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t’s not bad.’ 영어로 이런 평가를 받으면 낙담하게(be discouraged) 된다. 직역하면 ‘나쁘지 않다’니까 ‘그저 그렇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주 좋다. 매우 훌륭하다’는 의미다. 상당한 찬사(a high compliment)다.
영어 표현 중엔 이처럼 직역 내용과 다른 속뜻을 담고 있는 것들이 있다. ‘신사의 나라’ 언어이다 보니 점잖게 에둘러 말하는(use a periphrasis) 것을 액면 그대로(at face value) 받아들여 ‘오해’가 빚어지기도 한다.
한 예로 ‘Quite good’은 말 그대로 ‘상당히 좋다’라는 뜻으로도 쓰이지만, ‘실망스럽다'(be disappointing)라는 의미를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최고의 존경심을 갖고…'(With the greatest respect…)라며 말을 시작하면 그건 ‘나는 당신을 멍청이(an idiot)로 생각하면서…’라는 뜻일 수 있다.
‘I hear what you say’는 ‘당신 말 듣고 있습니다’가 아니라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have a different way of thinking)’는 우회적 표현(a circumlocution)이자 완곡어법이니까 잘 헤아려야(fathom judiciously) 한다. 또 ‘Very interesting’은 ‘매우 흥미롭다’ ‘퍽 인상적이다(be deeply impressive)’는 본래의 뜻과 달리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 하지 마라’는 반어적 표현(an ironical expression)으로 쓰이기도 한다.
‘That is a very brave proposal’이라고 하면 ‘그거 참 대단히 용기있는 제안입니다’라고 칭송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 미쳤구먼'(You’re insane) 하고 조롱하는(ridicule you) 것일 수도 있으니 곡해하지(pervert the meaning) 말아야 한다.
‘When you get a minute'(시간 날 때)라고 말했다고 해서 허투루 넘겼다가는(counteract in a slovenly way) 낭패 보기(end in tears) 십상이다. 나중에 여유 있을 때 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라 ‘당장 처리해(Do it immediately). 안 그랬다가는…’이라는 경고를 넌지시 시사하는(drop a hint) 것이니 유의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좀 실망했다'(be a bit disappointed)고 말하는 것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크게 문제 될 것 없다(do not really matter). 신경 쓸 필요 없다’는 의사표시가 아니다. 내색하지 않으면서(pocket their feelings) "나 정말 화가 났거든"이라는 말을 대신하는 것이다. ‘I almost agree'(거의 다 동의한다)며 웃었다고 사실상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합의가 머지않다(be not far from agreement)’는 의미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do not agree at all)는 거절 의사를 애매하게 눙치는 거다.
한국어 표현과 가장 유사한 것 중 하나. 새로 이사 온 영국인 이웃이 ‘저녁식사 하러 꼭 오시라'(You must come for dinner)고 했다고 곧 초대받겠거니 기다리다가는 목 빠진다. 오랜만에 길거리에서 만난 친구와 헤어지면서 "언제 식사나 한번 하자"고 의례적 인사를 나누는(exchange the usual pleasantries) 것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단동무니
2013년 10월 11일 at 12:14 오후
그렇게 의미가 다를 수 있군요.. 아이고.. 왠지 섬뜩한 느낌이 듭니다…( 조심해야지…)
재미삼아 의미가 다른 우리말 표현을 소개하겠습니다. " 주옥 같은 말씀이십니다… " 80년대에 유행했었죠.. 제 잘난 듯 장황하게 설교를 늘어 놓는 사람에게 보내는 찬사(?)입니다. ‘주옥’을 빨리 발음 하면 상대에게 얻어 맞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