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6년 10월월

지도로 읽는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

지도

지도로 읽는다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 지도로 읽는다
라이프사이언스 지음, 노경아 옮김 / 이다미디어 / 2016년 10월

인간과 신과의 문제-

영원한 그 해결책이란 없는 것일까를 연신 생각하게 하는 요즘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보면 종교는 언제 태동했는지에 대한 원초적인 궁금증과 더불어 개개인들이 믿고 있는 종교의 실체와 그  종교가 인간들의 역사에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좀 더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주제

종교분포

 

종교 지도라고 명명된 책의 특성상 각 글마다 그림과 사진이 곁들여져 있기에 우선은 내가 믿고 있는 종교에 대해서, 또는 타 종교에 대한 설명을 함께 읽어볼 수 있게 되어 있고 종교와 함께 하는 이상 인류 역사에서 영향을 끼친 시대의 흐름과 여전히 지금도 대립 중인 종교 간의 양상, 더 나아가 자신이 갖고 있는 종교의 믿음을 어떻게 갖고 생활하느냐에 따른 행동의 결과가 세계의 흐름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세계 5 대종교에 대한 차트와 함께 시작하는 이 책은 지도를 통해 알아보는 종교의 발상지를 시작으로 종교의 핵심 교리와 종교 안에서도 일신교와 다신교의 차이점, 사후 세계는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있다면 각 종교가 말하는 그곳은 어디를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른 이야기를 전해준다.

 

차례

 

과거의 일로만 치부되는 종교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각 나라와의 종교로 벌어지는 갈등과 대립 양상, 그 뒤에는 초 강대국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재 조명이 눈길을 끈다.

 

기독교의 교파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길에 나서면 보이는 교회의 간판엔 장로회, 예수회, 침례교, 감리교.. 이런 식으로 봐 왔기에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종교의 힘과 그 안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유대인의 등장 이야기는 재미와 함께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기쁨을 준다.

 

미국교회벨트

 

개신교와 가톨릭교의 분리와 다시 정교회로 나뉘고 기독교 안에서도 분파가 생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원인인 성화와 우상 숭배의 배격, 성서의 가르침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서구 유럽권과 동구 유럽권,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펼쳐지는 종교의 퍼짐은 현재의 우리들 이야기를 대변해 주는 것이기에 사뭇 긴장감의 고조 원인과 그 해결 방안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특히 많은 여러 파트에 등장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역사와 유일신을 믿는 그들, 알라의 가르침을 토대로 오일 머니를 앞세운 석유국들의 발전과 여성들의 복장에 대한 의미, 불교의 발상지이지만 오히려 힌두교의 득세로 불교의 퇴락을 거듭한 인도의 불교 부흥의 이야기, 서구에서 발생한 십자군의 영향이 이슬람의 발전된 지식을 가져 옴으로써 오늘날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는 우세의 현황까지, 이 책을 접하다 보면 종교가 구석구석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의 막강한 힘을 보인다는 점에서 새삼 나약한 인간이 의지할 곳을 찾고자 믿는 종교란 차원을 넘어 보이지 않는 손길의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슬람교파

 

인도불교역사

세계는 각국의 이익 타산에 의해 저울질을 한다.

어떤 어젠다가 주어지고 결정을 내릴 때의 심오한 결단의 뒷면에는 이러한 종교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는 자국의 이익이 우선이 되기에 터키의 경우를 통해서 보더라도 아직도 유럽연합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유럽권의 거부로 이행되지 못하는 사례를 들어봐도  종교란 말에는 역사와 이익, 그리고 권력의 힘까지 모두 아우르는 거대한 힘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종교의 본질은 어느 것이나 같다고 본다.

같은 곳을 지향하고 각자가 믿는 종교, 더군다나 정교일치가 아닌 정교분리의 원칙에 의해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자세야말로 이러한 복잡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은데, 막상 접하게 되는 세계의 사건들은 그렇지 못하기에 답답한 면도 없지 않게 느끼게 된다.

 

한 민족의 태동이 종교와 어떤 연관성을 갖고 다시 이동의 역사와 그 안에서의 자립과 자생을 거쳐 오늘 날 상위 극 소수의 퍼센트에 해당이 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부상한 유대인들의 이야기나, 팔레스타인의 분쟁과 티베트의 독립 요구, 불교권 안에서도 분쟁 발생이 이뤄지고 있는 각각의 사례들을 통해 재 조명해 볼 수 있는 이 책은 각 종교에 대한 고루 평등한 배분과 함께 어쩔 수 없는,  곳곳에 할애를 할 수밖에 없는 유대인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저력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책이다.

 

동성과 기독전쟁

 

종교란 이름 하나로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흐름, 그 안에서 음악과 종교와의 관계, 종교를 어떤 해석으로 대할 것인가에 따라 인간의 삶 지도가 달라진다는 책 구성의 편집과 그림은 쉽게 읽히면서도 지식까지 섭렵할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기에  부담 없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눈처럼 희다

 

 

눈처럼희다

눈처럼 희다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2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조용히 투명인간처럼 사는 것’-

 

이것이 생활신조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십 대 소녀 루미키…

스노우 화이트 트롤로지의 시리즈로 전 작인 1편에서 우연찮게 엮인 사건인 ‘피처럼 붉다’에 이어 루미키는 모처럼 이 사건을 뒤로하고 홀로 프라하로 여행을 떠난다.

 

프라하라…

멋진 고성과 중세 동유럽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그곳에서 루미키는 홀로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되는데, 그녀 곁에 자신의 언니라고 밝히는 한 여자가 접근을 한다.

나이는 20세로 이름은 젤렌카라고 말하는 그녀는 루미키의 아버지가 프라하 여행 중에 만난 자신의 엄마와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라고 하는데, 루미키의 입장에선 솔직히 의심스럽기는 당연한 것.

 

하지만 자신의 가족사에 얽힌 왠지 모를 쓸쓸함과 겉으론 평온해 보여도 속에선 어떤 커다란 비밀스러운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루미키에겐 언니라고 밝히는 존재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다.

 

정말 조용하게, 차분한 여행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고 싶었는데, 루미키에겐 그것마저 타국 땅에서 가만 놔두질 않는다.

 

화이트 패밀리라고 불리는, 자신들이 예수의 핏줄이라고 주장하는 컬트 종교단체와 엮이면서 벌어지는 생사를 오가는 프라하의 추격전은 그야말로 한 편의 영화 같은 장면을 연상시킨다.

 

뭔지 모르지만, 정말 자신의 언니일지도 모른단 생각에 두서없이 뛰어든 사건의 현장 속으로 달려가는 루미키는 백설 공주에서 차용된 모티브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 해석을 한 이야기로써 독자들의 새로운 이야기 세상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현란한 동작도 없고, 그렇다고 뛰어난 무술 실력도 갖춘 것 없는 평범한, 아니 오히려 왕따를 당한 아픔 속에 홀로 자신이 살아갈 길을 찾아야 했던 청소년기의 십 대 소녀인 루미키의 이야기는 그 나이 때에 어울리는 첫사랑에 대한 아픔과 그 사랑을 잊지 못하고 생각에 잠기는 평범한 소녀의 인상도 함께 보여줌으로써 상반된 성격 속에 잠재해 있던 소녀감성의 또 다른 루미키를 대하는 맛을 느낄 수가 있게 한다.

 

자살로써 신의 지시를 따르려는 종교 집단, 그 안에서 자란 젤란카를 구하기 위해 사건 속으로 뛰어들게 된 루미키의 활약은 자신의 방송 야욕을 이루려는 또 다른 음모를 노린 방송계의 인물과 엮이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이 집단과의 연관성까지 밝혀내는 과정들이 새롭게 그려진다.

 

전편에 비밀에 쌓였던 남자 친구 블레이즈와의 이별은 다시 해후로 이어질 수 있을지, 결코 엮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림형제의 동화인 ‘흰 눈과 붉은 장미’에서 나오는 자매간의 이야기가 루미키가 젤란카를 결코 외면할 수없었던 비유를 그림으로써 독자들에게 동화적인 이야기 속에 현실적인 차가운 냉혹한 현실을 그려낸 책이라 상반된 이미지를 모두 그려 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성인으로 가기 위한 한걸음을 내딜 적마다 새롭게 부딪치는 사건의 연결성..

과연 루미키는 이 모든 난관을 뚫고 자신의 가족사에 얽힌 비밀과 사랑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다음 3편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족을 붙이자면, 먼 나라 핀란드에서 살아가고 있는 루미키, 그녀 역시 요 네스뵈의 팬이란 사실!

 

                                                                                                                          
                                            

 

라이프 오어 데스(Life Or Death)

라이프라이프 오어 데스 스토리콜렉터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11월

제목이 주는 의미가 의미심장했다.

삶 아니면 죽음이라니…

극단적인 단어를 채택해야만 했던 저자의 의도는 무슨 이야기를 쓰고 싶었길래 이렇게 독자들로 하여금 강한 임팩트를 남기게 했을까?

 

저자의 글들을 접해본 독자로서 이 작가의 특징은 주인공들의 삶 자체가 어떤 현란한 속성에 길들여져 있는 전형적인 인물들이 아니란 점이 눈길을 끌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 역시 긴 여운을 남기면서 여성 독자들에겐 어떤 또 다른 인생의 패턴 속에 진실함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주는 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누구나 그렇듯이 어떤 일들에 우연이란 것이 엮이다 보면 전혀 뜻밖으로 내 인생이 바뀌게 되는 경우를 볼 때가 있다.

이를테면 친구 따라 방송국에 따라갔는데, 친구가 바라던 소원을 안되고 자신은 방송의 일을 하게 된 경우라든가, 우연찮게 접한 일들이 평생의 직업으로 가지게 되는 경우들..

뭐 이런 경우들이야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운명적인 일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좋은 경우이긴 하지만 여기 이 남자처럼 전혀 다른 인생관을 걸어가게 한 일들이 엮이게 된다면, 과연 우리들이 이 남자의 경우와 같다면 어쩔 것인가? 에 대한 물음이 주어진다.

 

오디 파머-

텍사스 교도소에 수감 중이고 내일이면 형기를 마치고 석방이 된다.

그런데 만기 출소 하루를 남기고 그가 홀연히 행방을 감추는, 말 그대로 탈출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교도소는 발칵 뒤집힌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왜 하루만 잘 버티면 자유인의 몸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함을 거부하고 그는 탈출을 해야만 했을까? 에 대한 의문을 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저자는 독자들의 시선을 좀체 놓아주질 않는다.

그의 죄목은 10년 전 무장강도로 인해 7백만 달러의 돈을 강탈한 범인으로 현장에서 잡히게 된 것이며 그 당시 현장에서 그의 형인 칼은 행방불명의 상태, 나머지 두 명은 사살이 된 것으로 세간의 이목을 받다가 어느새 세월은 그렇게 흘러간 것이었다.

푸릇했던 청춘이 이젠 장년의 나이로 접어들 정도의 시간을 가진 그, 교도소에서 시시각각 죽음과 맞대면하면서 살아오던 그가, 무사히 하루만 넘기면 석방이 되는 그가, 왜, 왜, 왜,,,

그가 탈출을 함으로써 옆방 동기인 모스가 집중적인 취조를 받게 되지만 그 역시도 그가 무슨 이유로, 어디로 탈출을 했는지 모르는 상태이긴 마찬가지-

 

저자는 오디의 추적을 행하는 여러 방향의 눈들과 모스가 어느 사람들에 이끌려 오디를 찾아내지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협박을 받게 되면서 그 역시도 오디를 찾아 나서는 일촉 일발의 여정을 그려나간다.

 

사실 알고 보면 오디는 평범한 생활을 하던 청년이었지만 어느 순간 자신을 심복처럼 부리던 사장의 눈에 들어 평범한 세계로 들어서는 기회를 버리게 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사장 집에 있던 벨리타와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은 그 둘에게 어김없는 가련한 시련을 안겨주면서 결코 돌아올 수 없는 인생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과정이 현재와 과거, 그리고 그를 추적해야만 하는 입장인 발데스 보안관, 그의 사건을 다시 재조명해보려는 난쟁이처럼 키가 작은  콤플렉스를 지닌 FBI 여성 수사관 데지레 퍼니스 간의 대결과 추적도 이야기의 긴 여정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읽으면서 당시 사건에 대한 사고로 머리 부상을 입었다 하더라도 오디가 좀 더 적극적인 해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건의 구성 장치와, 벨리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버린,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짙은 애수와 향수, 그리고 진정한 사나이의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것이란 것을 오래간만에 느끼게 해 준 복합적인 이야기들의 구성들이 저자의 글이란 느낌이 확실하게 와 닿도록 그린 것이 인상적으로 다가오게 하는 책이다.

 

스릴 장르 치고는 속도감에선 느리지만 여전히 주인공을 따라 그가 나서는 모든 장소와 사랑에 대한 추억에 대해서 독자들은 한없는 응원과  오디란 남자의 행동을 통해 독자들은 외면할 수 없는 아련함을 느끼게 해 준다.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물로 전혀 그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예상치 못한 인생을 겪은 오디 파머-

그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사랑하는 여인과의 평범한 삶이었을 텐데, 이 책에서 보여준 것처럼 저자는 권력의 유지와 그 이상을 쟁취하기 위해 법을 이용해 어떻게 한 인간의 인생을 허물어뜨리고 유지하려 하는지, 비밀을 감추기 위해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끝까지 죽이고자 사투를 벌이는 자와 그들을 피해 자신이 사랑한 여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하는 오디란 인물의 상반된 인생 이야기를 통해 뜻하는 대로 흘러가는 인생은 별로 없다는 사실, 그런 가운데 인간들의 부단한 인생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쟁취 의욕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함으로써 한 권의 책에서 인생의 다양한 이야기를 접해 볼 수 있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

 

영화로도 개봉 예정인 ‘리브 바이 나이트’가 많이 연상이 됐다.

남자의 잊으래야 잊을 수없는 약속, 그 약속 안에 진정한 사랑의 약속이란 어떤 것이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는지, 배경과 이야기의 구조는 다르지만 탈출을 할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고 나면 더욱 오디란 인물에 푹 빠져 버리게 되는 책-

 

인생은 짧다.

사랑은 무한하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라.

 

마이클 로보텀의 출간 작품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됐다.

13시간… 그 누구에게는 피 말리는 시간

1313시간 형사 베니 시리즈 2
디온 메이어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6년 10월

베니 그리설 시리즈 2부에 속하는 책이다.

 

전 작인 ‘악마의 산’에서 사건을 해결하고 술을 끊은 지 156일째가 되는 베니-

여전히 아내 안나와의 사이는 평행선을 달리고 딸은 런던으로 새로운 경험과 여행을 하고자 떠난 상태인 나날들…

 

 

경찰 경위로서의 몸을 담고 있는 가운데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맡게 된다.

묘하게도 두 사건을 담당하는 두 후배들 사이를 오고 가며 사건을 해결하려 애를 쓰는데, 두 가지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이 되어 벌어진다.

 

한 소녀가 산을 넘어 누군가를 피해 배낭을 지고 도망을 치고 있다.

산책 길을 나선 한 부인을 만나게 되고 경찰에 연락해줄 것을 부탁하곤 급히 다시 사라지는 소녀, 그녀의 이름은 레이첼, 친구가 살해되면서 흑인과 백인들로 이루어진 젊은 청년들로부터 추적을 받기 시작한다.

 

한편 남아공의 대표적인 음악 대표로서 손만 대면 대박을 터트리는 권위자인 애덤이 자신의 자택에서 총에 맞은 채 죽은 시체로 발견이 된다.

발견 당시 알코올 중독자인 아내의 손에 애덤의 총이 쥐어져 있었고 아내는 결코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곧 경찰의 조사가 시작이 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건 속의 연관성은 무엇일까?

책의 두께가 전 작과 같이 벽돌의 두께를  연상시키지만 이야기의 본격적인 연결성은 중반이 넘어가서야 전작인 ‘악마의 산’처럼 드러나게 된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자신의 나라가 안고 있는 역사적인 인종적인 분열 문제와 정치권의 세력 다툼이 누가 쥐느냐에 따라서 인종 간의 권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느 인종을 우선적으로 선별해 혜택을 줄 것인지에 대해 대표적인 경찰계의 알력을 보여주며, 아프리카 음악계의 여러 분야를 다양하게 들려주고 그 안에서의 이권과 음반계의 어두운  내면과 탈세를 감추려 벌어지는 속삭임들을 두 가지 이야기를 통해 잘 버무리고 있다.

 

처음 새벽 5시 36분에 시작했던 이야기는 저녁 7시 51분에 이르러서야 사건 해결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루의 13 시간 안에 긴박하게 돌아가는 두 가지 사건의 멘토를 해주랴, 안나와의 만남을 통해 전혀 뜻밖의 새로운 충격에 휩싸이는 일들까지, 시종 베니를 가만두지 않는 저자의 글 속성상, 독자들은 여전히 남아공이 품고 있는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접 경험할 수가 있게 한다.

 

누구에게는 결코 잊지 못할 피 말리는 시간…

레이첼은 과연 무사히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인지, 애덤과의 관계는 있는 것인지, 경찰까지도 믿지 못하는 배낭 여행객으로서의 타국에서의 생명의 위험성을 느낄 만큼 그녀가 간직한 비밀은 무엇인지, 독자들을 애가 타게 만드는 저자의 이야기 비밀들은 사건 하나에 엮인 다양한 인종들의 아픈 사연과 그 아픈 사연들 속에는 아프리카의 각 나라가 지닌 정치적인 현황에 맞물린 힘없는 보통의 국민들이 겪는 비참한 삶을 폭로하고 있다.

 

 

여전히 인종 간의 불평등한 차별은 언제쯤 해결될 수 있을지, 소수 우대자 정책에 의한 흑인 위주의 선별 정책에 의해 한 직으로 밀려나다시피 한 백인 베니의 사정도 그렇지만 여기선 혼혈인들의 분통 어린 애환이 담긴 대목들이 인상적이었다.

 

아파르트헤이트가 없었을 당시엔 백인들이 우세하더니 정책 실현 후에는 흑인 우대정책으로 바뀌면서 백인들 틈에 끼이지도, 그렇다고 흑인들 틈에 끼지도 못하는 혼혈인들을 멸시하고 같은 경찰 직이라 하더라도 서로의 파트너를 거부하려는 머리 속에 박힌 인종 정책의 현실은 남아공의 또 다른 여건을 들여다보게 된다.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촉을 세우는 베니의 행동 속엔 분명 경찰로서의 사명감이 들어 있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 볼 때는 한없이 나약하고 위축된 삶 속에 이제는 별거를 통해 또 달리 생각하게 되는 결혼의 의미와 자식들의 문제들을 고민하는 아버지로서의 책임감들을 통해 여전히 우리들 아버지의 모습들을 생각하게 한다.

 

두 가지 사건 속에 현재의 남아공 실태를 잘 보여준 저자의 글을 통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책, 마지막 3부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게 한 책이다.

플루언트….영어 유창성의 비밀

플루언트플루언트 – 영어 유창성의 비밀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방송에서 각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알려주는 패널로 자주 등장하는 조승연 씨가 자신의 경험담을 기초로 세계의 공통으로 쓰이는 언어 중 하나인 영어에 대한 책을 출간했다.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독일어와 라틴어는 독해 가능, 최근에는 한문과 중국어에 집중하며 동양 언어 공부에 매진한다고 하니 그의 학구열이 대단하단 생각과 함께 얼마 전 EBS 세계 테마 여행이란 코너에서  모나코를 방문해 유창하게 불어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외국생활로 다져진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아냈다.

 

우리나라의 영어에 대한 사교육의 열풍은 거세다.

유치원서부터 영어 유치원을 따로 보내는 부모들이 있을 정도로 영어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물론 취업준비생, 각 회사에서 근무하는 바이어 담당자들까지..

각기 분야에서 필요로 하지 않을 곳이 없을 정도로 밀접한 부분이기에 우리나라의 말 구조 자체가 다른 영어를 배운다는 것을 솔직히 말해 쉽지만은 않다.

 

중학시절만 해도 그저 교과서 위주의 영어책을 외우다시피 하고 단어 따로, 독해 따로…

이런 분류를 거쳐서 대학까지 갔지만 막상 외국인을 대할 때면 꿀 먹은 벙어리로 전락해버리는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 저자는 영어를 배우기에 무엇이 부족한 점이었고 간과한 부분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려준다.

 

어떤 것이든 나 자신의 호기심이 발동되어 공부를 하는 것 다르고 주입식으로 하는 공부의 차원은 다르다.

여기서도 지적했듯이 우선 영어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우리나라 말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알고 넘어가는 문제부터 시작되는 글은 영어 문법, 단어, 문맥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에까지 이른다.

 

무작정 시험기간에 맞춰 암기 위주식으로 외우는 과목들은 대부분 그 시험기간이 끝나면 잊어버린다.

하지만 자신이 왜 이 과목의 어떤 특정한 부분에 대해서 궁금증을 갖고 그 원리부터 파고들어 공부를 한다면 시험이 끝나고 오랫동안 머리 속에 기억이 남듯이 영어공부도 이런 원리로 한다면 훨씬 골치 아픈 것이 아닌 진정으로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것에 수긍이 가게 하는 저자의 공부 방식은 지금처럼 필수인 영어를 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많은 깨우침을 줄 것 같다.

 

기계적으로 번역기가 있어 쉽게 해석이 되지만 사람의 감정이 실린 영어들은 아무리 잘 해석이 된 문장이라도 직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꼬집는 저자는 영어를 잘하기 위한 초보의 단계로서  영어 공부의 걸림돌 5가지를 이해한 후에 그다음으로 문장, 단어, 문맥에 대해 자세한 부분들을 다룬다.

특히 영어의 순서는 우리나라의 언어 순서와 다르기 때문에 주어+동사의 중요성을 꼭 짚고 넘어간 부분들은 기초적인 공사가 왜 필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영어분석

 

영어분석2

한때는 단어만 많이 알아도 의사소통이 된다는 말이 있었고, 실제 바디랭귀지 외에도 드문드문 단어만 말해도 일맥상통한 면들이 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말하고 싶다면 공부법의 기초부터 제대로 해야 되지 않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가 그동안 공부한 예시들은 머릿속에 내장된 기억이란 공간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시기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활용의 자세가 눈에 띈다.

 

영어문맥

 

우리는 문법을 무턱대고 암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법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사실 어느 나라의 언어이건 문장을 만드는 방법에는 일관성이 있다. 우리가 모국어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미리 외운 문장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들을 때도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듣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장을 만드는 규칙에 일관성이 없는 언어는 소통의 매체가 될 수 없다. 문법 공부란 이 논리적 일관성을 관통하는 사유적 훈련이다. 문법을 외우기만 한다면 외국어를 백날 배워도 유창한 문장은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런 연유로 미리 외워두는 문법 공부는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 된다. – p131

 

한 나라의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필요한 그 나라의 고전이나 철학, 예술분야를 같이 곁들여서 배운다면 더 쉽고 친근감 있는 영어 배우기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되고 더불어서 감정 소통까지 가능한 수준의 유창성의 비밀을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담은 책이기에 누구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킬러 넥스트 도어…당신 이웃 집에 살인마가 산다면?

킬러넥스트킬러 넥스트 도어
알렉스 마우드 지음, 이한이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10월

요즘 같이 아파트 생활이 밀집해있고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생활을 터치하지 않는 독립된 공간이 더욱 발달된 곳에서는 옛날처럼 이웃 간에 서로 얼굴을 대하며 살기란 쉽지가 않다.

바쁜 생활과 사생활의 보호 차원에서 서양처럼 누가 새로 이사를 오고 들어왔는지에 대한 정보조차 알기 쉽지 않은 이 시대에 만약 내 이웃에 살고 있는 사람이 살인마라면?

 

얼굴에 “나는 살인자다” 란 뜻을 표시하지 않는 한 이러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의 실체를 대한다면 과연 우리들은  어떻게 행동을 하게 될까?

 

2015 매커비티 상 최고의 미스터리 소설 부문을 수상한 작품답게 영국의 남부 외진 곳 노스본 32번가 아파트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위의 건물들이 새롭게 변화를 겪고 있지만 유독 이 아파트만은 변합없는 노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곳에 들어살고 있는 사람들이 사정도 딱하기는 매한가지다.

모두의 속사정들을 알기는 쉽지 않지만 적어도 한 가지씩의 비밀들은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맨 위 다락방에 살고 있는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고독남 토머스, 정치적인 망명절차를 신청하면서 결과를 기다리는 이란인 호세인, 은둔형에다 외톨이의 성격을 지닌 음악 선생 제라드, 사회보호센터를 나와 거리에서 술 취한 남자들을 유혹하면서 돈을 빼앗고 상점이나 마트에서 물건을 슬쩍해서 팔거나 가지고 오는 15세 소녀 셰릴, 그리고 70 평생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이 아파트 지하에서 살아가고 있는 베스타 할머니까지,,,,

여기에 자신의 사장이 어떤 남자를 죽음에 이를 정도로까지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3만 파운드를 들고 도망 다니다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게 된 콜레트까지…

 

이들의 비밀들은 고이 간직한 채 서로가 서로에게 터치를 하지 않고 살아가지만 사건은 이상한 곳에서 터지게 된다.

베스타 할머니의 하수구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고 오물이 넘쳐나면서 악취가 풍기는 일들이 발생하자 집주인에게 항의를 하게 되는데, 그 일이 발생하고 난 후에 셰릴이 폭행당한 몸을 보살피다 집으로 오게 된 베스타 할머니는 누군가가 자신의 주방에 들어온 것을 목격, 이후 자연적인 방어의 목적으로 그를 죽이게 되고, 알고 보니 그 죽은 시체는 노랑이 집주인이란 사실에 경악을 하게 된다.

 

당연히 경찰에 알려야 하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 그 누구도 원치를 않는다.

각자의 비밀이 탄로가 나게 되면 바로 각자의 인생 방향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가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는 결국 자신의 비밀을 지키고자 하는 무언의 동조로 인하여 집주인 시체 처리를 하는 데까지 합심하게 되는데…

 

아파트의 이상한 냄새의 원인을 무엇이며 하수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름덩어리들의 정체는?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살인마는 자신이 사랑하게 된 여인을 고이 곁에 두고자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행했던 미라 수준처럼 시체 처리를 완벽하게 실행하면서 이러한 부순 물  발생으로 인해  악취가 나게 되는 바,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러한 냄새를 인식하면서도 결코 그 원인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이웃 사람들의 무심함, 베스타 할머니만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악취와 오물로 인해 집주인에게 항의를 하면서 이 냄새의 원인은 우연찮게 돌고 돌아 결국 밝혀지는 범인과의 대조 장면이 조마조마하게 그려진다.

 

인간의 끝없는 그릇된 이상한 상태의 ‘사랑’법에 대한 야욕과 욕망, 여기에 더불어 자신을 뒤좇아 끈질기게 생명의 위협을 받는 콜레트의 시선과 베스타의 시선, 셰릴의 시선들이 번갈아가면서 그려지기에 범인이 처음에는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더 나은 인생의 길을 찾기 위해 독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콜레트의 결심이 사뭇 인간의 비장함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서로 인연이 없었던 사람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서슴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인간들의 내면에 실린 양심과 비양심 간의 고민들,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인연이 맺어지는 가운데 경찰들의 범죄와의 결탁들은 콜레트의 행방으로 인해 밝혀지는 일들까지, 좁고 낡은 아파트에 갇혀 살고 있는 사람들의 하루하루 임대료 생각과 외부인에게 자신을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심리, 살인의 맛에 길들여진 범인의 그릇된 환상으로 인해 죄 없는 여인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일들까지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 치고는 끔찍함이 전해져 오는 상세한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헐리우드 영화 예정답게 시종 작가의 허를 찌르는 장면과 사람의 심리 안에 도사린 냉혈함과 이기심,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다시 해피한 결말들이 보이는 장면에서 속 시원한 느낌마저 주는 책이기에 스릴과 행복한 기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영국 양치기의 편지…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양치 영국 양치기의 편지 – 대자연이 가르쳐준 것들
제임스 리뱅크스 지음, 이수경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0월

몇 해전에 대관령 목장을 관광차 들렀던 적이 있었다.

비는 종일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였지만 양들이 함께 모여 있는 우리를 보려고 너도나도 비를 맞으며 중국 관광객들 틈에 끼여서 보았던 양들의 모습이 이 책을 읽으면서 겹쳐 보인다.

 

어릴 적의 알프스 하이디에서 나오는 양들의 모습을 기대했던 나에겐 당시 양들이 품고 있는 특유의 동물적 냄새와 워낙 사람들이 많이 오다 보니 무감각해져서 그런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풀들을 연신 먹어대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의 높은 고지대의 대관령에서 불어닥치는 비바람과 푸르다 못해 시린 풀빛들, 건초더미와 함께 모여서 이리저리 울며 야금야금 먹어대던 양들의 모습이  진짜 양치기의 손에 의해 그 모습이 쓰인  글들을 접하니 새삼 책 표지의 컬러와 함께 가슴속으로 공기의 양이 넘쳐 흐름을 느끼게 된다.

 

저자가 살고 있는 이 곳은 영국 레이크 디스트릭트라는 곳으로 국립공원 안에는 양치기가 있다고 한다.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의 인구수는  43000명이지만 외지 방문객은 연간 1600만 명에 이른다고 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자연과 양들이 어울려 사는 모습을 보려고 몰려드는 관광지로서도 유명하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의 이 지역에 대한 소개는 정확하게 잘 그려진 한 폭의 그림 같단 생각이 들 정도 저자가 그리는 이 지역의 생태와 그 안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도심 속에서 지친 심신을 풀어주는 릴랙스와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양치기2

 

적어도 3대가 그 지역에 살아야 인정을 받는 곳답게 저자는 사계절의 모습 속에 드러나는 일상 삶에 대한 모습들을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근간에는 어릴 적 할아버지와의 추억과 위대한 산과 같았던 할아버지의 죽음을 보게 된 저자의 성장과 더불어서 곧 그 자신이 이 곳을 벗어나 대도시로의 삶을 지향하기 위해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하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삶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곧 결국 고향에 돌아오게 되면서 양들과 함께 하게 된 삶의 일상적인 모습들은 양을 키우면서 양치기의 우선이 아닌 철저하게 양들을 먼저 , 그리고 땅을 우선시하는 자세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양치기의 첫 번째 규칙 : 내가 우선이 아니라 양과 땅이 우선이다.
두 번째 규칙 : 상황이 항상 내 뜻대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규칙 : 그래도 군소리 말고 계속 일한다.

 

언뜻 보면 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실 말할 수 없는 양들을 대상으로 양의 출산서부터 성인 양으로 키워지기까지의 양치기 자세,  비록 이것이 어느 한순간에 이뤄진 성공적인 도시 삶과는 다르지만 거대한 자연 앞에서 같이 동조하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자연과 함께, 그리고 양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양치기1

 

또한 너무나도 유명한 피터 레빗의 작가인 포터가 후원했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자연경관과 양치기들의 일심동체의 삶의 포착은 외지인의 눈에 볼 때는 무척 신선한 느낌을 주게 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지역의 소식들과 양들의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시작한 이 양치기 신분이란 이름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한 저자의 삶, 또한 쉽게 도심을 버리고 오기란 쉽지만은 않았을 터인데도 이 곳에 조상들이 살았고 자신 또한  이 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용기가 대단하단 느낌을 준다.

 

무려 600년 동안  레이크 디스트릭트 목장을 운영한 저자의 가문도 대단하지만  이 곳에서 오랫동안 자연과 더불어 삶을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생초보 양치기로서의 시작이 이제는 전문적인 양치기로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 목장 안에서도 삶의 탄생과 죽음을 통해 자연의 이치란 섭리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모습들까지도 ‘월든’의 영국 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좀 더 나은 생활의 편리를 위해 자연의 일부분을 훼손하면서까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이 시대에 자연의 소중함과 위대함, 그리고 그 거대함 앞에서 겸손과 한 몸으로 같이 살아가는 이 곳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책이다.

 

 

 

 

 

길 위의 소녀

길위의소녀

길 위의 소녀 – 개정판
델핀 드 비강 지음, 이세진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성장 소설들을 별로 접하진 않지만 때때로 아주 이렇게 좋은 책을 왜 진작에 안 읽고 있었지 하는 나 자신을 꾸짖을 때가 있다.

더군다나 그것이 절판이란 소문을 들었을 때는 무척 안타깝게 여긴 적도 있었고 내가 읽었을 때 지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미처 알려주지 못했을 때도 그렇다.

 

이미 2009년도에 출간되어 나온 책으로 이번에 새롭게 표지도 더욱 세련되게 바꾸어서 출간이 된 ‘길 위의 소녀’-

 

제목과 표지가 주는 느낌이 상당히 내용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 듯싶게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살아오면서 때때로 내 맘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부분은 세상과 타협을 하고 일부분은 수동적인 자세로, 또 일부분은 그것이 설령 진실에 가깝지 않다 하더라도 이미 세상의 어떤 기조의 흐름에 몸을 맡겨버린 세대들이라면 그 또한 넘어가고 말게 되는 것이 세상살이의 이치 중 한 부분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 보이는 두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서 오래간만에 눈물을 떨어뜨리게 한 진한  감동을 전달받는다.

 

전혀 상반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소녀, 살고 있는 곳, 나이, 학력, 그 어떤 것을 굳이 맞추어 보려 해도 맞출 수가 없는 그 두 사람의 관계는 일반 사람들의 눈에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보인다. (겉 부분에 한해서만…)

 

13살의 IQ 160의 영재인 ‘루’는 두 학년을 월반하고도 일등을 놓지 않는 수재이긴 하지만 신발 끈 하나 제대로 매듭을 지을 수없는 지적 조숙아란 판정을 받은 아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언니와 오빠 뻘 되는 아이들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긴 하지만 루는 외롭다.

선뜻 손들고 활발히 발표를 할 수 없는 행동의 소심함, 머리 속에서 생각하는 부분들을 목소리로 표현해서 내뱉는 행동 자체가 괴롭다.

그러던 루는 학교 발표주제로 ‘노숙자’에 관해 조사를 하고 발표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이후 파리 시내 기차역에서 노숙하는 소녀 ‘노’를 만난다.

 

정식 이름은 ‘놀웬’일지만 그녀 스스로 ‘노’라고 부른다.

나이는 루 보다 많은 18살이지만 그녀를 처음 본 인상은 피곤에 찌들고 옷은 더럽고 머리는 헝클어져 며칠을 감지 않는 상태,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예쁜 얼굴을 가진 소녀다.

루는 자신의 숙제 얘기를 하면서 만나줄 것을, 도움을 줄 것을 부탁하게 되고 이후 두 소녀는 약속을 정하고 만난다.

 

왜 ‘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거리의 노숙자로 살아가는 것일까?

직업을 왜 갖지 않는 것일까?

두 소녀는 서로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을 매개로 서로에게 길들여져 다.

바로 ‘외로움’이란 공통점-

 

겉으로 보기에 명석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루’에겐 어린 동생을 잃은 충격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다시피 살아가는 엄마가 있고 때론 숨죽이며 벅차오르는 슬픔을 억누른 채 아내와 딸을 보살피며 살아가는 아빠가 있다.

그들의 가정은 일반적인 가정의 표상이지만 기쁨이나 설렘, 대화 체가 거의 없다시피 삭막한 가정이다.

‘노’ 또한 어린 나이에 성폭행을 당한 엄마로부터 출생한 이력과 조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했던 아픔을 지니고 끝내는 엄마로부터 버림을 받은 후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불운한 소녀다.

 

처음에 ‘노숙자’에 대한 실태를 취재하고자 만난 사이는 이내 두 사람 간의 공통점을 기회로 ‘루’는 ‘노’에게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려 자신의 집으로 오게 하는 결정을 짓게 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흔히 거리나 지하철 안에서 보게 되는 노숙자들의 모습이 많이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 보는 실정과도 비슷하게 파리에서도 이러한 모습들을 묘사한 장면들은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살아가지? 란 물음에서 ‘루’가 생각했던 저마다의 ‘사정’들이 있기 때문이며 그들이라고 결코 이렇게 삶을 원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란 생각이 많이 들게 한다.

 

나이차를 넘어선 두 소녀의 우정은 또 한 사람의 ‘외로움’을 반항아적인 기질로 드러낸 뤼카를 통해서 다른 모습의 행태를 볼 수 있게 한 저자의 등장인물들의 동선들은 억지스럽지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삶의 모습을 재현해 냈다는 점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 살아오는 내내, 난 어디에 있든지 언제나 바깥에 있었다. 난 항상 이미지나 대화의 바깥에 동떨어지고 어긋나 있었다. 마치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말이나 소리를 나 혼자만 듣는 것 같았다. 나는 액자 바깥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유리창 저편에서 그네들이 빤히 듣는 말을 나만 못 듣는 것 같았다.’

 

조숙한 ‘루’의 생각대로, 자신의 의지대로만 하다면 ‘노’는 얼마든지 갱생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지만 ‘루’가 바라 본 세상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삭막하고 냉철하며 이기적이었기에 한층 성장하는 단계의 소녀에겐 커다란 상심을 안겨준다.

 

 

우리는 초음속 비행기를 띄우고 우주에 로켓도 발사한다.
머리칼 한 올이나 미세한 살갗 부스러기 하나로 범인을 잡아내고,
3주나 냉장고에 처박아 두어도 주름 하나 잡히지 않고 싱싱하게 유지되는 토마토를 만들어 내며,
손톱만 한 반도체 칩에 수십억 가지 정보를 저장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죽어가도록 그냥 내버려둔다

 

 

프랑스뿐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거리의 노숙자 문제는 ‘루’와 ‘노’란 두 소녀의 눈을 통해서 사회의 부조리한 법 체계, 완력으로만 나타낼 때의 폭력만이 아닌 소리 없는 무언의 폭력이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 ‘사정’에 근거해서 생겨난 노숙자들의 빈곤 문제와 식생활 해결 문제들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 문제로서의 심각성과 그 해결성에 대한 생각을 촉구시키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는 함께인 거지? 그렇지?’

 

이 말의 대사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하루하루 버티기가 삶의 한 연장선이었을 ‘노’의 간절한 ‘버림받음’에 대한 애정의 결핍은 ‘루’가 ‘노’에게 그런 일을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세상의 잣대는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는, 행동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노’를 생각하면 아픔과 함께  진한 여운을 남긴다.

 

원제인 No ET Moi로 (‘노와 나’)로 이 작품으로 저자는 프랑스에서 큰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두 소녀의 각별했던 우정을 통해서 ‘루’는 다시 ‘노’를 만나게 될 수 있을까?

이 사건으로 크게 성장한 ‘루’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내본다.

 

‘루’!

넌 세상 그 누구보다도 하기 힘든 결정과 행동을 했으며 그것이 비록 네 뜻대로 세상에서 받아들여주지 않았지만 마랭 선생님 말씀처럼,

 

“포기하지 마요.”

 

그렇다면 언젠가는 저 멀리서 그녀만의  블루종을 입은  ‘노’를  만날 날이 있을 것이라고, ‘노’도 결코 너를 잊지 않았을 것이라고,  내 곁에 있다면 토닥토닥 위로를 해주고 싶게 한 소설이다.

악마의 산

악마의 산

악마의 산 형사 베니 시리즈 1
디온 메이어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6년 10월

거의 일 년  더 지난 후에  다시 접한 남아공의 작가 디온 메이어의 작품이다.

작년에 처음 만난 작품이 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프로테우스’였다.

 

사연 많은, 그렇지만 자신이 속한 나라의 역사와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었던 킬러 토벨라는 전 작품에서 만난 여인의 아들인 파카밀레를 양아들로 호적상 올리고 둘 만의 시간을 갖고 살아가기 시작하지만 주유소에서 두 명의 총을 든 범인으로부터 파카밀레를 잃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두 범인은 재판을 받기도 전에 탈출,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

 

여기 한 사람의 유능한 형사가 있다.

40이 넘도록 승진의 기회는 소수자 우대정책에 의해 밀려난 지 오래, 더군다나 알코올 중독에 빠져서 부인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술을 끊지 않으면 영영 이별이란 통보를 받고 집에서 쫓겨난 실정이다.

 

그의 이름은 베니 그리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도 나가기도 하지만 여전히 형사란 직업에서 오는 죽음과 살인을 밥 먹듯이 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와 여러 가지 감정이 겹치면서 아이를 상대로 강간한 사람들을 아프리카 특유의 칼, 특히 아세가이라고 불리는 줄루족의 전통 방식을 따르는 칼을 이용해 처단하는 살인자를 잡으려 사건에 투입이 된다.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틴이다.

콜걸로서 지금 목사 앞에서 고해성사를 하고 있다.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왜 콜걸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와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하는데,,,

 

책의 구성은 이렇게 세 사람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연신 바쁘게 그려진다.

각자의 인생이 담긴 부분들이라 솔직히 책의 두께와 사건의 흐름에 본격적으로 감정 이입이 되기까지 지루한 면을 느끼는 바가 적지 않게 그려지지만, 남아프리카 특유의 정세와 그 안에 담겨있는 인종들의 다양한 인생 역정들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좀 참으면서 읽어볼 필요가 있음을 알게 된다.

 

전작인 프로테우스에서 보인 바대로 저자는 자신의 나라인 남아공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유아 강간사건에 담긴 오랜 그릇된 생각에 일침을 가한다.

에이즈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보균자와 환자들이 있는 나라답게 병을 고치기 위해 영유아와 성관계를 하면 나을 수 있다는 미신 비슷한 생각을 갖고 이를 행하는 강간범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내용과 자신의 양아들을 잃어버린 뒤 법의 허술한 체계 때문에 도망을 하게 만든 체제에 이미 불신을 하고 있는 토벨라로 하여금 자신 스스로 이러한 극단자들을 처단하게 만든 저자의 필력은 시원스러우면서도 그리설이 주장하는 대립된 생각의 차이점을 통해 또 다른 고민을 하게 만든다.

 

세 사람의 어떻게 연관이 되어 하나의 사건으로 모이게 되는지는 중반부를 넘어가야 나올 만큼 개개인들이 겪어 온 인생사는 남아공이란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의 현 실정을 보여줬다는 점, 그 안에서 백인은 백인대로 소수자 우대 정책 때문에 승진의 기회를 못 잡는 현상,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몇 푼 벌지 못하는 데서 오는 미혼모로서의 한계를 콜걸이란 직업으로 나가게 만든 세태의 유혹, 마피아의 중간지로서 천혜의 조건을 지닌 남아공의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마약상들의 비밀 아지트로서의 각광을 받는 점들을 통해 지금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세 인물의 동선과 개인사를 통해서 독자들은 이 나라에 대한 이해를 할 수가 있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라가 해주지 못한 점을 스스로 처단코자 한 토벨라를 과연 살인자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다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베니가 말한 부분처럼 아무리 나쁜 죄를 저질렀어도 개인적으로 처단을 한다는 행위는 용서받을 수없다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사람이 사람을 사형시키는 제도와 처벌의 한계는 어디까지 둘 수 있는지에 대해선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부분들이기도 하다.

 

술에 절은 형사 시리즈는 많다.

저자들이 모두 다르지만 아마도 공통적으로 그린 점들에서 알 수 있듯이 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는 느낌이 이 책에서도 가깝게 느껴진다.

이 책에 이어서 다른 베리 형사 시리즈가 출간이 됐고 나온다고 한다는데, 확실하게 알코올을 끊는 형사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인지, 또한 토벨라는 이미 죽은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독자들로 하여금 다음 책을 기대해 보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시원한 오토바를 타고 씽씽 날아갈 듯 달리는 토벨라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 더불어서 만약 살아있다면 베니와 다음 기회에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완결 시리즈를 빨리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숀 빈 주연의 형사 베니 시리즈로 3부작 영화화 한다는 책의 띠지 문구처럼 어떤 화끈한 액션이 나올지, 책 속에 녹아 있는 남아공의 모든 정경들을 기대해 본다.

패신저 23

패신저23

패신저 23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염정용 옮김 / 단숨 / 2016년 9월

독일의 스릴러를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인 제바스티안 피체크-

 

그가 또다시 새로운 작품으로 우리들 곁에 돌아왔다.

그것도 기존의 스릴과 함께 이번에는 전혀 새로운 공간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해외여행의 자유화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욕구 충족의 패턴은 점차 선진국형으로 바뀌어가게 되는 와중에  그중에서 가장 선망의 대상인 수 송지로서의 새로운 영역이 바로 크루즈다.

항공모함을 연상케 하는 대규모의 크루즈의 경우엔 바다에 떠 있는 하나의 나라란 생각이 들 정도의 어마어마한 수송인력과 각종 여러 가지 설비들을 갖추고 있기에 망망대해를 떠다니면서 어떤 곳에 잠시 기항을 하고 내리면서 겪게 되는 온갖 신기한 장면들을 보는 재미~

 

말로만 들어도 흥분을 감출 수가 없는데 만약 이러한 배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면?

요즘 방송에서 보면 고기 잡는 배에서의 살인 사건도 종종 뉴스를 통해 들어보긴 했지만 이러한 어떤 결과물의 범인들이 잡히지 않고 그저 실종 상태로 결론이 난다면, 아마도 그런 경우를 당한 가족들의 슬픔을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시신 확인조차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달랑 실종이란 두 단어에 의지해 상실의 슬픔 속으로 빠져들어 일상생활에서의 무의미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잠입 수사관 마르틴의 경우가 그렇다.

 

5년 전 술탄호 크루즈 여행에서 아들을 죽이고 그 자신조차도 바다에 몸을 던진 아내의 죽음은 그에게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

그러던 어느 날 게를린데 라고 하는 노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다시 잠입 수사원으로서 승선하게 된 마르틴은 그  배 안에서 자신의 아들인 티미가 갖고 있었던 곰 인형을 가지고 있던 아누크라는 여자 아이를 만나게 된다.

사실 아누크는 배 안에서 이미 실종으로 처리된 된 지 8주가 되었고 그의 엄마도 같은 상태로 사건의 해결은 완결 지어진 상태였지만 어떻게 실종된 자가 긴 시일이 지나고 다시 배 안에서 나타난 것일까?

우연히도 발견한 이 여자아이를 극히 일부부만 아는 비밀 격리실에 수용을 한 채 마르틴은 어쩌면 자신의 아들과 부인, 그리고 이미 온몸에 강간의 상처를 입은 채로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던 아누크와의 대화를 시도해 보려는 노력을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이 와중에 같은 배에 승선하고 있던 율리아는 그녀의 딸인 리자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일이 발생하자 마르틴은 배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종의 어떤 느낌을 포착하게 되는데…

 

크루주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실종사건이 교묘히 결합된 이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과 실제 이러한 사건들이 비일비재하게(실종)벌어진다는데서 소재를 착안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전혀 특수 기동대의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의 시간적인 촉박감, 그리고 여전히 그가 드러내고자 하는 인간성 본질의 무너짐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그려낸 소설답게 그동안 반대적인 상황을 그려보지 않았던 나에겐 뜻밖의 사건들의 나열이어서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부모, 특히 아버지가 자녀에게 행하는 강간을 주제로 한 사건들의 소재는 많이 접해봤지만 이번에 그려진 이 소설 속의 행태들은 반대적이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소재로 다뤄졌던 것에 이미 익숙해져 버려 사건 자체의 본질인 인간 본성 안에 내재된 그릇된 행동들을 너무 간과해버린 것은 아니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어리고 힘없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기댈 곳이라곤 부모가 유일한 버팀목일 텐데 부모들 중 한 명은 이미 이성을 잃어버리고 죄의 세계로 발을 디뎠다는 설정 자체가 커다랗게 밀려오는 파도의 힘에 의지해 배를 운항해 가는 크루즈란 공간에서 더욱 섬뜩하게 다가오게 만들고, 처절한 복수와 살인,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결코 어느 문장 하나 놓칠 수없게 만드는 저자의 힘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평균 23명이 바다에 뛰어들어 목숨을 버린다고 하는데서 유래된 패신저 23은 책의 제목처럼 소리없이 정말로 자살로 죽음을 마감한 것인지, 누가 쥐도새도 모르게 살인을 저지르고 바다에 시신을 버렸는지에 대한 온갖 추측을 하게 만든 용어가 아닌가 싶다.

 

배의 운항상의 어려움을 타개해보고자 비밀리에 만든 수술실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속사정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돈을 받고 새로운 신분으로 세상을 나서게 만들어주는 행위, 그 안에서 온갖 파티와 호화스러운 갖은 즐길거리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서 알게 모르게 자취를 감추어버리는 상황을 스릴이란 장르에 버무려 맛깔스럽게 만든 작품은 크루즈에 대한 환상을 한 수 접어들게 하면서도 여전히 매력적으로 묘사한 장면들 때문에 끌리게 한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아픈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와 범인과 맞대면한 마르틴의 입장에서 분명 범인은  범인으로서 잡아야 하지만 결코 잡을 수없게 만드는 상황 자체의 에필로그는 앞의 프롤로그 못지않게 ‘법’ 적인 테두리의 허점을 보이는 장면이기도 하다.

 

책 한 권을 통해서 제대로 크루즈가 어떤 구조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상상의 공간도 맛볼 수 있지만 여전히 거대한 자연 앞에 도전하는 인간들의 모습들도 보는 것과 동시에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탐욕과 오만, 그리고 살인의 실체를 같이 보는  책의 구성은 제바스티안 피체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기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