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브라운 미국 태평양육군사령관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2017 아시아 전망’ 토론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가장 큰 걱정거리(the biggest concern)라며 ‘검은 백조(black swan)’에 비유했다.
‘검은 백조’는 예측하기가 극도로 어렵고(be extremely difficult to predict), 일단 발생하면 파국적 결과를 몰고 오는(bring about catastrophic ramifications) 사건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express it metaphorically) 말이다. “21세기에 핵실험을 밀어붙이는 유일한 인물(the only individual in the 21st century to forge ahead with nuclear tests)인 김정은이 밤잠을 설치게 한다(keep me up at night)”며 북한의 예측 불가능성(unpredictability)을 ‘검은 백조’에 빗댄 것이다.
‘검은 백조’라는 표현은 라틴어에서 나왔다. 고대 로마의 풍자 시인(satirical poet) 유베날리스가 “검은 백조만큼이나 희귀한 새(rara avis=rare bird)”라고 쓴 것이 가장 오래됐다. 백조는 말 그대로 흰색 깃털을 가진 것만 있을 뿐 검은색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졌던(be presumed not to exist) 것이다.
그런데 1697년 네덜란드 탐험가들이 호주 서부에서 ‘흑조(黑鳥)’를 발견했다. 백조는 흰색뿐이라는 통념(common notion)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그 이후 ‘검은 백조’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불가능론 고정관념을 함축하는 의미로 바뀌게 됐다(metamorphose to connote the idea of a perceived impossibility to be later disproven). 과거 경험에 근거한 판단이 옳지만은 않다는 뜻으로 쓰이게 됐다. 19세기 영국 경제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논리적 오류(logical fallacy)를 지적할 때 ‘검은 백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요즘처럼 자주 인용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21년간 투자 분석가로 일했던 나심 탈레브가 2008년 금융 위기(financial crisis)에 즈음해 ‘The Black Swan’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부터다. 그는 ‘검은 백조’의 속성(attributes)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일반적 기대 영역 바깥에 존재하고(lie outside the realm of regular expectations) 둘째, 극심한 충격을 가져오며(give rise to an extreme impact) 셋째,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일단 실제로 벌어지면 그제야 설명과 예견이 가능하다는(be explainable and predictable) 것이다.
탈레브는 ‘검은 백조’의 사례로 미국 9·11 테러, 소련 연방 해체(dissolution of the Soviet Union), 2008년 짐바브웨의 인플레이션율(inflation rate) 796억% 등을 든다. 브라운 사령관이 북한 문제를 ‘검은 백조’에 비유한 데는 그만한 심각성이 있기 때문이다. 깃털처럼 가볍게 콧방귀로 날려버릴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