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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 - China Inside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

중국인을 감동시켜라. 경쟁력이 폭발한다

지해범 조선일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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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끄레머천다이징 이만중 회장>

패션기업 ‘보끄레머천다이징’의 이만중(李晩中)회장이 1999년 처음 중국시장을 노크할 때의 일이다. 이 회장은 ‘온앤온(On&On)’ ‘더블유닷(W.)’ 등의 브랜드로 현지 패션업체와 합작사업을 시작했다. 중국측 파트너는 협력하는척 했으나 보끄레 상품의 판매에는 열의가 없고 한국 디자인을 베껴 자기 브랜드를 키우는데만 열의를 보였다. 결국 합작사업을 접고 북경(北京) 상해(上海) 심천 등에 직영매장을 열었다.

하루는 북경 매장 밖에서 중국 종업원이 일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됐다. 한 고객이 매장의 상품이 마음에 들어 구입하려 했지만 입어보니 작았다. 창고 안에 그보다 큰 사이즈가 있었지만, 중국 여직원은 “메이요우(沒有·없다)”하며 고객을 그냥 돌려보냈다.

중국 직원의 업무 태도에 실망한 이 회장은 그 직원을 나무라는 대신 ‘서비스를 왜 저렇게밖에 못할까’를 생각했다. 역사적 배경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중국인들은 위에서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비판을 받는데다,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열심히 하나 안하나 똑같은 대우를 받기 때문에 시간만 때우면 된다는 사고방식에 젖어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내가 그런 환경에 있어도 그렇게밖에 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 이 회장은 직원들에게 ‘좋은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북경 상해 심천 등의 매장 직원 6명을 한국으로 1주일간 초청했다.

처음 3일은 서울의 5성급 호텔에 묵게 했고, 다음 이틀은 3성급 호텔에 재웠다. 서비스의 차이를 경험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마지막 날은 한국직원들 집에 홈스테이를 시켰다. 한국인의 푸근한 정을 통해 ‘가족’으로 느끼도록 배려한 것이다. 회사 방문 때는 공장 입구에 ‘보끄레 중국가족(家族) 열렬환영’이란 플래카드를 걸었고, 엘리베이트 안에는 6명의 이름을 일일이 붙였다. 체류 기간 중 1인당 이용요금이 10만원을 넘는 고급 미용실에도 보내 ‘최고의 서비스’를 맛보게 했다. 본사에서 이들을 맞은 이 회장은 한명 한명의 손을 꼭 잡으며 포옹한 뒤 “수고 많았다”고 진심으로 위로했다. 도중에 한 중국직원이 눈시울을 붉히더니 엉엉 울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인간적인 대접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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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중국으로 돌아간 뒤 중국 매장의 매출은 3배로 뛰었다. 중국 직원들은 이 회장을 “한국 아빠”라고 부른다. 어느 날 중국에 진출한 다른 한국 패션업체가 보끄레의 부총경리에게 “월급을 2배 주겠다”며 스카우트를 제의했다. 이 소식을 들은 서울의 이 회장이 그 여직원에게 국제전화를 걸자 그는 “한국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절대로 안가요”라며 오히려 이 회장을 안심시켰다. 전화를 끊고 이 회장은 고마움에 한참을 울었다. 보끄레는 현재 중국 도시에 93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고, 이를 발판으로 동남아와 러시아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그렇듯이, 중국에서도 ‘감동(感動)’만큼 강한 전략은 없다. ‘감동’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기업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가짜와 조작이 판치는 중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쉽게 감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상품이든, 서비스든, 기업경영이든, 드라마든, 개인의 삶이든, 그 속에 마음을 울리는 진정한 무엇이 있을 때, 중국인들은 더욱 감동하고 열광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는 ‘사랑(愛)’ ‘의로움(義)’ ‘용기(勇)’ ‘헌신(獻身)’ 등 보편적 가치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진시황 때 만리장성 축조에 동원된 남편을 찾아갔다가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천신만고 끝에 시신을 찾아 그 앞에서 굶어죽은 맹강녀(孟姜女)의 고사는 한 여성의 ‘사랑’과 ‘헌신’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삼국연의(三國演義)’가 영원한 베스트셀러인 것은 유비·장비·관우의 도원결의(桃園結義)를 비롯해 대의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진 ‘의인’들의 얘기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신라 시대 김교각(金喬覺) 스님은 중국인들 사이에 ‘감동’을 넘어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신라 왕자 출신인 그는 당(唐)으로 건너가 고난의 구도행을 거쳐 구화산(九華山)에서 설법하다 99세 때 참선 중 입적했다. 3년이 지나도록 시신이 썪지않아 등신불이 되었는데, 이에 중국인들은 그를 ‘지장보살의 화신’으로 추앙한다. 안락한 삶을 버린 용기와 높은 수행의 경지는 1300년이 지난 지금도 빛을 발한다. 중국인을 감동시킨 한국인 ‘원조’격이다.

중국에서 ‘감동’의 반대말은 ‘무감동’이 아니라 ‘분노’이다. 작년 5월 사천성 지진 직후 일본과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상반된 반응이 이를 보여준다. 당시 일본은 지진 현장에서 나온 단 한장의 사진으로 국가 이미지를 크게 개선됐다. 그 사진은 지진 현장에 투입된 일본 구조대가 사망한 중국인의 시신 앞에서 묵념을 하는 장면<작은 사진>이다. 평범해 보이는 이 사진에 많은 중국인들이 “감동”했고, 그 결과 일본은 ‘좋아하는 국가’ 순위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반면 당시 한국의 일부 네티즌들은 중국 지진피해를 조롱하는 댓글을 달았고 그것이 중국에 전해지면서, 한국을 보는 중국인들의 감정이 매우 나빠졌다. 이 때문에 한국 119구조대의 활약상은 묻혀버렸고, 그 후유증은 아직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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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을 감동시킨 일본 구조대의 묵념 장면>

자존심이 강하고 민족주의가 부활한 중국에서 13억 중국인의 감정을 잘못 다루어 고생한 기업은 적지않다. 맥도날드는 “우리 매장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먹는 곳”이라고 광고했다가 “우리를 거지 취급하느냐”는 중국인들의 반발로 광고를 내려야 했다. 도요타(豊田)자동차는 자사 차량 광고에 중국인의 자존심을 나타내는 ‘사자석상(獅子石像)’이 경례하는 장면을 넣었다가 굴욕감을 느낀 중국인들의 분노에 공식사과까지 해야했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인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경영외 활동’에 열심이다. ‘희망(希望)소학 운동’도 그 중 하나다. ‘희망소학’이란 정부 예산 부족으로 학교가 없는 오지에 개인이나 기업이 돈을 내 세운 초등학교를 말한다. 삼성전자는 2005~2007년간 중국 전역에 45개소의 ‘희망소학’을 세웠고, 2008~2010년 사이 55개소를 추가로 건립해 총 100개를 세운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15개소의 희망소학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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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당LG박애(博愛)중학 준공식에 참석한 우남균 LG전자 중국본부 사장(오른쪽)>

지난 10월 16일 사천성(四川省) 도강언(都江堰) 옥당(玉堂)중학에서 열린 ‘옥당LG박애(博愛)중학 준공식’은 ‘감동경영’의 한 사례를 보여준다. 옥당 중학은 작년 5월12일 사천성을 덮친 대지진으로 학교건물이 붕괴돼 많은 희생자를 낸 비극의 현장이다. LG는 이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1000만 위안(한화 약17억원)의 성금을 내 학교를 다시 세우도록 도왔다. 준공식에는 1300여명의 학생과 우남균 LG전자 중국본부 사장, 신정승 주중대사, 장이만(江亦曼) 중국적십자사 부총재, 푸용린(傅勇林) 성도(成都)시 부시장 등 한중 양측 인사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최신식 신축교사(校舍)와 냉장고 세탁기가 갖춰진 기숙사에 감탄했다.

하지만 중국 적십자사 장 부총재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다른 것이었다. 그녀는 학교 한 켠의 ‘LG애심(愛心)도서실’에 비치된 1000여권의 책이 LG중국본사 및 전국 판매점 직원들이 한권 두권씩 보내준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는 축사에서 “도서실에 기증된 책 한권 한권마다 지진으로 상처입은 학생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려는 LG 직원들의 사랑이 담겨 있는 것을 알았다”면서 “이를 통해 한국 국민의 중국 국민을 향한 깊은 정과 두터운 우의(深情厚誼)를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 행사를 보도한 중국의 공익시보(公益時報)는 “LG전자가 중국에 진출한 이래 ‘중국에 사랑을(愛在中國)’이란 방침을 정해 ‘이인위본(以人爲本·사람을 근본으로 삼음)’의 정신으로 ‘조화(和諧)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돈’보다 ‘따뜻한 마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공익시보가 보도한 ‘이인위본’과 ‘조화사회’ 이념은 후진타오(胡錦濤) 현 국가주석의 정치 슬로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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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LG희망소학교사 북경 연수에 참가한 한 중국교사>

‘미샤’ 상표로 유명한 에이블C&C(대표 서영필) 역시 다른 업소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특별한 서비스’로 중국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2006년 중국 각지에 화장품 매장을 연 미샤는 글로벌 상표들 속에서 고전했다. 당시 중국 화장품 시장은 세계 2000여개 기업이 경쟁하고 있었고, 토종·합자·수입제품 판매량이 4대3대3의 비율을 이루고 있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중국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으려면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국내 업계 최초로 매장 내 ‘체험코너’를 마련해 히트를 쳤던 미샤는 중국에서도 ‘체험 마케팅’을 실행에 옮겼다.

소비자가 화장품을 사기 전에 직접 발라볼 기회가 거의 없었던 중국에서 미샤 직원들의 친절하고 세심한 체험 마케팅은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시제품을 사용해본 고객들은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을 ‘신뢰’하게 되었고, 미샤를 재구매하는 것은 물론 가족과 친구들에게 적극 권유함으로써 매출은 급증했다. 지금도 중국 내 미샤 소비자의 70%는 재구매 고객이다. 미샤는 중국 진출 3년만에 대륙 전역에 130개의 매장을 개설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에서 일어난 ‘한류(韓流)’붐은 훌륭한 컨텐츠와 진정성이 중국인의 마음을 움직인 덕분이다. 한류의 원조격인 ‘사랑이 뭐길래’는, 대발이(최민수)와 그 아버지(이순재)가 보여준 ‘유교적 가족질서’가 사회주의 정치하에서 중국인들이 잃어버렸던 전통적 가족관과 가치관을 되살려 큰 공감을 일으켰다. ‘대장금’은 낮은 신분의 ‘장금이’가 불굴의 의지로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통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미래를 향해 뛰는 중국 청년과 서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최근 중국에서 ‘한류’ 붐이 시들해진 것은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컨텐츠의 힘’과 ‘진정성‘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올림픽 경기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뛰어난 기술과 품질은 기본이다. 거기에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동의 스토리’가 더해질 때경쟁력은 폭발한다. 중국인을 감동시키려면 그들의 생각과 생활,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고, ‘사랑’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 ‘중국인을 어떻게 감동시킬 것인가.’ 글로벌 기업의 숙제다. /hbjee@chosun.com

4 Comments

  1. 풀잎사랑

    2009년 11월 22일 at 9:39 오후

    어느 나라가 됐든,
    역시 마음으로 다가가야 될일같습니다.ㅎ
    화악~~ 사로잡는 법은…   

  2. 이정생

    2009년 11월 23일 at 7:19 오전

    역시 인간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은 같은 인간의 마음 밖엔 없는 게 맞는 거군요.
    잘 읽고 갑니다.^^*   

  3. Lisa♡

    2009년 11월 23일 at 8:48 오후

    신문에서 읽었네요..   

  4. 지기자

    2009년 11월 24일 at 12:44 오전

    풀사님,이정생님,리사님,반갑습니다.
    세상 어디든 사람 마음은 비슷한 것 같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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