 그렇게 늦게까지 있을 필요가 없다. 한국의 보수·진보 신문들도 좀더 균형잡힌 뉴스를 내보냄으로써 모범을 보일 수 있다. 신문들이 독자란에 논조와는 반대되는 의견을 내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국의 진보지인 뉴욕타임스는 매주 칼럼니스트로 주요한 보수주의자를 등장시킨다. 한국의 어떤 신문도 그런 다양함을 추구하지는 않는 것 같다. 뉴욕타임스는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를 한자리에 앉혀 미국 정치를 토론하는 온라인 코너도 갖고 있다.

꿈은 종종 실현된다. 나는 나의 꿈을 당신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내 스승 중 한 명인 진보주의자 리영희 교수는 얼마 전 ‘대화’라는 책을 발간했다. 하지만 그 책에 보수주의자와의 대화는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내 꿈은 내 스승인 리영희 교수가 내가 좋아하는 보수주의 칼럼니스트인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과 한자리에 앉아 폭넓은 토론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수십 년 전에는 동료였지만 요즘은 만남이 아주 뜸하다고 들었다. 소설가인 조정래씨와 이문열씨도 마찬가지로 한자리에서 토론을 해야 한다. 내 꿈이 이뤄진다면 모든 한국인들이 뿌듯함을 느낄 것이고 갈등이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weekly chosun 2013호에서

5 Comments

  1. 노란 병아리

    2008년 7월 8일 at 3:37 오후

    이해가 됩니다..
    좋으글 잘 보았습니다…   

  2. elf(빈공간)

    2008년 7월 8일 at 7:33 오후

    기자님,
    중국 내에서도 중국의 인권문제로 많은 시위가 있는걸로
    아는데요.. 그 얘기와 중국 대 자연 참사 그리고 올림픽에
    따르는 국 내외 많은 문제들이 있다는 보도를 접하는데요..

    외신 언론통제, 인터넷 관련 자유제재등이 늘 문제시 되었죠.
    가능하다면 블러그에서라도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수고 하십시요~~!!   

  3. 바둑이

    2008년 7월 8일 at 10:03 오후

    저 코큰 친구는 한국의 촛불에 대해 정확히 모르니까 저런 헛소리가 나오는 모양.
    사실 그 까짓 광우병이야 재수없으면 걸리는 거고….
    실제 국민들의 불안은 대운하, 교육비의 증가, 의료보험의 민간화, 공기업 민영화이후의
    물가 불안등 이명박 정권이 추진코자 하던 정책이 불러 일으킬 재앙에 대한 공포를 미연에 막아보고자 이뤄진 시위였는데, 그중 계기가 되었던 한부분으로 한국인들을
    저능아 취급하는 꼴이 어이없을 뿐이죠.
    저런 글을 보면서 자존심도 안상하는지?   

  4. 담원

    2008년 7월 9일 at 10:51 오전

    노란 병아리님 반갑습니다.   

  5. 담원

    2008년 7월 9일 at 10:53 오전

    엘프님, 반갑습니다.
    말씀하신 내용들은 지금 제가 국내에 있어 올리기가 쉽지않지만, 기회가 되는대로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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