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0년 9월 1일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 –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인

허윤식.

그의할아버지이름은쇠날,할머니이름은올미

타고난신분인백정의신분으로빼어난미모로뭇사내들가슴을울렸던할머니는홀로나물을캐러가다양반네서자들의사냥노리개가되어정절을잃어버리고고육지책으로피를보면백정의자식이란걸의심할정도로무기력해지는쇠날을서방으로삼는다.그들사이에태어난아버지훕시는자신의외모가아버지와전혀달랐음을의심하고엄마의장례를치르자마자마을을떠나경성으로직행_

이미20년전에신분제는폐지가됬다는것을알고산골에처박혀살았던자신의인생에새로운항해를시작한다.동냥으로먹고살다,한강다리공사로인해인부로들어가일본인십장나카무라의눈에들어서이후일본인이운영하는가게를거쳐야마모토라는일본인의화공약품가게로진출.서서히재산불리는투자의방식을익히게된다.

성공가도를달리던그의두번째목표는자신이백정이란사실을감추고살수있는양반족보를확보하는일_그일도돈으로해결하고마침내허씨가문의백정훕시가아닌허계은이란사람으로탈바꿈한다.이에발맞춰마지막목표인자신의백정피를반으로줄일수있는철저한양반가문의핏줄인여성,그것도신여성으로불리우는여자를아내로맞는일이었다.이마저도첫부인과억지로이혼을하고그녀를맞아들임으써그의목표는완전하게이루어진다.

이후일본사람과어울리면서그들에게선심을쓰며정보를빼내부동산투자에사채놀이로큰돈을모으고큰아들인경식과둘째인나,윤식을낳고살게된다.

하얀피부에미소년인형은5살터울로그의선망의대상이었고아버지를쏙빼닮은자신은공부에는취미가없는17살부터게이샤,러시아여인들의찾아다니며관심사가없는삶을살아간다.

그러던중형이일본에있는대학에다니다한국에오게되면서부터사상활동에빠지게되고부모간의서로반목의감정으로인한싸움이심해지자형에대한관심조차없어지던차에일본경찰인나카무라란사람의방문으로그간형이하고다니던행동이반일본체제활동이었음을알게된다.

도망자생활을하던형은잡혀가고형의면회가허락되던날그많은여인들과많은밤을새운윤식앞에면회장에서조현옥이란여인을만나게된다.

그녀를본순간자신의핏줄인할아버지쇠날이가택했던호락호락하지않는여인을좋아한내력마저빼닮아아버지마저도찬바람이쌩하게불던엄마를취한경위까지생각을하면서자신도어쩔수없는그녀의매력에빠지게됨을느끼게된다.

하지만그녀는형을사랑하고있고그녀를만나기위한핑계로1년반을한달에두번정도면회가자는구실로그녀가있는인천을오고가게된다.그녀의집안또한만만찮아도박에의처증있는아버지를두고바람난남자와집을떠난엄마,두언니의결혼,자신만남은상태에서그곳을빠져나온사연,그리고노동의현장에서경식과뜻을같이해온저간의일들을들으면서윤식은처음으로그녀가사랑하는대상인형에대한질투심을느끼게된다.

이런사정을모른채아버지는나카무라와의협의하에형을빼내오지만이미형은전향을한뒤고이후아버지와함께종로에서낭독과연극의밤이란주제하에홍보물을홍보하는일을하게된다.

그즈음나카무라의치밀한계획하에경식은징집대상으로뽑히고현옥은아버지가노름빚을갚지못한댓가로정신대지원서를받게된다.

자신의사랑의대상인현옥의그런행간을보면서윤식은그녀를위해죽을수도있다는결심을하게되고드디어형의징집을자신이대신가겠단그럴듯한명분으로자원하게된다.

현옥과의마지막만남에서자신이처음본그녀의닳아빠진고무신뒷축의그녀의발을기억하며고무신을선물로자신의감정을접는다.

한편항공학교에소집되어간윤식은자신이가미가제독고다이란특명하에생을다하는자폭대원으로뽑혔음을알게되고순간순간치밀어오르는모욕과왜전장에나가야하는지에대한생각을처음으로진지하게생각하게된다.

무작위로차출되어뽑혀가는많은동료들을보면서어느날면회온아버지의이익성밝은처신에또한번실망을하게되고형이중국에서열사병으로객사.현옥의배는불러온다는소식을듣게된다.이에처음으로간절하게살고싶은절실함을느끼게되고전쟁이막바지에이른즈음드디어전출명령을받게된다.

3조에속한후먼저출격한비행기를바라보며자신의살고싶은욕망과불현듯또오른현옥에대한그리움이떠오를즈음먼저출격했던1소대비행기중한대가회항을하고그것이격납고폭발로이어지면서자신은목숨을건질기회가온것임을직감,풀밭으로떨어진다.

"기다려줘.이제곧돌아갈거야!"라는말과함께_

우리의현대사의굴곡진한부분을차지하고있는일제시대를거친한모던보이의인생항로를그린소설이다.

전작인미실이란책과는또다른,작가자신이말했듯역사소설이아닌시대소설이란것으로다른방향으로접한소설이다.

올해가경술국치100년이라고여기저기서나오는그간의진실의역사를비추는현황을볼때이소설은우리의입장이라면쉽게들여다보고싶게하는순간의역사는아니다.

하지만있었던역사를없애지는못하는법_그렇다면정면으로들여다봄으로써우리의선조들이살아왔던그시절로되돌아가미래를구상할수있는기반을마련할수있을것인바이소설은그런점을곁에두고일제역사란암울한시대속에서살아간한엉뚱하고사사건건억수로행운이따라준한남자의이야기다.

신분제중가장천한계급중하나였던백정이란직업과그들의삶의묘사나그것을벗어나고자악으로살아온훕시의인생항로,그런훕시의야망을알고서도모른척몰락한양반가문으로써독립을도운집안의자신의지겨운가난을탈피하고저본부인아들인윤식을키운엄마의냉혹한이기심과쇼핑과영화에몰두해가다자살미수로삶을살아가는엄마,친핏줄인줄알았던형의존재가자신과는또다른사랑의경쟁상대가되어야만했던아이러니한상황,자신의인생항로에대해선오로지오입질과술,담배로방탕하다진정사랑을느꼈던여인현옥에대해서느꼈던열망

이모든것을버리고그녀의행보과형의행복을위해희생하고자한맘으로소집을자원한엉뚱한윤식의행동은읽는도중에간간이웃음이터지게만드는희극적인행보를보여준다.하지만읽으면서도비극적이란이중적인감정을느끼게하는시대적인암울,자신의영욕에만안달하는아버지의비인간적인계산적인행동들은그안에서이루어가는시대적인상황이결코희극적일수만은없다는것을암시해준다.

"왜나야?왜내가죽어야해?이유도모르고목적도없이,남의나라,남의전쟁에서?"라는물음이암시하듯힘없는나라의설움을윤식의대사로대변을해준다.

"누군가자시희생을해야만죽음의사슬을끊을수있어.비록그과정이비극적일지라도.결과는조금이나마이상에가까워지겠지"라고말한그조종사의희생과이상이없었다면우리의윤식은우리의희망을저버리고아픈현실속으로사라져버렸을지도모른다.

하지만이억세게운좋은사나이윤식은그런와중에도살아날기회가왔음을알고행한도망치는행동은그래서암울한우리나라역사에한줄기서광의빛이비쳐지고있음을암시해준다.

끝까지살아남아야할목적이생긴이상,윤식은아마도무사히현옥이있는집으로갔을거란기대를해보게하는마지막말은그래서읽는내내아련한아픔속에기쁨을느끼게해준다.

작가의서두르지않는차분한글솜씨속에백정네의삶과소를잡는묘사는생생하고윤식이바라보는주변인물들에대한관찰묘사는미실에서보여준바와같이뛰어난글솜씨의향연을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