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 ㅣ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10월
책이란 여러 가지 밀접한 관계가 맞물려서 출간이 되는 만큼 여러 해를 거쳐서 새로 출간이 되는 책들을 보면 더욱 새롭게 그런 의미가 느껴진다.
책 제목이 주는 의미가 깃든 책인 만큼 알고 보니 이미 1986년에 제1권과 제2권이 출간이 되었던 작품을 이번에 다시 새롭게 출간이 되어 나온 책이다.
그런데 이 책, 정말 기분 좋은 책이다.~ 란 느낌이 팍 와 닿는 것이 어느 때의 책과는 또 다른 감성을 지니게 해 준다.
저자인 제임스 헤리엇의 탄생 100주년을 맞은 책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는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를 다룬다.
젊은 수의사 해리엇이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직접 겪었던 수의사로서의 생활과 그동안 마주쳤던 동물들, 그리고 농장주인과 그 주변의 자연에 관한 글들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다루어져 있지만 여전히 글의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30년이나 지난 후에 다시 쓰는 회상 형식의 글들은 등장 주인공이 실제 본인 자신이며 지역 이름을 책의 공간 속에서 다르게 표현이 될 뿐 이 책을 읽다 보면 문득 영국의 요크셔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취업난은 어려웠던 시대였는지, 졸업한 후에 취업에 대한 걱정거리와 더불어서 농촌에 근무하게 될 경우 수의사로서의 일보다는 다른 일에 치우치게 된다는 주위의 걱정을 뒤로하고 면접을 보러 간 해리엇의 수의사로서의 첫출발 이야기는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직업의식을 엿보게 된다.
지금은 반려 동물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이 책에서 보이는 다양한 동물들, 암소가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봉착과, 말의 치료법과 덩치가 큰 개에게 물려 하마터면 생명에 지장을 초래했을 수도 있었을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포장되어 전해진다.
암소의 발에 차여서 뒤로 벌렁 나가떨어지는 불상사는 문 짝 위로 폴짝 올라서지 않을 수 없는 묘사가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동물과 사람과의 유대관계를 그려낸 이야기들은 감동과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말 못 하는 동물들의 상태를 보고 질병을 알아내는 수의사로서의 사명 의지와 수시로 시간에 관계없이 발생하는 동물들의 비상사태를 전해 받고 잠자리에서 뛰쳐나와야야 하는 행동은 인간의 생명이나 동물들의 생명이나 생명이란 것 자체를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에서 소명이 경건하게 받아들여지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렇게 출간된 책은 좋은 호응을 얻었고 영국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였다는 말이 수긍이 갈 수 있게끔 생각지도 못하게 발생하는 비상의 사태에서 점차 경력이 쌓여가는 주인공 해리엇의 젊은 청춘 이야기가 그려진 책이다.
파넌 원장과 그의 동생 트리스탄과의 말다툼 장면들, 언제나 욕을 먹어도 틈을 잘 이용해 다시 형의 곁에서 일을 돕는 트리스탄의 넉살스러운 성격, 그 과정에서 헬렌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데이트를 신청하는 중에 발생한, 당사자인 해리엇에겐 악운이겠지만 독자들 입장에선 배꼽 잡고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정말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은 명 장면으로 기억이 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아내의 권유로 글을 쓰게 된 저자 해리엇은 이후에도 여전히 출간한 책이 인기를 끌만큼 글을 쓰는 솜씨나 그 밖에 자연환경과 사람들, 동물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조그마한 지역이지만 독자들에게 기억될 하나하나의 소중한 이야기는 온전히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데에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책의 제목은 영국의 시인 세실 프랜시스 알렉산더의 찬송가 구절을 각 권의 제목으로 인용했다고 한다.
의술이 발달되어 그가 행해 온 약품이나 치료법에도 발전을 해왔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아마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더욱 들게 하는 책!
그것은 동물과 나눈 교감은 ‘사랑’이란 감정의 원천이 밑바탕이 되어 깔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차후로 곧 출간될 다음 책이 정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