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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자

방해자

방해자 – 상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북스토리 / 2016년 9월

‘공중그네’ 외의 여러 작품을 통해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 기존에 3 권으로 나뉘어 출간된 것이 2 권으로 새로 출간이 되었고 책 표지도  기존의 것보다 훨씬  책의 내용을 음미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생각된다.

 

처음 접한 작가의 작품이었던 ‘공중그네’에서의 유쾌한 의사를 생각해서 이 작품을 접한다면 저자의 또 다른 색깔의 작품을 대하게  됨으로써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동안 마돈나, 나오미와 가나코 같은 작품을 대해 왔다면 다르겠지만 말이다.

 

전혀 상관이 없을 듯, 그저 거리에서 잠시나마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사람들의 얽히고설킨 관계, 그것도 서로가 서로에게 좋지 않은 인연으로 엮이게 됨으로써 벌어지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그린 것이라면 저자가 그려오던 작품의 세계를 다른 방향에서 들여다봐도 좋을 듯한 작품이다.

 

강력계 형사인 구노는 윗 선의 지시로 동요 형사를 감시하기 위해 잠복근무를 하던 중 자신의 돈을 털려는 고등학생 무리들과 엮이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불량학생들을 혼내준다는 명목 하에 한 아이의 팔을 부러뜨린다.

이 일은 그 후에 전혀 예기치 않게 피해자의 신고 형식으로 서류가 접수됨으로써 구노를 경찰서 내의  지위를 위협하게 되고 위기에 처하게 만든다.

 

고등학교 2학년인 유스케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 두  친구와 함께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불량학생이지만 고등학교만은 꼭 졸업하리란 결심을 하는 학생이다.

우습게도 거리에서 술 취한 사람을 대상으로 돈을 갈취하려다 구노 형사에게 걸려들게 되고 그날 이후 정체불명의 형사와 야쿠자의 거래를 받게 된다.

 

평범한 주부인 교코는 남편의 직장을 따라 이사 온 후 아이들이 학교에 간 시간을 이용해 마트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날그날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어느 날 남편의 회사에서 방화 사건이 일어나고 당직이었던 남편이 의심을 받게 되면서 잔잔한 가정에 커다란 파문이 몰아치게 된다.

 

자신의 뒷조사를 하는 구노에게 앙심을 품은 동료 경찰에 의해 모략을 당한 구노와 그런 구노 앞에 용의자의 아내로 만난 교코, 그리고 다시 피해자와 피의자의 신분으로 만남을 갖게 되는 구노와 유스케의 관계는 ‘방화’라는 뒷 배후를 캐기 위해 사건을 파헤치는 일을 기반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는 ‘방해자’란 처지로 옭아매게 된다.

 

 

저자는 회사 내에서 발생한 방화라는 사건 뒤에 이에 대한 비리를 무마하려 한 회사와 야쿠자의 관계, 경찰 내에서 상하관계 속에 원치는 않지만 할 수없이 해야만 하는 일의 딜레마, 사회로 나가기 위한 정상적인 행로를 거부한 채 길거리에서 배회하는 청소년의 삶들 속을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어서 이들의 일상에 금이 가고 그런 금이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을 변모시켜가는지에 대해 주목해 글을 진행시킨다.

 

쿄코의 경우가 제일 안타까웠다.

남편의 일로 인해 깨진 가정의 단란한 일상 너머로 유혹의 손길이 뻗어 오고 결국엔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서는 과정, 아내를 잃고 장모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고립된 처지를 드러내는 구노, 화목한 가정의 학생이 아닌 유스케의 경우를 통해 저자는 결국 방해자란 이들에게 누구였을까?를 묻는다.

 

하나의 일로 연결이 되고 그 안에서 빠져나오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행동들, 알고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는 받기 싫고 상처는 입히고야 마는, 그래서 결국은 주변 사람들 모두를 힘들게 만든 것은 자신들임을 깨닫게 해 준 책, 행복이란 것이 별건가? 그저 하루하루 잔잔하게 지나가는 그날이 그날인 듯한 일상이 바로 행복임을 알게 해 주는 책이자 나 자신 안의 또 다른 누군가가 결국은 방해자가 아니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