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비가 오면
현현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10월
가을은 남자의 계절?
한 때는 이 말이 무척 정답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처럼 가을이 주는 분위기는 봄보다는 무겁고 약간의 사고력과 논리를 중시하는 것과 맞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지만 이제는 이런 분위기도 옛 말이 아닐까?
추남, 추녀..
당연히 가을이 주는 분위기, 특히 오늘처럼 비가 올 것처럼 잔뜩 하늘에 구름이 무게를 잡고 언제든 내릴 것만 같은 이런 날에는 이런 그림이 곁들인 책이 안성맞춤이다.
네이버에서 운영하고 있는 ‘그라폴리오’ (그랜드(Grand) + 포트폴리오(Portfolio)에서 2014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현현 작가의 일러스트가 풍성한 책이다.
본인 자신의 전공을 저버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 그림을 그리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을 했을 때, 지금을 곁에 없지만 든든한 용기와 힘을 주었던 사람을 그리면서 그린 한 폭, 한 폭에 담긴 사연들은 촉촉한 감성을 물씬 풍기게 한다.
누구나 만남과 이별을 겪으면서 긴 여정을 이어나가는 것이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특히 자신에게 잊지 못할 그리움과 추억, 그리고 당시에 같이 했던 모든 것들을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긴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이 책을 통해서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을까?
사계절의 시간을 거치고 다시 봄이란 계절이 오면서 맞는 , 그 당시의 저자의 추억은 이렇게 감성 어린 따스한 색채와 때론 정반대의 무채색의 그림을 통해 같으면서도 상반된 분위기 연출을 시도해 놓은 책이다.
파리~
누구나 그곳에 가면 낭만적인 시인이 될 수도 있는 곳, 서둘러 바삐 지나가는 파리지엔들을 뒤로하고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이국의 땅에서 맞는 비는 그때의 상황에 따라 다를지라도 아마도 ‘사랑’이란 공통분모를 통해 느끼는 이별의 감정과 상실감,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있었던 그곳에 대한 추억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색채로 표현되지 않을까?
(실제 파리에서 비를 맞아본 사람들 중, 저자와 같은 이별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될 수도 있겠으나 실제 비를 맞아본 소감은 한국과 별 차이는 없다는 현실성의 사실이 조금은 삭막하게 느껴지려나?^^)
저자는 실제 파리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하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의 파리에 대한 느낌을 다시 감상할 수 있는 색채가 아름답게 다가온다.
쓸쓸히 떨어지는 낙엽들을 뒤로하고 점차 깊어가는 늦가을의 정취와도 정말 잘 어울리는 책, 이 책 한 권에 푹 빠져 다시금 파리의 인파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