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성 ㅣ 스토리콜렉터
혼다 테쓰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12월
묻지 마 살인에 대한 사회적인 사건들이 발생할 때면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기에 이런 잔학한 일들을 벌일 수가 있을까?
혹 흔히 대두되는 어린 시절의 불우했던 경험들이나 원만치 못했던 성장과정 속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반사회적인 성격이 형성되어 있어서 그럴까?
이런저런 말들이 오고 가게 되면서 사건의 잔학성을 보도하는 글들을 읽게 되면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가 없다.
사건의 발생에는 항상 원인이 있게 마련이지만 위의 경우처럼 아무런 원한, 동기도 없는 가운데 쉽게 ~그냥!~ 이란 말 한마디로 대변되는 범인의 진술에는 분노를 금할 수가 없는데 이 책, 참 뭐라고 말해야 할지,,,,
정말 난감하기만 하다.
평소의 스릴이나 추리소설을 접할 때면 잔학성을 드러내는 장면들이 들어있고 나도 모르게 푹 빠져서 그 이야기 속의 현장 속으로 뛰어들어가면 나름대로 사건 구성에 대한 전반부를 맞춰보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이 책처럼 대책 없이 읽어나가는 도중에 구토를 경험한 적은 처음이었다.
실제로 2002년 전모가 드러나 일본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기타큐슈 일가족 감금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글을 구성한 작가의 서술 능력도 대단하지만 정말로 이런 사건을 벌인 범인의 본마음 안에 들어있는 실체는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17세의 마야라고 불리는 소녀가 어느 날, 경찰에 휴대폰으로 자신을 구해달라며 도움을 요청한다.
온몸에 상처가 있는 소녀는 그녀의 진술을 토대로 하자면 1년 넘게 선코트마치다라는 맨션 403호에 감금되어 요시오라는 남자와 아쓰코라는 여자에게 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경찰은 즉시 그 현장에 가게 되고 마침 그 집에 있었던 아쓰코를 만나면서 그녀 또한 그녀 몸에 학대의 흔적을 발견한 경찰에게 자신도 마야와 같은 경험을 당했다고, 그러면서 이 사건은 아쓰코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조사해 나가기 시작한다.
마야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아버지인 고다 야스유키가 두 사람에게 살해되었다고 하고, 아쓰코 역시 자신들이 그를 죽였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본격적으로 그 집에 있는 현장을 조사한다.
코를 찌를 듯한 냄새와 살균을 한 듯한 세제 냄새, 무엇보다 욕실에서 루미놀 반응을 보인 혈액 검사에는 다섯 사람 분의 DNA가 검출되고 이 혈흔 중 네 사람이 같은 혈연처럼 보인다는 사실, 그렇다면 두 사람 외에 또 다른 사람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수사 방향과 과연 요시오라는 남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착수한다.
한편 29살의 신고는 자동차 정비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건실한 청년, 24살의 세이코와 동거를 하면서 살아가는 와중에 어느 날 집에 와 보니 곰처럼 생긴 한 중년의 남자가 들어와 있다.
세이코의 친아버지란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고요하고 정적인 남자, 우연히 미행하게 된 신고는 그가 공원에서 바라보는 초점에 대해 더욱 의심을 하는데….
소설은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두 이야기가 한 데로 합쳐지면서 결말에 도달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본모습은 과연 몇 개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한다.
인간이 자신이 살기 위해선 어떤 악조건 속에서 얼마만큼의 각오와 동물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인내심을 발휘하고 이겨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이 책은 처음에 뭐지? 이러한 상황이 있었다고? 정말? 믿기지 않는 사실인데 정말 이럴 수도 있을까? 를 연신 스스로 묻고 답을 요구하는, 극도의 미칠 지경이란 이런 말이 아닐까 하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책이다.
딸이 아버지를 죽이고 동생이 언니를, 조카를 엄마와 이모가 죽이게 되고 그 사체를 유기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다룬 장면들은 얼마 전에 읽은 ‘넥스트 도어 킬러’란 책에서 나온 장면들과 흡사 유사하게 그려졌지만 그 책과 확연히 다른 점은 범인의 동기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아쓰코의 진술을 토대로 그려지는 이야기의 진행 과정 속에 범인의 왜? 란 것이 빠진 상태에서 순전히 아쓰코의 진술과 마야의 진술만을 가지고 수사를 벌여야 하는 경찰의 모습들은 아쓰코의 두 갈래의 진술처럼 보이는 행보 때문에 조사를 하는 경찰들 마저도 도저히 이런 일들이 실제 벌어졌다고 믿지 않는 대사들이 나오는 이야기의 구성들은 인간이 아닌 한 마리의 짐승 그 자체를 보는 듯하다.
왜 갇혀있던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도망칠 생각을 못했을까? 설마 사회적인 법에 어긋난 행동을 했을지라도 차라리 처벌을 받고 다시 사회에 나가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하지만 인간이 한 인간을 동물처럼 길들이고 세뇌시키는 일련의 조련사처럼 행동을 연속적으로 벌이게 되면 갇힌 인간의 의지는 ‘의지’그 자체의 말이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듯 수동의 자세로 변해가는 과정들이 정말로 안타깝게 다가온다.
저자는 동물과 확연히 다른 인간이 학습의 범주에 이상한 궤도를 겪게 되면 인간의 본성 안에 도사린 어떤 행동들이 나올지, 나조차도 결코 인간다운 행동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를 묻는다.
– “녀석들은 다른 사람들을 동족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단순히 먹잇감으로 보죠. 사랑도 하지 않고 동정하지도 않아요. (중략) 최악의 경우에는 죽여서 버리죠. 그게 녀석들이 살아가는 방법이에요. 더 나쁜 건 녀석들이 인간 사회의 규칙을 숙지하고 있다는 거예요. 절대 머리가 나쁘지 않아요. 그저 그 규칙을 따를 생각이 없는 거죠. 그 정글에서 인간을 먹잇감으로 해서 자신만 살아남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놈들이 분명히 있어요. 사람의 탈을 쓴 짐승 말이에요. 하지만 사회는 슬프게도 그걸 인식하고 있지 않아요.”-p352~353
너무나도 강렬하다 못해 다시 읽어보기가 힘든 책인 만큼 아주 센 스릴을 좋아하는 독자가 아니라면 고려해봐야 하지도 않을까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작가의 냉철한 표현의 서술이 오히려 극대화를 시킨 작품인 만큼 인간의 본성을 이만큼 제대로 그려낸 책도 없지 않나 싶다
많이 살벌하네요.
아무리 추리소설을 좋아해도 사절하고
싶어요.
묻지마 살인이라니 생각조차…ㅎ
네.
심약하시거나 이런 션 종류의 글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들에겐 참고 하셨으면 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