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현대회화 100선을 보고….

중국발미세먼지가안개와함께온서울거리를뒤덮은날운동화를신고국립현대미술관을향했다.

덕수궁국립현대미술관을향해가는내심장은바운스바운스…

젊은시절내가전혀알지못했던세상대하여잔잔한가슴아림으로다가왔던그림들…

우연히들어갔던박수근전시회…이중섭전시회..그전율…

그림앞에멈춰버린것같았던시간들…

그리고알고싶었던그들의생애…

고은의이중섭평전과박완서의나목을통해알게된그들의삶…

응답하라1970년대!

내가사모았던화집과포스터들은지금은어디에….

덕수궁으로가는길은내겐험난했다.택시를타고갈것을..지하철에서12번출구까지내아픈허리와다리로얼마나고생을하며올라갔던지,난장애인수준인데엘리베이터를찾지못했다.주저앉고싶었다.서울에와서그아까운시간동안받은충격파치료와도수치료들이눈앞에줄지어지나갔지만그림은봐야했다.확인해야했다.

대한문..

그앞에는외국인들이줄을서서사진을찍고있었다.

정말오랜만에들어선덕수궁경내,

시끄러운도심속에갑자기순간이동으로툭떨어진것같은적막함과검은기와가절묘하게맞아떨어졌다.

아무곳에서나잠을자도잠이솔솔올것같은포근함이내아픈다리를쉬게했다.

핸드폰을꺼내사진을찍었다.정말좋은세상이다.무거운카메라없이내욕망을채울수있는…

날렵하고도우아한적절한절제의선이초로의나를한국인임을깨우치게했다.

왜갑자기이리아름다운걸까?

그시절에내가태어났다면난이곳에근접이나할수있었을까?

묘한애국심이스멀스멀가슴속에피어오르게하는이장소는선조들이아직이곳을떠나지않았음을증명하는걸까?

석조전..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관에서열리고있는한국근현대회화100선

그문을열고들어간다.

길례언니를만나러……

석조전앞엔천경자의길례언니로만든배너가있었다.

모두들그옆에붙어서사진을찍었다.독사진도찍고둘이서도,셋이서도..

아줌마들은길례언니의꽃모자를쓰고손으로턱을괸아가씨들이되어져서미술관속으로,집으로돌아갔다.

1920년대부터1970년대에걸쳐한국근현대미술계를빛낸작가57명의수묵색채화30점과유화70점이전시되어있다.

오디오가이드를삼천원에대여해줘서그림을이해하는데도움이되어서고마웠다.

도록을사왔어야하는데,한번들어보고무거워서아픈허리에무리가갈까봐안샀더니감상후기를쓰려니아쉽다.

첫번째전시실을들어서니촌여자가살포시웃고있는그림이있었다.

작가도그림제목도잊었는데어찌나건강하고예쁘던지..

요즘성형미인에서성괴(성형괴물)들과지내고있다가한국의미를발견한것같아너무반가웠다.

내일이라도도록을신청해야겠다.

그림을둘러보며그림앞을떠날수가없었다.

다리가아파서이리저리꼬면서도그림을보면그냥나의유년시절이학창시절이엄마의이야기가외할머니의이야기가떠올라서철퍼덕퍼지르게앉아종이를놓고글을써야할것같았다.밤을새우며이야기를해야할것같았다.내게서맥락이끊겨나갈지도모르는우리들의지난시절을…

어떤전시회에갔을때보다도기쁘고즐거웠다.

우리들에게이런미술가들이있었다는것에자긍심이생겼다.

소장하고있던그림을기꺼이빌려주신개인소장가들께도감사했다.

좀더많은그림들을볼기회가또있겠지.

그림속에엄마가있다.

빨간원피스를입고밝은햇살아래어린소녀,가즈런히자른앞머리양지비른집에울엄마.

김환기/피난열차/1951년

작은이모는피난을갈때열차꼭대기에앉아서갔다고외할머니가말씀하셨다.

납북되어가신외할아버지를찾아정신없이헤매던젊은엄마는아이일곱중막내인딸을먼저피난열차에태워서보낼수밖에없었단다.이그림을보는순간외할머니가그리웠다.할머니랑같이이그림을보면이야기를해주실텐데..피난열차가뭔지..왜열차위에화물칸에터져나올것같은김밥꼬랑지처럼,콩나물시루처럼앉아들있는지?우리민족의슬픈역사를누가제대로알고있는지?

돈암동성북경찰서옆의개천엔늘빨래를하는아낙들로붐볐었다.

시커먼드럼통으로만든나무를때는화덕위,커다란함지박엔양잿물로뽀얗게삶아지는이불호청들이뱀또아리처럼얹혀있었다.아낙들은삶아진빨래를빨래판에비벼빨거나방망이로두드렸다.그녀들의등은다넓고푸근했다.전쟁을격은여인들은다른어떤시대의여인들보다이세상모든것들을품을수있었다.다일어날수있는일이고다잊어야하는일이었다.그녀들은풀지못한한을빨래터에서풀었다.마음놓고두드려도되는빨래판위에서희어지는빨래를두드리며그녀들의한을지워나갔다.

듣지못하는이가더잘들을수있다.

온몸으로듣기때문에..

그의눈에서온몸으로휘몰아지는음율은악사들의몸과하나가되어붓을타고흘렀다.

모두다른우리들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나랴..

같지만다른,그러나한곳에있는우리들…..

미술관을나오니밤이되었다.

시청앞엔성탄트리가예쁘게밝혀져있었다.

다리가견디기힘들게아팠지만가슴깊숙히말로표현하기힘든충만함이온몸의핏줄을타고돌았다.

나는대한민국사람이다.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을 보고….”에 대한 16개의 생각

  1. 데레사

    나도이번주말에는곡가볼려고요.

    천경자화백의그림은저도좋아하거든요.천경자화백의글도
    즐겨읽었었는데지금은미국에계신다고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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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eacon

    다사랑님께서도드뎌다녀오셨네요..
    이웃블로거님들중에서벌써여러분들이다녀오셔서후기를올리셨던데요..
    저같은사람이야뭐그런님들의글로나마읽고보고느끼고,,서울에살았더라도못갔을거에요아마..
    좋은시간이셨던거같네요..축하드려요..^^
    그나저나몸이그리아파서어쩐대요?,,그건정말루방법이없는건가요?요즘신기술들이많이개발된거같던데요..
    전정말루많이나았어요..힘든일못하는거야뭐여전하지만서두요..
    그래도일상적인생활은큰무리없이해나갈수있는데요..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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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뽈송

    나도꼭가봐야겠네요.
    그렇지않아도어딘가는가서요즘삭막해진내마음에
    숨결을불어넣어주고싶었거든요.
    거기가면시국을걱정안해도될것도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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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다사랑

    데레사님..
    주말말고평일에가심이잘감상하는데더좋을듯해요.
    전시회에작가의모습을보여주는비디오가있었어요.
    다보려면시간이오래걸리고사람들이많으면볼수가없을것같아요.
    작은화면…^^*

    Beacon님..
    언젠가비컨님도감상하실기회가생길겁니다.
    내몸은겉으로는너무멀쩡한데,,
    근육이없어서더힘들다네요.아프니까한쪽근육만을나도모르게사용해서..
    식이요법잘하시고근육운동도열심히하셔서건강하시길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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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다사랑

    뽈송님….
    아마도좋은힐링의장소가될것같습니다.
    나이가지긋하신아저씨들도많이혼자오셨더군요.
    심지어어떤분은낮술을드시고오셔서저를불편하게만들었어요.

    시국..
    어디로튈지모르는불똥들이제머리위를마구날아다니는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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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왕소금

    덕수궁갔다온지도몇년이지났는지모를정도로아득하기만하네요.
    좋은작품들올리셨군요.
    김기창화백의그림은입체파적특징을띠고있는것같네요.
    몸은힘들지만눈이즐거웠으니하루가의미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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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Beacon

    저도겉으로는멀쩡해요머,,ㅎㅎ
    비리비리~해보여서글치,,
    저도왼쪽이아프니아무래도오른쪽을많이사용하게되고그래서오른쪽이또무리가가고있답니다..오른무릎이아프기시작했어요..왼쪽종아리에는근육이많이약하다그러구요..
    운동을하라긴하는데운동,,할수가있어야지요,,가만있어도아픈데무슨운동을,,ㅎㅎ
    요령을하나배워오긴했네요,,발목에무리가지않게종아리운동하는법요..
    열심히하긴해봐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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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다사랑

    왕소금님..
    작품은너무좋은작품이많았지만그림사진을구하기가어려워서요.
    한국근현대회화100선홈피에서퍼왔습니다.^^*
    구누에게든가보시라권하고싶습니다.

    beacon님..
    운동처방내렸을때열심히하세요.
    저처럼되지말고…
    오늘두번의댓글을남겨주셨네요.감사!

    江님..
    그저느낌을적었을뿐입니다.^^*
    처음뵙습니다.기쁜연말연시를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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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아멜리에

    사랑이님혼자가셨어요?저도불러주시지..ㅎㅎ

    전일찍다녀왔는데..너무좋아서한번더가려고마음먹고있어요.
    갑자기추워지던날갔었는데..이번엔춥더라도맑은날가보려구요.

    그렇죠.그림보면서내가보낸세월도떠올리고,거기얽힌이야기도생각해보고그랬죠.

    사랑이님,글케다리아파서어쩌면좋아요.조심조심하세요!
       

    응답
  10. 다사랑

    아멜리에님..

    잠깐시간이되어서동생불러가지고둘이봤어요.
    저도다시보고싶은마음이굴뚝같습니다.

    저내일자칼타로돌아가요.
    추운데열대로가니조금살것같습니다.
    건강하시고겨울잘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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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샘물

    이글은너무재미있어서…
    오호애재라,다사랑님이작가등단을했더라면박완서님이울고가셨을것을…
    개인적으로는다사랑님글이더재미있고더내게다가옵니다.물론작가를본
    영광을누린것도일부이유가되겠지만…
    천경자가우리선배중괴짜였던전경자(천재끼있는영문과교수및번역자)와도오버랩되고
    천경자가그림과글을다했기에화가던가작가던가잠시혼동되었던것은나는그만큼한국의글과그림에서멀리살아서겠지요.
    ‘성괴’라는처음듣는말에푹웃음이터졌고빨래터아낙들의이야기에는더욱감탄이…
    단지다사랑아줌마아까운시간치료에쓰지않게빨리빨리낳았으면하는마음가득한데
    요즘듣자니관절염의통증에는홍어회가좋다는데다른아픈것도그것으로고칠수있지않을까요?   

    응답
  12. 샘물

    참나도신라전이있다기에잘안가는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가서
    자원봉사하는후배의설명을들으며관람했지요.
    그림과조각,공예에푹빠져서아침에갔는데나와보니어두워졌더군요.
    내손목시계가2시10분에멈추어섰기에참시간이별로안흘렀네하면서도
    천재지변이일지않고서야무슨낮이이리어두울꼬했으니어두웠던사람은저랍니다.

    그때의내도취를미루어서다사랑님의기쁨을이해할것같습니다.
    기뻤다니기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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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다사랑

    샘물언니…
    신라전에푹빠졌다오셨군요.
    저도오래전에경주박물관에서발걸음을떼지못했던적이있습니다.
    문외한인데제게무슨영이있어서박물관을벗어나기힘든지제자신에게어리둥절했던기억이있지요.

    시간이가는줄모르고관람을하셨다니그기쁨이공감되어전해집니다.
    제게너무칭찬을해주시면저는몸둘곳이없습니다.
    전경자선배이야기는박정미수녀님께여러번들었는데..책도한권주셨어요.
    전혜린같은느낌을받았었지요.

    오늘성탄전야미사에가시겠네요.
    울신부님은재미없게7시반에하신다고요.흠….
    성탄을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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