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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나는 시간과 역사 - China Inside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나는 시간과 역사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나는 시간과 역사

지해범

덕수궁 부근에서 일하는 것이 큰 행복이라고느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덕수궁은 그 자체로 훌륭한 공원이어서 궁 안을 산책하거나 주변 돌담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큰 위로를 준다.잡념과 걱정거리가 잠시 물러난다. 도심 공원의 공기 정화능력은 탁월해서,돌담길에 바짝 붙어 걷는 것과차도쪽으로 걷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돌담을 넘어오는 덕수궁 안의 공기는신선감을 준다. 더구나 광화문4거리가 엎으지면 코닿을 데 있고,이순신-세종대왕 동상이 걸어서 3분 거리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이곳을 보려면 일부로 올라와야 하는데, 나는 매일 거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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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에서 2009년스티븐스 대사가 비보이 초청행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조선일보DB>

어디 그뿐인가. 덕수궁은 역사에 대해서도 생각할거리를준다. 대한제국 말기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활로를 모색하던 고종은 황후(민비)가 일본 군인과 낭인들의 손에 시해당한을미사변 이후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러시아 공관에 피신하게 된다(이른바 아관파천). 그 러시아 공사관터가 덕수궁에서 멀지않은 예원학교 뒷쪽에 있다. 1896년초부터 약 1년간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던 고종은 거기서 커피를 처음 맛보고 커피에 흠뻑 빠지게 된다.덕수궁 주변에 커피숍이 많은 것도 우연은 아니다. [참고/덕수궁 입구 대한문 옆에 있던 명품커피숍 ‘더커피랩’은 건물주의 지나친 임대료 인상으로문을 닫고 원주로 옮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정동교회 앞 로터리에서 북쪽길로 접어들면 덕수궁 후문 못미쳐왼편에 주한 미국대사관저인 ‘하비브 하우스’를 만난다. 미국대사관저가 덕수궁 바로 뒤에자리잡은 것은조선말기의 위태로운국운과열강들의 힘의 크기를 떠올리게한다. 1883년 초대 미국공사 푸트는 경복궁에서 멀지않은 정동 일대의민씨 일가의 집들을 대거 사들여 대사관저를 조성했다. 미국 대사관과 대사관저가 경복궁에서 가장 가까운 데 위치한 것은 조선왕실(그리고 그후 한국의 역대 지도자들)이 얼마나 미국에 기대고 싶어했는지를 보여준다.

역대 미국 대사들은 낡은 집을 헐어 서양식 건축물을 세우지 않고 한옥을 수리해사용했다. 이것을 1971~74년주한대사로 있던 필립 하비브가일반 한옥보다 천장을 높게 한한옥으로새로 올린 것이 지금의 대사관저다. 2008~2011년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한국대사로 근무한캐슬린 스티븐스는 2009년 이곳에서 비보이 초청행사를 열기도 했다.산책길에 이곳을 지날 때면 입구의 경비경찰들이 눈에 거슬리지만,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모색해온한국 근현대사의 상징이고,그런 나라의한 모퉁이에서 살아가는 나 자신의 존재가 새삼 다가온다. 미국이 언젠가는 이곳을 한국민들에게 다시 돌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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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말 휴대전화로 찍은 덕수궁 뒷길>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계절의 변화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올 2월부터 5월 사이에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비교해보니 시간의 빠름을 새삼 느끼게 된다.위의 사진은 2월21일 찍은 것이고, 아래 사진은 5월24일 찍은 것이다. 석달 사이에 나무는 새옷을 갈아입었고, 사람들의 옷도 바뀌었다. 황량하던 돌담길은 어느새 숲의 터널로 변했다. 시간은 이렇게자연속에서 쉼없이달려가는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점심이나 저녁식사 후에 나는 가급적이곳을 한바퀴 돈다. 고향이 농촌인 나는헬스에 가서 일부러 땀을 빼는 것이 왠지 싫다. 어릴적 나의 상식에 의하면 땀이란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흘리는 것이다. 땀을 흘리기 위해 일부러 운동을 하는 것에는거부감이 인다. 운동량이 적다보니 이곳을 산책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운동이지만, 그나마 산책은 헬스장에서 뛰는 것과는 질이 다르다. 자연과 풍경과 사람을 보면서 내 발길 닿는대로가는 산책은 ‘자유’의 표현이자, 사유(思維)의 시간이다. 등소평이 강서성(江西省) 유배 시절매일 아침저녁으로 집 주변을 수십바퀴씩 돌며 ‘개혁개방 사상’을 다듬었다고 하지 않는가. 내가 기껏 생각하는 것은 이번주에 쓸 기사에 대한 것 정도지만,덕수궁길 산책은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길덕수궁돌담0524.jpg

이 길을 걸으며, 이영훈이 작곡하고 이문세가 부른 ‘광화문연가’를 나직이 불러보거나, 비오는 날 금과은이 부른 ‘빗속을 둘이서’를 혼자 읖조리는 것도나만의행복이다./hbjee@chosun.com

16 Comments

  1. 참나무.

    2012년 6월 7일 at 7:50 오후

    정말이지 근무처 예찬하실만 합니다

    그나저나 제 예감이 맞았군요 ‘더 커피 랩’…ㅠ.ㅜ

    지금은 부암동 명소가 된 ‘클럽 에스프레소’ 도 예전에 대학로에서 터 잡고 질 있었는데
    빌딩주가 세를 터무니 없이 올리는 바람에 부암동으로 갔답니다.

    ‘더 커피 랩’도 원주에서 명소로 이름나길 바랍니다
    덕수궁 근처 갈 때 꼭 들러 윤동주 ‘별 헤는 밤’ 에스프레소 잔에 나오는 커피
    마시곤 했는데… 어찌나 아쉬운지요 -지기자님은 더하시겠지요
       

  2. 풀잎사랑

    2012년 6월 7일 at 8:31 오후

    시내 한복판에 근무를 하시니 날마다 덕수궁이며, 광화문 네거리를 내려다 보시고.
    좋으시지라?ㅎㅎㅎ~
    돌담길 옆으로 커피집이 여러 곳 있어
    갈때마다 한잔씩 마시던 추억도,,, 너무 오래전입니다.
    블러그질을 하다보니 밖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져
    어지간해선 시내를 잘 안나간다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3. 데레사

    2012년 6월 8일 at 9:31 오전

    나도 그 부근에서 한3년 근무했거든요.
    서대문청사를 지을때 옛배재학교 건물에 사무실이 있었어요.
    점심시간의 덕수궁은 공무원에게 무료개방 되었기 때문에 거의
    매일 갔습니다.

    지금은 물론 자주 못가지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4. Hansa

    2012년 6월 8일 at 12:32 오후

    호오, 지해범님이 꽤 낭만적이시군요.. 하하

       

  5. 지해범

    2012년 6월 8일 at 2:03 오후

    참나무님,
    더커피랩이 문을 닫아서 쉼터가 하나 없어진 느낌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싼 인스턴트 커피를 많이 마십니다.    

  6. 지해범

    2012년 6월 8일 at 2:04 오후

    풀사님,
    제 사무실은 옆 건물 벽에 가려 광화문 사거리가 보이지 않는답니다.
    그래도 서울 한복판에서 근무하니 여로모로 편리하지요.    

  7. 지해범

    2012년 6월 8일 at 2:05 오후

    데레사님,
    덕수궁이 공무원에게는 무료개방인 거 처음알았습니다.
    우리 민간인은 돈을 내는데…   

  8. 지해범

    2012년 6월 8일 at 2:06 오후

    한사님,
    제가 한 낭만 합니다. ㅎ   

  9. 김진아

    2012년 6월 8일 at 5:46 오후

    좀 된다 싶으면 임대료 인상을 하죠…남편 친구도 꽃 집이 잘 되었으면 했는데…맞으편 아파트 완공이 거진 다 되어가고 하니 임대료를 너무 많이 올리더군요. 에고..아쉬워라..

    커피 랩..원주, 강원도 가면 찾아 봐야지 합니다. 또..^^

    덕수궁 돌담길..재작년 창덕궁으로 가면서 돌아본 길 등도 정말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   

  10. 김동진

    2012년 6월 8일 at 6:36 오후

    학생 때 덕수궁 돌담길을 여자친구와 함게 걸으면 헤어진다고 해서 일부러 걸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 소문 지금도 유효한지 궁금합니다. ^.^    

  11. 그냥

    2012년 6월 9일 at 4:54 오후

    덕수궁 돌담길….

    학창시절, 이 길을 걸을 때마다, 이렇게 감옥 처럼 높고 갑갑한 돌담이 없다면…..,
    이 길을 걷는 모든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라는 생각을 여러번….

    "돌담 자체도 문화재이니…"

    하지만 누구의 문화재이며, 누구를 위해, 누구의 돈으로 문화재를 보호관리 하는가?
    남대문, 낙산사도 태워먹는 우리가 …..
    서울의 모든 궁궐과 관공서의 [담장]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볼 필요는 없을까?

    [갑갑한 서울]이 언제 탁트인 [시원한 서울]이 될까?

       

  12. 강정애

    2012년 6월 10일 at 1:58 오후

    지기자님!
    지당하신 말씀이네요
    땀이란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흘려야 마땅하지요
    서울 토박이인데다가
    지금의 쁘렝땅 백화점과
    도로 하나사이로 마주보는 수하동에서
    태어나서 16년을 살았거든요
    덕수궁 남산 청계천은
    바로 우리동네 마당이나 다름 없었지요
    허지만 지기자님을 통해서
    미국대사관의 역사까지
    새로 알게돼니 감개가 무량하네요
    건강한 사고에서 나오는
    좋은글 감사합니다
    추천 올립니다    

  13. 지해범

    2012년 6월 11일 at 3:17 오후

    진아님 지적처럼,
    가진자들의 욕심이란 어디까지 갈려는지…
    그 끝은 어디일지…   

  14. 지해범

    2012년 6월 11일 at 3:18 오후

    김동진님,농담이시죠?    

  15. 지해범

    2012년 6월 11일 at 3:21 오후

    그냥님,
    독특한 시각입니다.
    그 담이 있었기에 그나마 서울 도심에서 지금 같은 녹색공간이 남아있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 전통과 현대가 어울리는 모습도…
    정동마저 빌딩숲으로 뒤덮였다면 서울 도심의 모습은 더욱 삭막하지 않을까…   

  16. 지해범

    2012년 6월 11일 at 3:23 오후

    강정애님, 반갑습니다.
    수하동이란 동네 이름이 어떤 역사적 유래를 담고 있을 듯합니다.
    청계천 걸을 때 한번 가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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