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독특한 에세이에 안에 철학적인 면과 소설의 구성이 결합된 알랭 드 보통의 글들은 몰입이 쉽게 되는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첫 작품집을 대한 이후에 꾸준히 그의 출간 책들을 접할 때면 왠지 꼭 읽어야만 속이 후련해지는 그 분위기는 무엇인지….
그가 무려 21년 만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계를 다룬 책을 통해서 이번에도 여실히 그의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결혼—
며칠 전 방송에서 어떤 패널이 우스개 소리로 인간 수명 100세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한 배우자와 50여 년 이상을 같이 살아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되니, 법적으로라도 고쳐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느냐?
비록 웃고자 하는 멘트 성의 말일지라도 결혼이라는 제도는 인류가 태동하고 정착이란 의미로 안주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제도화된 안정적인 장치의 하나로서 생각이 된다고들 하는데, 과연 그렇다면 동화에서 그려지는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이란 결과물인 ‘결혼’을 한 이후에 그들은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요?라는 물음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정의하는 ‘결혼’이란 의미는
결혼 :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의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결혼 : 자신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기이하고 궁극적으로 불친절한 행위
도박이란 말에 역시 알랭 드 보통답다는 느낌이 와 닿는다.
라비와 커스틴이라는 커플의 결혼 생활을 통해서 보이는 결혼의 과정과 결혼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들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되는 이 책은 소위 말하는 두 눈에 콩까지가 껴서 죽고 못 살 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안다고, 필요하다고 느낄 때 결혼하는 과정과 두 사람 간의 친밀한 섹스를 넘어 아이를 낳고 각자가 짊어진 엄마와 아빠라는 명칭에 부합되는 생활에 치이다 서서히 서로에 대해 바라보는 관심의 무 심경한 눈길, 섹스조차도 이젠 부담스럽다가도 거부당했을 때의 자존심 상하기, 그러다 외도와 둘 사이 간의 폭발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말로써 상처를 주는 일들의 정도가 깊어지는 모습을 통해 결혼의 생활을 되새겨보는 일련의 과정들이 어떤 특정 계층의 생활상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지난한 과정들 들여다보는 듯한 상세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하긴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영상과 동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현실과는 동떨어진 행복한 결과만을 보았고 읽어왔기에 이렇게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작고 소심한 일(이케아에서 컵을 사더라도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경향 탓에 다투는 일)에서부터 직장에 관한 한 걱정, 아이들의 교육문제, 그리고 뭣보다 가정 안에서 점점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두 성인들의 본질적인 서로에 대한 배려와 관심, 불만, 이것들이 왜 배우자에게 향하는지에 대한 사례들을 통해 결혼을 하면 더욱 행복한 일들만 가득할 것이란 기대는 현실에서는 영원할 수는 없다는 낭만주의적 연애에 대한 일침을 놓는 글들이 솔직하게 그려진다.
노년에 이른 부부들의 인터뷰를 보면 상대방을 고치려 하지 말고 그대로 인정하면서 살아가란 말을 종종 듣는다.
내 기준에 맞춘 상대방의 어긋나는 행위들을 사랑이란 감정이란 마음으로 우러나와 가르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서로의 모자란 점을 보완해나가는 삶, 그것이 결혼생활을 잘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하는 사례들이 이 책에서도 보이는 바, 어떤 결혼의 생활방식이 옳고 그르다고는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서로의 이상과 가치관의 성향을 점점 알아가는 과정, 그 과정 속에 착오와 오해, 불신, 싸움을 겪으면서 행복한 결혼으로 이르는 생활은 라비의 경우처럼 결혼 16년 차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결혼을 할 준비가 되었다고 하는 이유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든다.
결혼만 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까지 행복한 생활로 접어드는 절차가 아닌 결혼의 시작은 한 사람이 상대방을 어떻게 바라보고 지켜주고, 이해를 하며 서로의 관심을 가지고 이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또 하나의 새로운 인생 시작이란 점, 더 나아가 사랑에 대한 열정만이 아닌 결혼에도 기술이 필요하단 저자가 쓴 이 책은 모두가 생각할 부분들을 던져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