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잇 스노우
존 그린.로렌 미라클.모린 존슨 지음, 정윤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1월
연말연시가 다가옴에 따라 마음은 무겁지만 한편에는 여전히 설렘이 존재함을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해마다 성탄절이라고 하면서 단골손님으로 방영되는 영화는 보고 보고 또 봐도 여전히 재미와 함께 주인공의 얼굴을 보면서 많이 늙었겠구나 하는 이차적인 생각(?)들을 하게 되기도 하는, 여전히 성탄절이 주는 의미는 왠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 안에 ‘기대’라는 말을 함께 동반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러브 액추얼리’의 각 옴니버스 형식도 생각나게 하면서도 주인공들이 청소년이라서 그런지 무척 산뜻함과 동시에 풋풋한 그 나이 때의 사랑에 대한 설렘을 만나게 한다.
총 3명의 유명 청소년 소설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옴니 형식의 소설이라서 각기 다른 작가의 물씬 풍기는 글의 체취는 물론이고 연이어서 받아 이어가는 글의 재미도 흥미롭다.
첫 번째 출발은 모린 존슨의 ‘주빌레 익스프레스’-
해마다 성탄절이 되면 남자 친구인 노아의 집에서 스웨덴 식 성탄절 만찬을 즐기는 주빌레에게 뜻하지 않은 부모님 일로 인해 갑작스럽게 기차를 타게 되고, 50여 년만에 내린 폭설은 기차를 갑자기 정차를 하게 만든다.
기차 안에서 만난 젭, 열네 명의 릿지 치어 리딩팀, 그리고 주빌레는 앞으로 기차가 다시 움직일 때까지 잠시 쉬기 위해 폭설을 뚫고 길 건너편에 있는 와플 하우스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스튜어트를 따라 그의 집으로 가게 된 주빌레, 그녀의 우울한 마음은 노아에게 전화를 통해 위로를 받고 싶었으나 바쁜 노아의 거절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자신의 사랑 경험을 들려주는 스튜어트는 주빌레에게 충고를 하게 되는데…
두 번째 이야기는 존 그린의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다.
이미 국내에서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인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윌 그레이슨, 윌 그레이슨’ 이란 작품과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작가인 만큼 이번의 이야기도 연이어서 전편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가운데 한 명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랜 친구로서 지내던 듀크와 토빈의 이야기는 우정에서 사랑으로 변해가는 절묘한 타이밍이 눈 내리는 배경과 함께 멋지게 그려진다.
특히 첫 번째 이야기가 여성의 감정을 그린 점이라면 이 이야기는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사랑을 깨닫고 연인으로 넘어가는 남자아이의 감정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비교해 보는 재미도 준다.
세 번째 이야기는 로렌 미라클의 ‘돼지들의 수호신’
첫 번째에 등장했던 젭의 전 여자 친구이었던 애디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빌레에게 젭은 자신의 전 여친과 헤어진 이야기를 잠깐 하면서 연락이 되질 않는다고 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바로 애디가 사랑하는 방식과 젭이 생각하는 방식에서 오는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진 후 우울해하는 심리를 그렸다.
떠나고 난 후에 알게 된 후회로 인해 자신만 생각했던 애디가 이별을 겪은 후에 변해가는 과정이 예쁘게 그려진다.
눈이 내리고 온 거리에 캐럴이 들려오는 낭만적인 크리스마스가 연상이 되긴 쉽지만 그 안에서 이런 다채로운 경험들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 특히 청소년들의 각기 다른 환경에서 맺어지는 사랑과 이별을 그린 작품이라서 그런지 가볍고 통통 튀는 듯한 설정,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관계에 대한 맺음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의 기복과 후회, 그리고 그 나이 때에 느낄 수 있는 청소년들의 흥분과 설렘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2017년 영화화 확정이 되었다고 한 만큼 성인들이 느끼는 눈에 대한 감성과는 또 다른 청량감이 느껴지는 영화를 기대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