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6년 9월 27일

유리 갈대

유리갈대

유리 갈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3
사쿠라기 시노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일본 문학에서 신 관능파란 이름을 얻고 있는 작가 사쿠라기 시노의 작품이다.

책 표지의 문구인 ‘나는 엄마의 애인과 결혼했다. 그리고….’에서 주는 강렬한 암시가 독자들로 하여금 어떤 내용일지를 궁금하게 하는데, 전체적인 느낌은 ‘허무감’이다.

 

자신보다 40세 이상의 나이 차가 있는 남자와 결혼한 세쓰코-

엄마와 이미 관계를 맺고 있었던 남자였고 그런 남자임에도 선뜻 결혼을 한 이유는 그가 제시한 결혼의 조건 때문이었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당신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조건, 그녀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술집 운영과 남자들과 정을 통해온 엄마로부터 온갖 구박과 어린 나이에  남자 손님들과 경험을 하게 된, 그런 과정을 지켜본 친엄마, 오히려 화대를 갈취하는 친엄마란 존재는 그녀에겐 이미 아무런 감정의 느낌이 없는 사이다.

 

남편이 운영하는 러브호텔 위층에서의 단조로운 생활, 남편 외에도 자신의 직장 상사였던 세무사 사와키와도 관계를 맺고 있는 가운데 남편이 어느 날 차 사고로 의식 불명의 상태로 발견이 된다.

차의 형체는 망가졌고 얼굴의 형상은 알아볼 수 없는 처지에서 그녀는 단가 모임에서 만난 모녀 노리코와 그녀의 딸 마유미와의 관계도 또 다른 사건 속으로 연관이 된다.

 

남편의 후원 아래 자비로 단가집을 낸 그녀는 책 제목을 ‘유리 갈대’라 지었고 단가 모임 회원들로부터 책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과정 속에서 마유미의 신체에 드러난 폭행의 상처를 보고 그것이 가족 내에서 벌어진 일임을 짐작하게 된다.

 

남편의 행선지는 엄마가 있던 장소를 지나쳤고 그렇다면 엄마와의 관계는 청산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또 마유미를 잠시 맡긴다는 노리코의 메모를 통해 양딸의 집에 맡기게 된 세쓰코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첫 장에서부터 세쓰코의 엄마가 운영하는 술집에 방화가 일어나고 그 사건 이후에 세쓰코 남편의 죽음, 마유미를 두고 마유미의 의붓아버지와 벌인 담판, 그의 죽음 뒤에 감춰진 비밀들은 한 편의 긴장감의 느낌을 주지만 조여 오는 숨통이 아닌 하나의 인간과 인간들이 관계를 맺고 이어나가면서 벌어지는 일반 생활의 한 단면들을 보여주는 듯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단가의 제목인 ‘유리 갈대’에서 보인 내용처럼 성애에 주목한 세쓰코의 인생에 대한 해답은 과연 그 어떤 희망도 없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의 기억과 마유미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기억하게 되는 진행을 통해 또 다른 허무함을 느꼈던 것인지를 이리저리 다각도의 방면으로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마유미와 또 다른 방화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을 듯한, 짐작만 할 뿐 세쓰코에 대해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내레이션식의 고백처럼 보여주는 사와키란 인물의 감정을 통해 책 뒷말 미의 반전의 맛도 느껴 볼 수 있는 책이다.

 

이리저리 갈대 줄기에 의지해 흘러가는 모습들을 자신의 삶에 대한 투영으로 비친 세쓰코와 사와키의 존재는 인생의 삶에서 기대조차 할 수 없는 허무감을 너무나도 일찍 간파해 버린 한 여인의 삶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함마저 전해준다.

 

저자 자신의 경험을 되살린 러브호텔의 내부와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그 속에서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의지, 그것에 비한다면 이것저것 모두 의지를 상실한 세쓰코의 모습과도 대비되는 효과를 주기에 저자가 그리는 인생에 대한 그 어떤 기대감이나 희망을 기대할 수 없는 냉소적인 흐름의 느낌을 느낄 수 ㅣ있는 이색적인 작품의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재미를 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