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옳은 일이니까요 – 박태식 신부가 읽어주는 영화와 인권
박태식 지음 / 비채 / 2016년 9월
한 때는 책보다는 영화에 심취해 있었던 적이 있었다.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나서도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질 않으면 2번, 3번까지 같은 영화를 극장에 가서 보곤 하던 시절이 있었고, 미처 보지 못한 영화들은 방송에서 하는 날이면 꼭 보곤 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때와는 방송 시스템이나 영화를 접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보니 보다 쉽게 접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아무래도 극장에서 주는 음향효과를 제대를 즐기려면 발품을 팔아야 하지 않을까도 생각해보는데….
인권영화를 다룬 책이다.
그렇다고 아주 무겁고 진중한 의미의 색채가 아닌 우리가 접하는 영화들 속에 그리는 주제와 감독의 의도를 알고서 보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 그 속에서 우리에게 멀리 떨어진 이야기들이 아닌 현실적으로 얼마든지 주위에서 보고 듣고 겪게 되는 이야기들을 영상미에 녹여낸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발견해보는 시간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박태식 신부가 읽어주는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 시간이라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책의 목록은
제1부 : 지금
폭력의 냄새 / <한공주> & <도희야>
왜냐하면, 그것이 옳은 일이니까요 / <트래쉬>
누구의 책임인가? / 〈스포트라이트〉 & 〈업사이드다운〉
가끔은 잘못 탄 기차가 진짜 목적지에 데려다준대요 / 〈런치박스〉 &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Vis Ta Vie, 너의 삶을 살아라! /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 〈미스 리틀 선샤인〉
경계가 열리다 / 〈스파이 브릿지〉
이야기가 이긴다 / 〈러시안 소설〉 & 〈10분〉
제2부 : 여기
지도자의 조건 /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인생에 대한 의리 / 〈인사이드 르윈〉 & 〈비긴 어게인〉
천국에서 보낼 30분 / 〈무뢰한〉 &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꿈꾸는 여성들 / 〈해어화〉 & 〈사의 찬미〉
증명해봐, 네가 직도 쓸모 있는지 / 〈차이나타운〉 & 〈조이 럭 클럽〉
전쟁, 무고한 자들의 지옥 / 〈1944〉 & 〈고지전〉
국가가 국민의 근본 권리를 침해한다면 / 〈집으로 가는 길〉 & 〈변호인〉
그리고 3부에선 ‘우리’란 주제로 살펴보는 영화, 일테면 국제시장, 마지막 4 중주 같은 영화들,
4부에선 ‘나’란 주제로 ‘안녕, 헤이즐’,’ 나우 이즈 굿’,’ 마션’, ‘스틸 엘리스’,’ 어 웨이 프롬 허’…
정말 주옥같은 영화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중에선 본 영화도 있고 이야기 플롯만 대강 읽은 영화도 있기에 보았던 영화는 저자가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을 하면서 느꼈는지를 나와 비교해 보는 시간을, 미처 보지 못한 영화들은 기회가 된다면 저자가 쓴 글 구절을 생각하면서 본다면 훨씬 영화를 대하는 자세나 생각의 깊이 차이를 느낄 수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그때그때 느끼는 감동에 따라서 울다가 웃다가 하는, 지극히 가벼운 정도의 시간을 갖는 편이라 이번에 접한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영화를 보는 방법을 반쯤 정도는 알게 한 책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주변을 둘러싼 환경들 때문에 피해자가 자신의 소리도 내보지 못하고 오히려 죄인처럼 사라져 버려야 하는 설정의 구도라든가, 부모님 세대들의 고된 삶의 여정을 통해 오늘날의 우리들의 모습을 되새겨볼 수 있게 하는 영화들, 성직자로서 바라 본 가톨릭에 대한 생각과 비전에 대한 기대감, 국가가 개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책임감을 묻는 소재들은 영화를 통해서 그려 낸 현실의 문제들을 다시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사회에서 개인으로, 개인에서 사회로, 그리고 우리가 있고 ‘나’가 있는 차례대로의 영화의 흐름 구성들은 미처 지나쳐 버릴 수도 없었고 잊어버리지도 못할 사회적인 문제점들과 그 해결책을 위해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물음을 생각하고 답을 요구하는 글들은 쉽게 읽히면서도 가슴 한 언저리에 뭉클함을 지니게 한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간접 경험과 이미 지나간 세대들에 대한 편협했던 생각들….
인권을 지닌 인간으로서 모든 것의 경우를 두루두루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간단하게 시간 날 때마다 한 챕터씩 읽어도 좋을 책, 이 가을에 천천히 음미하면서 영화도 같이 본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