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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교육시대’ 끝났다

‘붕어빵 교육시대’ 끝났다/조선일보 2009년4월10일 A29면 보도

지해범 전문기자

지난 2월 말 서울 모 대학의 지방캠퍼스에선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이 대학 중문과 졸업예정자 중 취업한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자, 학생들 대부분이 졸업하지 않고 학교에 남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이 학교 4학년생은 졸지에 정원의 2배가 되었다. 이들이 졸업을 보류한 것은 재학 중이란 신분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극심한 취업난이 만들어낸 기형적 교육 현실은 비단 이 학교, 이 학과뿐만이 아니다. 올 2월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의 순수 취업률이 15%도 안 되는 점을 고려하면, 전국 거의 모든 대학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속으로만 앓는다고 봐야 한다.

붕어빵1.jpg

<겨울철의 간식 붕어빵.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경쟁력 없는 똑같은 인재로 키워내서야 되겠는가>

문제는 이런 현실을 경제불황 탓으로만 돌려야 할까 하는 점이다. 근본적으로 대학 진학률이 너무 높아(83%) 대졸자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 문제지만, 대학 내부에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

인문사회계열 중에서 잘나간다는 중문과의 속사정을 들여다보자. 작년 말 현재 중국어 관련학과를 둔 4년제 대학은 전국에 150개가 넘는다. 2년제까지 포함하면 200개를 훌쩍 넘긴다. 그곳에서 매년 6000~7000명의 졸업생을 쏟아낸다. 이렇게 많은 중국어 전공자가 우리 사회에 필요할까?

숫자도 숫자지만, 천편일률적인 교육내용도 문제다. 전국 각 대학 중국어 관련학과의 교육내용은 중국어학·문학·역사·문화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실상 중국어만 할 줄 아는 졸업생대량배출하는 셈이다. 이런 붕어빵 인재들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과 거리가 멀다. 가령 한국 휴대전화를 모방한 짝퉁 전화가 범람하는 중국시장에서 우리 기업에 필요한 인재는 중국어 구사능력뿐 아니라, 중국의 상거래 관행과 특허관련 법률지식까지 갖춘 지식융합형 인재이다. 한 중문과 교수는 무역실무나 법률 등을 가르쳐야 하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학부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중국어학과에만 해당할까? 다른 외국어학과와 이공계 학과들도 마찬가지다. 대학은 수십년 전 갈라놓은 전공에 따라 매년 똑같은 졸업생을 배출할 뿐, 전공 간 융합을 통한 현장형 인재를 길러내는 데는 취약하다. 대졸실업자 100만명 시대가 말해주듯이, 이런 붕어빵 대량생산 교육시스템은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붕어빵 교육의 싹은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양된다. 선진국 학생들은 중·고교 때 이미 미래 직업과 관련된 전문화된 학교로 나뉘어 진학한다. 대학진학을 위한 인문계 고교생은 50%를 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학생이 똑같은 과목을 놓고 점수경쟁을 벌인다. 이 제도를 통해 죽어나는 쪽은 학생과 학부모이고, 신나는 쪽은 입시학원뿐이다.

며칠 전 저녁 자리에서 한 중소기업 대표는 만약 김연아와 박세리 선수가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충실히 따랐더라면 세계 1등이 될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한국에 교육부만 없어지면 교육이 살아날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한두 스포츠 종목을 가지고 교육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깊은 실망감을 보여준다.

역대 지도자 모두 교육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처절한 입시경쟁과 엄청난 사교육비, 넘치는 대졸실업자 문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붕어빵 인재만 양산하는 현 교육체계의 본질적인 문제에 을 대지 않는 이상, 내후년 전국 각 대학은 졸업을 두려워하는 4학년 학생들이 3~4배로 늘어날지도 모른다. 그와 함께 사회불만의 폭발력도 점점 증가할 것이다. hbjee@chosun.com

3 Comments

  1. 풀잎사랑

    2009년 4월 10일 at 4:37 오후

    아침8시에 집에 도착하니라 신문도 못 봤어요. 오늘은…ㅎ

    울 아들이야 자유인[연기과를 그렇게 부른다네요.ㅎ~]이니까 지 알아서 하라고 냅둬 버렸는데도 걱정이 앞서는건 어쩔 수가 없네요,
    다들 취직이 안된다고 졸업을 기피하면 어짭니까…ㅊㅊ
    남의 일 같지가 않고 그저.. 한심힐 따름입니다요.
    새로운 대통령으로 바뀔때 마다 문제로 떠오르는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
    나이 먹어가면서 봐도 예전과 다를 바가 없어요.
    탁상공론은 인뱌 그만하고 참 교육이 뭔지를 홍보해야 되는데…   

  2. 달리

    2009년 4월 10일 at 8:23 오후

    지해범 기자님의 말씀이 100% 옳습니다. 정말 심각합니다. 조선일보가 이 문제에 대해서 집중 보도해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국민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문제화가 발생할 것으로 봅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대학정원을 지금의 "절반" 으로 과감하게 줄이는 것입니다.

    70년대 대학모습과 비교하면 현재의 대학들은 건물수와 외형만 커졌을 뿐 내실이 전혀 없습니다. 4년간 비싼 등록금 내고 졸업 후엔 경찰직을 포함하여 9급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하는 것이 지금 대부분 대졸자들의 모습입니다. 교원임용고사를 수년간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엄청나고요. 이 모든 현상이 애초부터 대졸자를 너무나 많이 양산하는 대학정원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크기 때문이지요. 기자님 지적이 100% 옳습니다. 대책이 정말로 시급합니다.

    당장 모든 대학의 정원을 반으로 줄이고 형편없는 대학에 대해서는 폐교 조치를 취하고 경쟁력이 없는 대학에 대해서는 정원을 극소화 시키는 대책을 과감하게 발표 시행해야만 하겠습니다.

    100% 공감합니다.   

  3. 지해범

    2009년 4월 14일 at 11:17 오전

    풀사님,반갑습니다.
    달리님의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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