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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5년 조선에선 무슨 일이?

직필-들어세운붓 저자 주진 출판사 고즈넉(2014년05월1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여기한사내가있다.

이름도몰라요~성도몰라~

그런데심중산골,늙은노파는그를위해주물러주고먹여주고대.소변을모두처리해주면서오직그가깨어나기만을기다린다.

그가아는사람이라곤자신을형님이라고대하는,가끔찾아오는양반차림의이정이란사람-

자신이왜이리누워있으며,그는누구인지,노파는누구인지,아니자신은누구인지에대한물음을끊임없이해대지만여전히두통만올뿐이다.

간신히알아낸자신의이름은민수영이고시시각각조여오는그림자들의위험을알리는이정의경고에도불구하고그는자신을알고있을듯한사람들을찾아한양에가게된다.

하지만그가이미살아있단소릴알게된그누군가는결국그가가지고있는,자신들의안위보장에필수인그무엇을찾아내어뺏기위해그를추적하기시작한다.

그무엇이란무얼까?

한마디로말하자면사초였다.즉그의직업은사관이었단말이된다.

사관이란무엇인가?

아무리무소불위의임금이나권세를휘두르는막강한신하라할지라도올곳게자신이들은바를솔직하게바로써내리고오직그들만이간수하고보관할책임이있는자리를말한다.

그런사관이었던민수영은실록의초고인사초를매일기록하고,후일실록편찬에도참여하게된다.

실록편찬에참여한민수영은자신이예전에작성한사초의내용이왕의형제가연루된역모와관련되었음을알고피비린내나는사화를피하기위해사초를훔쳐내게되지만그여파의결과는유배형에처해진다.

하지만유배지에서피습당해빈사상태가되었다가십여년만에다시깨어난그는자신이숨겨놓은사초를근거로자신의목숨을노리고그것을찾아내기위해조여오는당세의권력자인한명회,그리고지금의성종자리를빼앗으려역모를했었다는의심을받는월산대군이정,그리고성종에의해모두를믿을수도,믿지못할수도없는곤란한상황에부닥치게된다.

벼슬에오름으로써안이했던자신의한때나마의지위를이용해살아왔던민수영이란자의눈을통해당대의끈은떨어졌다고는하나여전히권세의상징으로대두되는한명회와월산대군,성종,그리고그의아버지인의경세자의석연치않은죽음을둘러싼당시세조와권신들간의대화록을기록한사초를빌미로서로다른입장에서권력의구도를차지하려는모습을긴박감넘치게그려내고있는보기드문흡인력이높은책이다.

자신의손으로왕의자리를만들어주었던한명회의야심찬권력유지를이으려는야망앞에성종은그러한선대의왕들이훈신들에주눅들어정치를해야만했던세태를인지하고또다른새로운왕조의기틀을다지기위해민수영이빼돌린사초의필요성을,세조의왕위에오른당위성에찬성할수없었던의경세자의죽음을둘러싼대화록를기반으로왕의정통성을그대로유지하기위해사초의진실을덮고가느냐,탄핵으로몰아또다시자신들의구미에맞는왕을앉혀놓느냐로,서로눈에가시처럼견제를하는구도의설정이기억을잃어버린한사관이란주인공의눈으로스릴과역사소설의참맛을간만에느끼게해준재미를보여준책이다.

조선의왕조는그정통성때문에오랜세월동안그들나름대로의약해진왕권을유지하기위해때론훈구파,때론신구파로나뉜신하들을이용함으로써견제의틀을유지하며나름대로의혈통보전을인정해왔단사실을토대로볼때위의소설은비록가상의인물과가상의사건흐름을구성하고있다고는하지만결국저마다의야망과욕심때문에벌어진사태를두고누가이번기회는이겼고,실패했는지를인정했을뿐결코온전한나라의정통성은시시때때마다불안의기미를보였단점에서위의소설이시사하는바는크다고할수가있겠다.

같은혈육임에도믿지못하는왕가의사람들,한낱백성이지만사관으로서순리대로처리하고자했던민수영이란자의처신은실로눈물겹다.

성종이하나의인간이었다면당연히한명회를처리하고도남았겠지만군주의순리대로하자면무엇보다조선과백성을위해야했기에한템포거둔그심정은오죽했을까싶은생각이들만큼감정몰입도가높은가독성을지니게한다.

그와중에도서로의실리를얻기위해타진하는과정은권력이가진구린속성임에도불구하고성종은나름대로의경국대전이란완성,즉양법미의(良法美意),아름다운의미의좋은법을토대로조선의완전한기틀을마련할기회를얻는과정이노련하고냉철한정치인의모습을보여주기에또다른군주로서의입장을생각해보게된다.

자신의목숨을담보로,사관으로서끝까지바른순리대로처신하고했던민수영의모습은저나는새도떨어뜨리고왕을맘대로갈아치울수있다던한명회보다,아비가죽지않았다면정통순리대로자신이왕으로오를수있었을수도있지않았을까하는미련으로살아가는월선대군보다도,혈육을믿지못하며,사관의그릇된행동으로자신의선대왕조의정통성에대한위협을간과할수없었던성종보다도오히려살아가는순리를따지자면가장뛰어난사람이아니었을까를생각해본다.

드라마’공주의남자’란드라마에서보여주듯이역사의단한줄의글로인해많은가상의이야기들이탄생할수있는것을볼때이소설역시저자의허구의세계를그려놨다고는하지만실제로도이런가능성은얼마든지벌어졌을수도있겠단생각이들었다.

1485년조선에서는무슨일이벌어졌을까를두고상상의나래를편저자의활기찬글흐름과역사적인한정된사실과시간을두고그틀안에서촘촘히벌어졌을법한이야기들을다룬솜씨가읽는동안시간가는줄을모르게만들었다.

드라마나영화로나와도재밌는소재란생각과함께차후이작가의다음작품이벌써부터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