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이발소라는 명칭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지금의 이발소는 동네에서 두세 군데는 많은 편이고 한 곳이 있을까 말까 하지만 동네 아저씨는 물론 그의 아들들까지 무조건 남자들이라면 당연히 머리는 이발소에서 깎는 것으로 생각되던 시대가 이제는 너도 나도 미용실을 이용하는 시대가 왔다는 데서 이 책의 제목처럼 문득 그때의 회상이 떠오르는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이다.
공중 그네에서의 유쾌한 의사 출현으로 인해 세상만사 시름시름 앓던 걱정거리는 모두가 이렇게 쉽게 쉽게 해결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재밌게 읽었던 책의 저자가 이번엔 또 다른 따뜻한 감성에 젖게 하는 책으로 독자들을 만났다.
무코다 이발소-
이 책의 6편의 연작으로 이어진 이야기는 결코 어떤 소설 속의 허상적인 구상이 아닌 현실의 우리들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들을 엿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묘사를 자랑한다.
예전의 탄광도시로써 명성을 날렸던 시골 마을 도마자와.
이제는 산업의 침체와 함께 젊은이들은 대도시로 탈출을 하고 그나마 명맥상 마을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제는 고령인구의 노인들과 어릴 적 죽마고우처럼 자란 중장년층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가업을 이어받아 25년째 이발소를 운영 중인 야스히코 씨는 23살 먹은 아들인 가즈마사가 가업을 잇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후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모의 마음으로서는 내심 가업을 잇는다는 자체에 고마움을 느끼지만 폐쇄 직전의 노후한 마을에서 과연 누가 이발을 하러 올 것이며 그나마 자신이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의 근근이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단 사실에서 걱정이 산처럼 쌓여만 간다.
그런 아버지 옆에서 아들은 장차 이 마을에서 어떤 것을 이루며 살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게 되고 이는 야스히코 씨의 죽마고우인 다른 친구의 아들도 마찬가지인 경우에 속한다.
일본에서의 가업을 이어간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 이러한 경우처럼 경제적인 여건이나 생활환경에서 오는 불합리한 조건을 이겨내고 다른 도시와는 다른 차별화를 내세운 젊은이들의 패기를 엿보는 장면들은 생명력이 넘친다.
작은 마을이기에 사생활이 없는 점, 누구 집에 어떤 이가 어떻게 자라왔는지, 세세한 사정들이 마치 무코다 이발소를 거점으로 사랑방 구실을 하며 전해지는 마을 소식들은 잔잔한 작은 마을에 누구 하나가 새로 들어오거나 새로 가게를 차리게 되었단 소식이 들리면 작은 흥분과 소동이 일게 마련이다.
나이는 먹었어도 젊었을 적의 패기 어린 신선한 알싸한 사랑의 두근거림이 이미 유부남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바람의 자취가 남긴 자국은 작은 마을의 부인들조차 작은 불만과 불안에 쌓이게 하는 작은 소동, 이 고장에 중국인 신부를 맞이했다는 한 노총각의 결혼 소식에 너도 나도 발 벗고 축하를 해주려는 선한 마음씨, 노령의 부모님 때문에 타지에 나가 살고 있는 아들된 도리로서 어쩌지 못하는 현실적인 상황들이 우리네 가정들의 한 일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것은 저자의 뛰어난 글이 빚어낸 작품의 덕이 아닌가 싶다.
농촌의 신부 부족 현상은 일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들 농촌의 현실을 마치 거울 비추듯 보는 듯한 설정과 묘사는 이내 부모로서 가지게 되는 자신의 아들 결혼 문제까지 생각하게 되고, 사기를 치고 도망간 아들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동네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고 감싸주는 노력들은 여전히 따뜻한 마음의 훈기를 불어넣어준다.
이처럼 연작시리즈로서 별다른 큰 사건이 없는 가운데 날씨의 변화에 따라 축제가 열릴 뿐, 큰 별개의 사건이 없는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작은 소동 가운데 어떤 것은 부모의 마지막을 대하는 자세와 남는 자의 살아가는 방식, 자식의 미래 걱정, 좀 더 마을을 알리기 위해 유치작전에 대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세우는 공무원들과 젊은이들의 패기, 영화 촬영으로 인해 고요했던 마을이 잠시 흥분에 들뜨고 외지의 사람들이 들어옴으로써 시끌벅적했던 작은 에피소드들의 이야기들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이 별건가, 이처럼 때론 격렬하게 토론을 벌이다가도 일말의 파도가 물러난 것처럼 다시 고요함을 맞게 되는 평범함의 나날들이 살아가는 맛이 아닐까, 하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묻어나는 책이기에 이 해가 저물어가는 이 시점에 읽으니 더욱 그런 감성에 젖는 것이 아닌가 싶다.
눈이 많이 내리는 도모자와라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잔잔한 이야기들은 지금도 여전히 지속 중일 것만 같은, 마치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캐치해 글로 풀어낸 것만 같은 저자의 글이 잔잔한 여운을 남겨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