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 (李臣). 그러나 또 하나의 이신(貳臣)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 사내 이야기

이신 저자 강희진 출판사 도서출판비채(2014년05월23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이신(李臣).그러나또하나의이신(貳臣)이될수밖에없었던한사내이야기

조선왕조에서대대적으로큰치욕을겪었던2번의전란인임진왜란과병자호란을통해서당시의왕권과신하들의당파싸움속에오로지모든것을감내해야만했던사람들은바로민초들이었다.

사실역사의후대에속하는우리들로서는과거의사료를바탕으로연구하고그것을기초로여러가지상황을예견해볼때전쟁이주는고통의비참함은6.25를겪으신어른들의말을들어도알수있지만실제그현장을겪어보지않은후손들로서는간접적으로만느낄수있을뿐이다.

그러기에이를연구하는사람들이나글을쓰는사람들을통해서다변도의생각을할수있다는장점이있다는것은하나의선물처럼여겨지기도한다.

전쟁이나면가장큰피해대상자는노약자,어린이,그리고여인들이다.

아무리대세가눈에보이게드러나는전쟁을치른다하더라도역시승.패자와는상관없이전쟁이주는고통은바로뭐라할수없는트라우마를남긴다는점에서이소설의시발점은그런점을염두에두고시작한다.

이신(李臣)-

서자도아닌노비인엄마를둔그는얼자출신이다.

광해군을보위하던아버지를둔그는인조반정을통해이복형과아비를잃었고정묘호란을통해사랑하는아내선화와딸난이를압록강변에서잃은후구사일생으로살아나청황제의눈에들어조선의칙사로발령받아고국에돌아온다.

자신의신분을버리고두매산골에서화전민으로그림을그리는부인을곁에두고갖바치생활을하던그에게전쟁은그의삶과모든것을빼앗아가버렸고,지금까지살아온삶은그저덤,그자체란생각으로살아왔다.

백성들은왕조의왕이누가되는가,영의정,좌의정,우의정….소위말하는고관대작의신하가누구인지는궁금해하지않는다.

오로지그저밥배불리먹게해주고등따뜻하게누울내집과건강한가족들만있다면요순시대가어느시대인지,누가왕인지알고싶어하지않는법이다.

그런의미에서이소설은정면으로이문제를돌아보게한다.

당시호란을겪은후의조선이란나라를다스린다고하는위정자들은그러하질못했다.적어도폭군이라불린광해군을몰아낸인조반정공신들과인조는반정의이유가그럴듯하게포장되어성공은했으나차후벌어진두번의난을겪고도그흔한책임의과실을따지는절차조차무시하고오로지황제의칙사로하여금청으로입조하란말이떨어지질않길바라며눈치를보는조정으로전락해버렸다.

전체적으로크게세부분을다루고있다고생각되어지는데,인조의생각과계획,이신이생각하는계획과나라의윗선들이다루고있는당시조선의시대를엿볼수있는청과명과의조율적인행동을견제하기위한당파와왕을견제하려는신하들,그리고이름없는백성들의환란을겪으면서신분붕괴와이를책임지려하는행동을기피하는이씨왕조에대한비판이란생각이그려지고있다.이부분들이이소설에서이신이란사람의눈을통해들여다보는설정방식이좋았단생각이든다.

하찮은미물이라도조금의상처만나도그상처의쓰린기억은사라지지않거늘,조정은그것을무시했고인조의그릇된행동을본반정공신중에서인조의목숨을노리는또하나의반정세력이나타난다.

칙사를내편으로만들기위해회유정책을하는가운데인조와백성들의원성을사는대신들중일부가자진이란그럴듯한포장으로살해가되고이를추적하는이신과눈에보이지않는세력간의다툼,그가운데광해군이완성하고자했던폭약비격진천뢰란존재가드러남으로써반정세력과이신의연관을의심하며이를이용해자신의입지를다지려는인조의철저한계획이실행되는설정이권력을쥐려는자들의서슴없는한면을보여준다.

특히인조그자신은왕권을손에쥔자로서신하들과의관계를전선대왕과광해군을통해그나름대로의정치적인소신을갖게되면서뜻밖에이신은그계략에휘말리는상황을맞는부분이안타깝게다가온다.

여기엔두호란을겪으면서또하나의비극을주는것이있으니억지로청에끌려가모진육.정신적인고통을겪고돌아온여인들을바라보는조선양반들의시선이다.

화냥년(還鄕女:환향녀가변한말:조선시대임진왜란과병자호란을겪으면서정절을잃은후고향으로돌아온여성을이르던말)-

영의정김환이자신의첩과딸을비싼대가를치르고데려올때처남인병조판서홍원범에게도부인과딸이다시올수있도록한것이다.

다시돌아온여인들은환영을받지못했다.타국에서이미버린몸이라는시선과어찌다시생활을같이할수있는냐는양반들의이혼소청을왕은승낙하지않는다.

여기에서다시조정과양반이란사대부들이지닌비사고적인생각을작가는비난하고있다.

원해서스스로간것도아니요,결국엔나라님의정치잘못과위정자들의판단실책에따른고통을고스란히짊어지고살아가야하는여인들을누가위로해줄것이며한지붕아래따로살아가는타인처럼마주치기를저어하는양반사대부들의,오로지대의에의한,대의를위한,그래서대의가제시한대로살아가는것이진정한인간다운삶이라고생각하는,결국엔자살이란허울을또다시강요하는,타인들의가정을가타부타말하지않았던홍원범에게도어쩔수없는당시의이율배반적인행동을꼬집는다.


이신또한그러한피해자중의한사람이었기에그는아내와딸의행방을쫓는그의외로운행보는그만이알수있고,백성들의고통을알수있는현실에대한괴리감을잘드러내주고있다.

李臣,아버지는내게이씨왕조의신하로살라하고,

貳臣,세상은내게다른왕을섬기라한다.

다른왕을섬긴이신(貳臣)이란결국두王朝,그것도이민족이세운나라를섬긴기회주의자란뜻이고,이는결코그가스스로원한신분상승이아니었다.

돌아가는나라밖의정세조차제대로인지를하지못했던당시의조정대신들의당파에얽힌힘겨루기,진정으로나라를위한단길로생각했던그위정자들의그릇된행동의몫은오로지백성들의고통이되었음을피차서로미루는조정의분위기들은다른역사적인사실들속에서다뤄지고있는왕의고뇌와대신들의고통을그린점이주된내용이었다면이소설은전란을겪고난후의민초들의삶,평범하게살길원했던얼자이자갖바치였던이신이란자의눈을통해서오늘날,현재의우리들에게역사를통해무엇을배워야할지를부드럽지만,강하게,소리없이전해주고있다.

결코원하지않았던소용돌이속에두인생을살수밖에없었던,어찌보면시대의희생양의대표격이었던이신이란주인공을내세움으로써전쟁후의책임감을묻는저자의소리없는글이그어떤소리보다도강한울림이전달되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