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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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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 비네 지음, 이주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1월

올 해의 마지막 리뷰를 올리는 책이 됐지만 여전히 그 남은 잔상은 오래갈 것 같은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의 호기심은 책 띠지에 새겨진 문구 때문이었다.

저자가 프랑스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서점대상 1위라고, 콩쿠르 상 수상작이란 문구는 그 내용이 무척 궁금하게 만들었다.

 

실제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게 만들어진 책이다.

기존의 어떤 스릴이나 첩보의 소설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숨 막히는 경쟁 상대나 경쟁국과의 두뇌 싸움과 온갖 무기가 총출동하는 그런 내용이 아닌 실제의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재조명해 보는 책의 방식으로 쓰인다.

 

다른 책들의 대부분은 실제로 이런 구성을 할 때 등장 실존인물들의 노선이나 대화의 상대와 당시의 정경들이 모두 저자의 상상력에 의해 복원이 되고 독자들은 쉽게 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단순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 책은 화자가 저자다.

저자의 시선으로 역사 속에서 벌어진 당시의 시대를 실제 대화록을 참고로 하여 그 당시의 장소를 찾아가 보고 느껴보면서 소설이란 창작품에 관하여서도 심히 고심하는 부분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그렇기에 처음 역사의 실존 인물에 대한 구상을 기대하고 읽으려고 했었던 나에겐 조금은 당황스럽고 이것이 소설인지, 그 장소에 대한 세세한 묘사 부분들로 인한 여행 에세이인지, 그렇다고 이렇다고 할 뚜렷한 어떤 근거의 기준이 아주 애매했었기에 흐름을 따라가면서 시작했던 첫 초입부는 시간이 걸렸다.

 

이 책의 주인공은 세 사람을 중심으로 하되 결코 세 사람만이 아닌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던 이름 없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제목의 첫 알파벳은 약자로서 “Himmlers Hirn heißt Heydrich.” 즉, ‘히믈러의 두뇌는 하이드리히 라 불린다.’라는 뜻이란다.

실제 사형 집행자, 도살자, 금발의 짐승, 독일 3 제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로 불린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를 암살하기 위해 벌인 코드명 ‘유인원 작전’에 실제 참여했던 두 사람, 체코 망명 정부가 잠입시킨 공수부대원 요제프 가브치크와 얀 쿠비시가 등장함으로써 이야기는 풀어나간다.

등장1

 

유대인으로 의심을 받았던 하이드리히는 유대인을 추방하고 몰살시키기 위한 모든 작전들을 모두 결정하고 그의 뜻을 이루기 위해 우리들이 잘 아는 아이히만까지 등장시킨 인물이다.

나치 친위대 내부 정보기관의 책임자로서 제2차 세계대전의 독일에서 이루어졌던 나치스의 정치 공작과 비밀 작전을 모두 지휘하는 천재적 역량을 지녔던 그,  때마침 그가 통치하던 체코의 국민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했던 요주의 인물이다.

 

등장2

 

이 책을 읽으려면 다소 역사적인 부분까지 올라가야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게 한다.

체코와 독일 간의 오래된 역사적인 관계, 타국의 땅을 넘보려는 야욕의 실마리를 제공했던 당시의 독일 국민들이 살았던 체코의 지리적인 역사, 국제적인 협약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이익과 개인적인 야욕을 위해 체코의 도움을 나몰라 했던 프랑스, 영국의 상황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접한다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과정들이 훨씬 재미있게 다가오게 한다.

 

1942년 5월 27일. 나치 독일에 병합된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 프라하에서 보헤미아­ 모라비아 보호령 총독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는  타고 있던 메르세데스 차량에서 괴한의 습격으로 인해 부상을 당하고 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까지 받지만 상처의 감염인 패혈증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암살 주동을 한 두 사람, 요제프 가브치크와 얀 쿠비시가는 총의 엇나간 발사로 인해 실패로 끝날뻔 했던 이 작전이  다행히 폭탄 투하로 인해 부상을 입히는 것까지 성공했고 그 이후 이들은 성당으로 피신, 탈출을 도모하게 되지만  밀고자의 발설 덕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역사적인 사실들을 박물관이나 자료 섭렵, 유인원 작전(Operation Anthropoid)에 투입된 두 사람을 돕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도왔던 채코 국민들의 모습들까지, 끝부분에 이르면서 당시의 모습들을 상상하면서 읽게 되는 몰입도는 강하게 와 닿게 한다.

 

어느 시절이나 애국자도 있고 밀고자도 있다.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여 밀고를 했던 사람의 운명적인 결말과 하이드리히의 큰 아들의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 등이 마지막을 장식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잊을 수가 없는 부분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자신들의 앞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서 조국을 위해 싸운 낙하산병들이다.

물론 이들이 성공하기까지 잠입과 식량, 그 외에 외적인 부분들을 도와준 평범한 사람들의 공로도 잊지는 말아야겠지만 역사라는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사라져야만 했던 암울한 조국의 현실을 두고 미래의 희망으로 바꾸려 했던 그들의 노고가 새삼 우리나라의 독립투사들과 비교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준다.

 

저자는 시종 글의 흐름을 똑같은 양상으로 이어나간다.

소설의 창작자로서 느끼는 역사적인 사실을 표현할 때, 참고로 했던 영화, 특히 ‘새벽의 7인’을 등장시키는가 하면 유명 인사들의 짧은 말들을 적재적소로 집어넣음으로써 글의 활력을 불어넣고, 이 책의 토대를 이루는 암살범을 죽이기까지의 과정들이 한 편의 다큐를 찍었다고 생각될 만큼 사실적이면서도 저자의 생각을 집어넣은 형식은 새롭고 신선함을 던져 준 책이라고 생각이 된다.

 

하이드리히가 죽은 뒤에 몰고 온 여파는 엄청난 사실을 초래했다는 사실, 짧은 세치의 혀 몇 마디로 인한 밀고가 이렇게 자국의 힘없고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동포들을 죽음의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데서 인간의 극악한 이기심과 그릇된 모험심이 가져온 결과는 말할 수 없는 아픔을 전달해준다.

 

아마도 일본에서 1위를 했다는 점은 일본 자신들이 저지른 행태가 고스란히 이 책을 통해서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 독일의 히틀러가 행한 온갖 역사적인 행실들을 보노라면 지금까지도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독일의 자세가 그나마도 낫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책이요, 저자가 ‘토대 소설(infra novel)’이라고 말했듯이 그가 이 책을 쓰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들은 이름 없이 생명을 빼앗긴 사람들과 요원들을 도와주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진혼곡이 아닌가 싶다.

 

 

꼭 읽고 싶게 만드는 책까지도 검색하게 만든 책(아쉽게도 국내엔 출간이 되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세드릭 히메네즈 감독에 의해 영화화가 되어 2017년 개봉 예정작이자, 체코 곳곳의 역사적인 장소와 유명 장소에 대해 다시 한번 가보고 싶게 만드는 장면의 묘사들이 역사와 맞물려 들려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