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6년 12월 14일

브릿마리, 여기 있다.

브릿마리

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전작들이 책 표지가 연작처럼 떠오르게 출간된 점이 눈에 띈다.

그만큼 이 작가를 애정 하는 독자들에겐 반가울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는 작가의 면모를 발휘하면서 읽게 되는 책이다.

 

청소라면 일가견이 있는 브릿마리 여사.

40년 동안 동네를 벗어난 적 없이 과탄산소다로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것은 기본이요, 오로지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가정에 충실한 삶을 목표로, 그리고 여기에 이웃에게까지도 친절하단 인상을 주는 것을 추가로 붙여서  살아가는 그녀다.

그런 그녀에게 자그마한 행복이라면 바람 부는 발코니와 가끔 무뚝뚝한 남편으로부터  인색한 수고를 알아주는 것 정도를 감사히 여기며 살아갔지만 어느 날 남편의 배신을 알고 나서 난생처음 ‘운전’이란 것을 통해 무작정 차를 타고 나온다.

 

내연의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안 순간 자신을 위해 살겠다는 결심, 여기에 “여자들은 이케아 가구도 조립할 줄 모르잖아”라고 말한 남편에게 보란 듯이 이케아 가구 조립을 스스로 하기 위해 떠나온 것이 계획성이 없다 보니 처음부터 혼란에 빠진다.

 

직업을 구하기 위해 직원으로부터 받는 질문에 십자말 퀴즈를 잘 풀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는 얼렁뚱땅 답을 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 유머는 지금부터 정작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는 과정까지, 온, 냉탕을 오가는 노련미를 보인 작가의 글은 여전하단 생각을 들게 한다.

 

이 책을 통해 경력단절로 인해 사회생활을 하고 싶어도 어려움을 겪는 주부들이 애환을 들여다보는 듯하는 느낌을 주면서 가족만이 아닌 자신만을 위한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도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다.

 

 

집에서만 살림하다 바깥세상에 나온 브릿마리의 좌충우돌 겪는 직업 구하기와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행동들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느끼는 혼란과 그 안에서 차츰 자신만의 특기인 마음을 열고 같이 살아가는 과정들이 특유의 웃음과 여전히 가슴 뭉클함을 동시에 전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믿었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을 뒤로하고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하려는 브릿마리 여사의 삶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브릿마리를 응원하게 된다.

 

전작인 오베.. 와 할머니가… 를 통해 여전히 그 위력을 발휘하는 작가의  주특기인 인물들의 성격 묘사 속에 발견된 따뜻한 인간미 넘치는 설정, 여기서도 여전한 까칠하고 솔직하다 못해 상대방에게 무안함을 선사하는 성격 뒤에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함께 보이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훈훈한 마음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