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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볼

피시볼

피시볼
브래들리 소머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8월

책 표지가 참 동화스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예쁘다란 말이 우선 떠오르게 한다.

제목인 피시볼, 그 안에 사는 물고기 이름은 이언이다.

지금 이 시각, 이언은 자신이 살고 있던 27층  아파트 ‘세빌 온 록시’에서 떨어져 지상으로 하강하는 중이다.

왜 이언이 떨어져야만 했는지에 대한 상황은 이 책의 총 54장에 가서야 상황이 설명이 되지만 이언이 고공 낙하하면서 떨어지는 시간은 단 4초에 불과하다.

 

 

 

한 상자 안에 감춰둔 비밀들, 바로  이언들이 하강하면서 보는 그 시간에 만나는 세빌 온 록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들이 이언의 생각과 함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행동에 옮긴 이언은 자유를 항한 갈망에 있었다.

같이 어항 속에 사는 달팽이를 때때로 괴롭혀도 자신이 보는 하늘,  물고기 특유의 물 감촉에 의한 수평에 의지한 채 유유히 물속을 배회하지만 이언의 주인인 바람둥이 코너를 비롯해서 그와 사귄 지 삼 개월째에 접어든 케이티의 사랑에 빠진 이야기와 이별, 그녀를 비로소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결국엔 이별통보를 받는 코너의 사연, 아파트 관리인인 히메네스의 외로움에 대한 삶에 대한 이야기, 여장남자를 하는 가스의 인생 이야기와 삶에 대한 생각, 직업으로 익명의 상대와 전화를 해주는 은둔형의 여자 클레어, 곧 출산에 임박해 아이가 나오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도움을 청하는 파뉴니아 딜라일라, 시간여행을 하면서 기억을 잃기 때문에 홈스쿨링을 하게 된 허먼까지….

 

 

 

이언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단 몇 초간의 시간에도 같은 상자 안에 각기 떨어져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들은 모두가 ‘관계’란 것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언뜻 전혀 상관없이 각자의 생활에 충실히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저마다 사연들을 통해서 들여다보면 모두 외롭고 허전하고, 소외에 깃든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언이 바라 본 그들의 관계는 짧은 순간이지만 관계를 맺는다.

아이 출산의 도움을 요청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맺게 되는 두 여인과 허먼의 관계, 그리고 허먼의 할아버지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체감하는 일, 자신의 감춰진 비밀을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 앞에서 드러내 보이면서 또 다른 교류를 시작하는 사람들, 자신의 그릇된 행동 때문에 진정으로 사랑을 느꼈던 코너가 다시 진정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 지에 대한 궁금증들은 현대인들이 모두 지니고 있는 감성들이 아닌가 싶다.

 

 

 

서로에 대해 모르고 살다시피 하는 성냥갑처럼 생긴 건물 안에서 이언은 자신의 자유를 찾아 낙하하지만 또다시 우연이 겹치면서 물통 속에 새로운 삶에 안착하게 되는 , 인생의 앞 날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삶에 대한 철학과 관계란 맺음을 통해 아주 짧은 순간 속에서 모든 인간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재미있고, 유머 있게, 그리고 뭉클한 감동을 전달해 준다.

 

생각이라곤 단 몇 초에 불과한 이언이라는 물고기가 바라 본 세상은?

글쎄, 아마도 살만하다고 느끼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