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6년 9월 13일

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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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 라베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6년 9월

베스트셀러 작가인 린다 콘라츠는 12년 전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인해 죽음을 당한 여동생 안나로 인한 충격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홀로 살아간다.

 

사건 당시 동생의 집에서 범인을 봤다고, 경찰에 몽타주를 이용해 잡기에 노력했지만 유일한 목격자이자 용의자로서 살아가게 된 그 충격은 그녀를 밖에는 한 발짝도 나설 수없게 만들어 버린다.

 

어느 날 우연히 TV를 통해 12년 전에 봤던 동생을 죽인 범인의 얼굴을 본 순간, 그녀는 다시 예전의 일을 회상하게 되고 이미 저명한 언론인이 된 그 범인을 잡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심리전문가를 비롯해서 이런 사건의 경험을 현장에 몸 담았던 사람들까지 섭외해 자신이 직접 범인을 심문하고 심리를 이용해 자백을 받아내게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데, 과연 그렇다면 범인을 어떻게 만나야 할까?

린다는 굳은 결심을 한다.

그동안  써왔던 장르에서 벗어나 자신과 동생이 당했던 실제의 일들을 소설 형식을 빌려 스릴러 소설로 발표를 하고 작품에 대한 인터뷰를 범인으로 하여금 하게 한다는 것-

 

일단은 범인이 그녀 집에 오게 되고 인터뷰를 하게 되지만 그녀가 생각했던 범인이란 실체는 자신이 잘못 생각해 오던 인물이었음을, 그가 자신의 알리바이를 밝히는 과정에서 알게 되면서 그녀는 걷잡을 수없는 상태로 빠져든다.

 

그에 대해 알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데, 소설에서 썼다시피 모든 정황상의 근거를 들이대며 그를 몰아가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부끄러운 무지를 탓하며 그동안 그녀 자신의 내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심리가 방황적으로 그려진다.

 

처음 기대했던 바대로 범인과 일대 일 장면에서 어떤 사실을 밝혀내고 범인을 몰고 가기 위한, 책 제목처럼 그녀가 설계했던 계획은 독자들로 하여금 긍정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하게 하지만 저자는 시종 그녀의 내면에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정신 공황적인 발작을 그려내며 그녀가 왜 그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즉 범인이 아닌데도 자신의 머리 속에 그려진 인물인 그를 범인으로 알고 있었나? 아니면 진짜 범인을 목격한 것 자체가 믿을 수 있는 정황인가? 안나를 정말 그녀가 아닌 범인이 죽인 것이 맞는가? 그렇다면 진짜 범인은 누구란 말인가?….

 

그녀가 동생 안나와의 사이를 회상하는 장면이나 소설 속의 이야기를 통해서 밝혀내려 한 범인에게 다가가는 실제적인 방법들이 거의 현실과 비슷하게 그려진다는 점, 누가 누구를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뒷부분의 반전은 결국 처음부터 이 책을 접하면서 읽은 독자들에게 반전이란 이런  맛이다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린다가 범인을 트랩 했는지, 범인이 린다를 트랩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 설정은 초반부터 읽기 시작해도 전혀 알 수가 없게 만든 상황 설정이나 대화들, 회상 신들이  나중에 가서야 퍼즐 맞추듯이 착착 맞아떨어지는 정황들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읽으면서 ‘걸 온 더 트레인’의 비슷한 분위기도 느낄 수가 있었으며, 심리를 주로 이용한 스릴러다 보니 화끈하게 다가오는 진실의 결말 부분들이 시원한 맛은 느끼지 못하나, 린다가 그동안 10년이 넘도록 자신 안에 자신을 가둬두고 방황하던 그 진실의 순간을 마주한 장면들, 범인의 고백을 듣게 되는 장면은 앞부분의 진행상황들에 대한 기다림을 보상해 준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저자의 작품은 처음 대했지만 이미 출간 즉시 독일 「슈피겔」 종합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2015년 런던도서전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도서로 주목받은 작품이란 문구가 있는 만큼 영화하기로 결정이 됐다고 하니 여 주인공의 심리 초점에 맞추어 영상이 나온다면 그 어떤 섬뜩한 영화보다도 더 강하게 와 닿을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