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中, 국제법 존중해야"… 中 "日, 고래잡이나 그만하며 법 지켜라"]
– 아베가 먼저 포문 열어
"평온한 바다 되찾아야 할 때" "日, 亞평화 위해 적극 나설 것"
– 발끈한 중국
"몰래 中에 치명상 주려 한다" "日이 죽인 수백만명 넋에 대해 아베의 입장은 무엇이냐"
– 美·中 대결로 비화
美국방 "中, 남중국해 안정 위협"… 中 "美, 패권주의 색채 가득"
지난 30~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30일 기조연설에서 "지금은 평온한 바다를 되찾도록 지혜를 모을 때"라고 말했다.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남중국해 석유 시추 등을 비난한 것과 다름없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은 아시아 평화를 위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때 방청석에 앉아 있던 중국군 간부가 기조연설이 끝난 뒤 아베를 향해 "안보 문제에선 과거사 인식도 중요하다"며 "(2차 대전 때) 일본군이 죽인 수백만 명의 넋에 대해선 어떤 입장이냐"고 따지고 들었다. 그가 유창한 영어로 아베를 몰아붙이자, 아베 총리는 "과거에 대한 반성 위에서 현재 (일본) 국가를 건설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중국과 일본이 아시아안보회의에서 한 치 양보 없는 ‘혀의 전쟁(舌戰)’을 벌였다. 일본은 동·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근육 과시’를, 중국은 일본의 과거사와 재무장 움직임을 강하게 비난했다. 일본은 미국의 지원을 받았고, 중국은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논의했다. 아시아 패권을 둘러싼 ‘미·일 대(對) 중·러’의 충돌 구도가 국제 회의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중국신문망은 1일 회의장 분위기를 "침봉상대(針鋒相對·바늘 끝과 끝이 대치하다)"라고 묘사했다.
포문은 아베 총리가 열었다. 그의 ‘중국 위협론’에 대해 왕관중(王冠中) 중국군 부총참모장은 "아베 선생의 강연은 ‘함사사영(含沙射影·모래를 머금고 그림자를 향해 발사한다)’식으로 중국을 비난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함사사영’은 몰래 남에게 치명상을 입힌다는 뜻이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일본부터 최근 군사·안보와 관련한 동향을 국제 사회에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을 비판한 것이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왕관중 부총참모장을 만나 "중국과 국방·안보 관련 협상을 재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왕 부총참모장은 "일본이 먼저 잘못된 대중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5분 동안 악수도 하지 않았다고 홍콩 봉황망이 전했다.
지난 31일 회의에선 국제법 논쟁도 벌어졌다.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심의관은 중국의 남중국해 석유 시추를 겨냥해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공세를 폈다. 아베 총리도 ‘국제법 존중’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일본은 고래잡이 중단을 통해 (국제)법을 준수하는 좋은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반격했다. 푸잉(傅瑩)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 주임은 "국제법은 어떤 국가나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했다. 도쿄신문은 "일본이 중국 위협론을 내세워 국제사회와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려 했으나 불발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중·일 설전’은 ‘미·중 대결’로 비화했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회의에서 "최근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자기주장을 내세우며 안정을 위협하고 일방적인 행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자 왕 부총참모장은 "헤이글 장관의 발언이야말로 패권주의 색채와 협박이 가득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중국)는 이들(미·일)의 합창을 통해 누가 주동적으로 분쟁·충돌을 일으키는지 분명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02년 시작한 아시아안보회의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국방장관 등이 매년 참가하는 다자간(多者間) 회의로, 올해는 27개국 국방·안보 당국자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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