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7년 3월월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최갑수표지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닿기를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7년 2월

책을 읽을 때 계절과도 딱 들어맞는 책을 읽게 된다면 내 경우에는 느낌이 훨씬 오래간다.

비단 책 속 들어있는 구절구절마다 내 경험과 매치되는 경우를 통해서도 그렇지만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던 같은 장소 아래 같은 하늘이나 바다, 산, 꽃을 보더라도 느낌이 서로 달리 받아들여진다면 그 각자의 고유 영역 속에서 타인이 발견할 수 있는 기쁨도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이자 여행작가, 사진가인 최갑수 작가가 그려낸 사랑에 관한 문장과 그에 곁들인 유명인들의 짤막한 문구들은 이 책에 대한 소장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최갑수1

 

전체적인 카테고리 자체도 Ⅰ 그래서, Ⅱ 그리고, Ⅲ 그러나, Ⅳ 그래도….

이처럼 사랑에 대한 단상을 유연한 흐름 속에 간간이 여행을 통해서도, 그냥 길거리 지나치는 자전거 타고 가는 행인을 통해서도, 작가는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우리들에게 그 흐름을 이어준다는 점이 가장 깊게 받아들여지게 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에 대한 초기의 애틋한 감정에서 서서히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한 채취처럼 물들어가는 과정, 그런 연속성 속에서도 시간이 주는 흐름에 묻혀가는 사랑에 대한 농익은 냄새들은 저자의 글로 인해 바로 읽어버리게 하지 않는 희소성을 준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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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책을 처음 받아 고서는 취침 전에 한 부분들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었던 탓에 아쉽기도 하고 좀 더 내 가까이에서 그 감정의 연장선을 두고두고 아끼고 싶게 한 책이었다.

 

포스트가 여기저기 붙어버릴 만큼 지저분해지는 책,

과연 너는 어느 글을 내게 권해주겠니? 하고 묻는다면 글쎄, 쉽게 딱 이 부분이다라고 말할 수 없는, 과일로 치면 씨까지 모조리 먹게 되고 먹고 난 후의 빈 손만 바라보게 되는 허망함을 지닐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될 만큼 정말 좋다, 좋다, 좋다를 연발하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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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사랑처럼 되뇌는 고백서의 양상을 띤 사랑, 당신과 나의 만남 이후 홀로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당신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과 사랑에 대한 단상을 느껴가는 글들은 여러 나라를 취재하거나 여행하면서 느낄 수 있는 단조로움 속에 고독과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더욱 가슴에 와 닿게 한다.

 

긴 인생길에 동반되는 사랑, 흔한 말이라고는 하지만  사랑의 느낌을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여행에 이은 또 하나의 축복이란 생각이 들게 한 책,

정말 넘치도록 아름다운 글과 사진, 그에 어울리는 음악이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책이기에 이 책을 여전히 곁에 끼고 다시 한번 읽어나간다.

 

 

 

 청춘은 아름답지만 다시 돌아가고픈 생각은 없다.
스무 살 때로 되돌아갈 수 있다 해도 귀찮고 피곤할 것 같다.
그렇다고 딱히 지금이 행복하다는 건 아니다.
우리는 주름살을 하나둘씩 챙겨가며 죽음을 향해 착실하게 나아가고 있다.
그래도 꼭 돌아가고 싶은 하루를 고르라면 이십 년 전 당신을 만난 날, 그 하루를 선택하겠다.
온 세상이 환한 빛으로 휩싸였던 그날. 우리 아직 젊어서 서로의 살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그 시절. 몰락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이 삶에서 그래서 기억의 서랍에 아껴두고 꺼내보는 것이라면 당신을 만난 첫날. 어쩌면 그 기억으로 여기까지 살아왔는지도 모른다.p 185

 

데프 보이스

데프보이스데프 보이스 – 법정의 수화 통역사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3월

몇 년 전에 가전제품 고장으로  대리점 수리를 맡기러 방문한 적이 있었다.

내 앞의 두 남자, 성인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남자는 자신들의 집에 고장이 난 가전제품 방문 요청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남자 어른은 가만히 있고 초등학생이 옆의 어른 얼굴 보고 그 어른이 하는 행동을 보고 자신의 목소리로 그의 말뜻을 접수원에게 전달해 준다.

 

순간 아!  어른은 말을 하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고 아이는 아마도 모르건대 자녀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고,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접수원이 방문을 하게 될 때 어떻게 문을 열어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아이는 팩스에 불이 깜박이는 것을 보고 전화가 왔다고 아는 것이니 염려하지 마시라고 야무진 답을 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 부자 생각이 많이 났다.

우리는 장애우에 대한 사회의 고정된 시선들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으로 모아지고 그 편협한 생각의 편견은 결국 그들에게 잊지 못할 상처들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연신 생각해 보게 되는 책-

 

주인공  아라이 나오토는 코다이다.

사실 코다란 의미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것으로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자란 청인을 뜻하는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 약자를 칭한다.

 

부모와 형이 모두 선천적인 농아이고 자신만 유일하게 가족 내에서 듣고 말하는 것을 하게 된 아라이는 어린 시절부터 내내 가족들의 모든 말의 내용을 수화를 통해 통역을 하고 살아가던 사람이다.

 

경찰서 내의 경리 사무직으로 일하던 중 뜻하지 않는 양심선언에 퇴직을 하게 된 후 일자를 얻으려고 알아본 끝에 자신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수화를 통해 수화 통역사의 직업을 갖게 된다.

 

이 책은 17년 전에 일어난 농아 시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혐의자로 체포된 몬나라는 사람의 통역을 맡게 되면서 이후 17년이 지난 오늘, 그 시설의 원장 아들의 죽음으로 발생한 사건의 연속성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느 날, ‘펠로십’이라는 비영리 단체의 젊은 여성 대표가 그에게 접근하면서 자신들의 일에 같이 일을 해 줄 것을 청하게 되고 이는 곧 몬나와의 사건과 연관이 있는 사건으로 뛰어들어가게 되는 과정을 그리면서 본격적인 추리가 시작된다.

 

흔히 말하는 농아, 우리들은 보통 청각장애로 알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들 나름대로의 농아에 대한 생각과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인 수화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사각지대에 몰린 그들이 처한 환경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던 나이 든 사람들이 겪는 애환들과 우리나라 책 ‘도가니’를 많이 연상하게 하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힘없는 아이들이 겪는 일을 같이 들여다보게 한다.

 

책은 냉혹한 현실을 기반으로 10대의 딸이 겪었던 상황을 아버지로서 겪게 되는 심정과 그 이후에 벌어지는 살인사건과의 연결을 보여주면서 주인공 아라이, 자신 또한 그들의 생활 일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결코 그들과 같이 어울리기를 원치 않았던 정상적인 길로 들어서길 갈망했던 지난날의 삶을 같이 보여준다.

 

보통 이런 책들은 범인의 살인 동기와 그 과정, 그 이후에 밝혀지는 사건의 내막들을 시종 냉혹한 시선과 빠른 전개를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 책은 특이하게도 읽으면서 찡한 감동과 가족애를 많이 생각나게 한 책이었다.

 

‘그때 몬나의 딸이 자신에게 향한 쏘아보는 듯한 시선. 그리고 수화.

<아저씨는 우리 편? 아니면 적?>

자신은 어느 쪽일까?

 

그 물음은 철이 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자신을 옭아매 온, 결론이 나지 않는 질문이었다.’ – p 89~90.

 

17년 전의 한 어린 소녀가 물었던 그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던 아라이-

여전히 자신의 삶 앞에서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아픈 성장기와 사건의 연속 추리를 풀어헤쳐 나가는 와중에 깃든 생각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동안 단순히 그들만의 삶이 있다는 식으로 생각해왔던 평범한 우리들의 삶에 다른 관심을 기울이게 한 책이 아닌가 싶다.

 

살인사건이란 설정 속에 이런 따뜻한 시선을 갖게 하는 책을 드물게 접한 만큼 비록 죄를 지은 살인범의 죄는 법의 절차에 따라 형량이 결정되겠지만 왠지 이들 가족에 얽힌 죄만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잔잔한 메아리를 계속 던져보게 한 책이다.

 

 

책 뒤 말미에 저자의 이 책이 나오기까지의 자신의 생각과 역자의 말도 그렇고, 청각 장애인 부모를 둔 이길보라 감독의 해설을 같이 읽음으로써 그 감동을 더욱 깊게 받을 수 있는 책이기에  책의 크기나 두께에 비해서 그 내용은 진한 여운이 남게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스팸 댓글에 대해서….

요즘 들어서 많은 스팸 댓글들이 올라온다.

인기가 많아서인가?(^^)..

ㅋㅋㅋ…

이렇게라도 생각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외국에서 스팸이 많이 오는지…

내가 그렇게 유명 인사도 아닌것을 뭔 정성으로 올리나 싶었는데…

그렇다고 내 글에 대한 댓글이 내용이 맞는다면 그나마 못쓰는 글이라도 구글 돌려서 번역해 댓글을 달아주고 싶지만 이건 내 글을 제대로 읽고서 댓글을 올리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 만큼 무성의한  댓글을 볼 때면 화가 날 때도 있다.

한 예로 몇 달 전, 리처드 브라우티건이 지은 ‘임신중절’이란 책에 대한 리뷰를 올렸다.

저자의 살아온 이력이나 그의 생각 철학이 내포된 글이란 점에서 다른 책들과는 달리 쉽게 접하기도 쉬웠던 책이었는데, 댓글 올라온 것을 보니 스페인 문자가 보인다.

뭐지? 하는 생각에 먼 나라에서 올려주신 글이니, 정성을 생각해서 구글 번역기를 돌려보는 절차로 이행했다.

결론은 제목 그대로 임신중절에 맞는 약 선전에 대한 글이었다.

헐~~ 이란 말이 절로 나오네!!!

적어도 댓글을 올릴 생각이 있었다면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고서 올려야 하지 않나?

아무리 지구가 좁아졌고 www.로 인한 편리성으로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지만 이것 아니다 싶다.

글을 올리는 사람의 입장도 생각해야 함은 물론  제목만 보고 성의 없이 댓글을 다는 자세는 컴을 이용하고 글을 올리는 사람들의 자세로서는 소통이란 기본자세가 안되어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오늘도 여지없이 많은 댓글들이 올라오는데, 이건 뭐 한류스타도 아닌 내가 그들의 정성을 생각해서 같은 소통을 나누어볼까 하는 소박한 생각을 저버리게 하는 글들이 여전히 마음을 씁쓸하게 만든다.

조선 블로그로 글을 올릴 때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위블을 사용하고부터는 전 세계적인 소통이 더 넓어진 탓인지는 몰라도 모르는 활자와 글들을 볼 때면 황당한 기분마저 들기도 한다.

 

그래서!!!

뭐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내 손가락의 수고를 칭찬해주는 수밖에~

하루에도 여러 번 올라오는 댓글을 지우느라 애쓰는 내 손가락들과 마우스, 그리고 위블의 휴지통은 조만간 배가 불러서 빵 터지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은 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내 위블이 깨끗해지니 육체적인 노동의 까딱까딱 손가락 운동에 기대할 수 밖에…

 

오늘도 내 위블엔 여전히 환영받지 못할 댓글의 잔치로 손가락, 마우스, 휴지통의 삼종 세트가 분주하다.

 

 

미안하다고 말해

미안하다고말해

미안하다고 말해 스토리콜렉터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7년 3월

믿고 읽는 작가 마이클 로보텀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인 ‘미안하다고 말해’를 접했다.

전작들의 연작도 그렇지만 별개의 작품들도 강한 인상들을 지을 수 없었던 만큼 이번의 작품 또한 아프다는 말로 대신해야 할 것 같다.

 

책 속의 단골 메뉴인 어린 소녀들을 납치하고 감금하면서 자신들의 뜻대로 행하는 인간말종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생각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소설가들이 그리는 내용들은 심히 마음의 불편함을 전달해준다.

 

‘내 이름은 파이퍼 해들리다. 그리고 나는 3년 전 여름방학의 마지막 토요일에 행방불명되었다’로 시작되는 첫 구절은 강렬하다.

죽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자의로 가출한 것도 아닌, 이곳이 어느 곳인지도 알지 못한 채 갇혀 있는 소녀 파이퍼는 친구인 태쉬와 같이 붙잡혀 있는 상태다.

그녀가 살고 있는 지역인 빙엄 축제에서 홀연히 사라진 두 소녀는 과연 누가, 왜 , 어디로 감금하고 지금까지 이들을 찾던 사람들을 조롱하듯이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을까?

 

온 마을과 경찰들이 출동해서 이들을 찾지만 결국 3년이란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한 소녀가 호수에 빠진 채 발견이 되고 그 근처의 집에선 부부가 화재로 인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다.

 

조 올로클린은 딸 찰리와 함께 지내기 위해 만나지만 이내  사건의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로 인해 결국 이 사건에 참여하게 된다.

 

자신의 딸과 같은 또래의 소녀가 죽었단 사실, 부검을 통해 그녀는 태쉬로 밝혀지고 사건은 3년 전 실종 상태로 미결인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려놓는다.

 

책은 파이퍼가 들려주는 자신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어서 조가 바통을 이어받아 사건을 바라보는 시점을 경찰과는 달리 파헤치는 경위를 들려주는 것으로 엮어진다.

 

나이에 비해 성숙했던 태쉬와 이와 어울리는 파이퍼의 학교 생활과 그 나이에 부딪치는 질풍노도의 시기들은 한 번쯤는 거쳐가는 반항기를 그리지만 여기서 그리는 두 소녀가 감당해야 했던 생활들은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인간에 의해 서서히 파멸되어가는 과정, 그 가운데서도 삶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던 파이퍼의 피나는 탈출기가 조의 수사력과 맞물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책 제목인 ‘미안하다고 말해’는 책 대화 부분에 나오는 대목이지만 과연 누가 누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지에 대한 울분과 처절함, 긴박함을 모두 느끼게 해주는 말인 동시에 정작 이런 일들을 빨리 해결해주지 못했던 우리들의 자화상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 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인간의 정신 속에 빗나가 버린 정상을 넘어선 이상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책의 구성을 잘 표현한 저자의 글은 기존 작품의 성향을 느끼게 해 주면서도 조 올로클린의 내면적인 외로움과 아버지로서 느끼는 딸에 대한 생각과 시선들과 행동들, 여기에 실종된 딸 또래의 소녀들을 생각하면서 범인의 프로파일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이 독자들로 하여금 범인에 대한 확신을 헛발짚 게하는 구성의 과감성이 돋보이는 책, 덧붙여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범인의 실체와의 대결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끝까지 범인을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할 만큼 파이퍼가 그리는 상황들은 읽는 내내 답답함과 남겨진 가족들의  해체와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 저질러지는 모든 일들의 상처가 안타까움을 전해주었기에 읽는 내내 분함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

 

책에서는 우연히 들른 화재 장소에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에게 가하는 마을 사람들의 악마의 모습들을 표현한 장면들이 있다.

개인이 하기엔 너무나 엄청난 일들이지만 개개인들이 암묵적으로 협동해서 저지른다면 그 죄에 대한 인식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을 수 있게 한다는 심리들, 그 심리는 결국 애꿎은 한 인간을 죽게 만들었다는 설정은 인간이 지닌 또 다른 내면에 숨겨진 본모습들을 표현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회적인 이슈를 주제로  모순적인 모습들을 부각함으로써 우리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저자의 이 책 또한 결코 시원스러운 해결의 맛을 느낄 순 없었지만 그래도 파이퍼에게만은 적어도 ‘미안하다’란 말을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나 여기 있어요.

나여기나 여기 있어요 – 봄처럼 찾아온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
클레리 아비 지음, 이세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3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봄기운이 여기저기서 유혹을 하는 계절이다.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게 만드는 계절, 겨울 내내 움츠렸던 기운을 몰아내고픈 이러한 유혹들 가운데 ‘사랑’의 기운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연령대를 떠나서 누구나 한 번쯤은 갖게 되는 감정이 아닐까?

 

세상사에는 눈으로 봐도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 발생하는 것을 볼 때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되고 이는 그 어떤 것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것을 경험하게 될 때, 그런 가운데서 특히 사랑이 지닌 의미와 가치를 이러한 것으로 느낄 때 더욱 감동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엘자-

얼음 산 등반을 직업으로 가진 그녀는 등반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깨어난 지 6주에 접어든다.

아쉽게도 자신이 깨어났다는 의사표현 조차 허용되지 않는 신체의 불합리적인 정지는 오로지 그녀의 뇌 속에서만 이러한 사실들만 가능하게 할 뿐, 의사, 부모, 여동생은 물론 동료들까지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그런 그녀는 오로지 자신이 들을 수 있는 청각에 의지해 현재의 자신의 상태를 짐작하게 되고 의사들마저도 희망에 대한 끈마저 저버리려 한다.

 

티오-

동거하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마음의 상태를 추스르기도 전에 술에 만취되어 음주운전 사고로 두 소녀를 사망하게 한 동생 때문에 병원을 오고 가는 환경생태에 관한 직업을 가진 남자다.

잘못 들어선 병원 길로 인해 엘자가 누워 있는 병실에 오게 되고 그 후 그는 자신이 모든 사람들로부터의 시선을 피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엘자의 병실을 드나들게 된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엘자, 그녀 앞에서 자신의 모든 감정들을 말하기 시작하면서 왠지 모르게 그녀가 자신의 모든 것을 듣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고 이는 엘자 또한 마찬가지다.

다만 자신이 티오란 남자에 대해 느끼는 부분들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을 뿐……

 

세상에 이런 일들이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읽게 되는 이 책은 확실이 이 계절에 딱 맞는 로맨스 소설이다.

모든 사람들이 안 된다고 했을 때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세상의 믿어지지 않는 일들을 보면 이 소설은 그런 맥락에 속하지만 특이하게도 의사들조차 생명의 연장에 대해 포기를 하고 있었던 시점에 일어난 일련의 엘자의 마지막 몸부림은 티오로 인해 그 작은 미세함을 느껴가는 과정을 통해 새삼 ‘사랑’이란 그 어떤 역경과 시련들을 모두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소설에서는 엘자가 생각하는 모든 느낌들과 말들이 오로지 그녀의 잠재된 뇌 속에서 나오는 독백 형식처럼 독자들에게 들려온다.

티오란 남자에 대한 호기심, 그가 자신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자신 또한 그의 존재를 느껴가는지를 육체적인 몸동작이 없는 텔레파시처럼 느껴가는 과정, 그리고 이 소설엔 생명 연장장치에 대한 소재를 같이 다룬다.

그녀가 결코 겉으론 자신이 깨어났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나누는 대화나 부모들에게 생명 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말들, 부모들조차 긴 병간호에 지치고 차도가 없는 자식의 앞 날에 있어서 과연 어느 결정이 옳은 것인지를 두고 갈등하는 장면들은 ‘사랑’이란 로맨스 말고도 생명존중에 대한 시각을 다시 달리 보게 만든다.

 

이 책이 허구의 소설이란 것만 빼면 실제로 엘자처럼 있는 상태의 환자들 중 의식은 있으나 표현 조자 못하는 환자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면 아무것도 단정 지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남은 자들은 이러한 여건을 견디고 포기를 하지 말아야 할지, 포기를 해 야할 지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게 될 것 같은 착잡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 준다.

 

 

나여기1

 

엘자가 온전히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이 깨어났음을 알리려 애를 쓰는 과정들은 저자의 정밀한 관찰을 거친 것처럼 보이는 섬세한 부분들이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그 생각들을 따라가게 만들고 티오와 티오의 동생이 나누는 대화는 진정한 ‘사랑’을 느껴가는 형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대화들 또한 세상에서는 여전히 ‘사랑’이 존재해야 하고 ‘사랑’이 있음으로 해서 엘자와 티오의 사랑도 행복을 이루게 되는 것은 아닌지를 느끼게 해 준다.

 

남들이 모두 안 된다고 했을 때, 단 0.000000000…. 1%의 희망만 있다면 포기를 하지 않는 사랑의 힘.

 

“나, 여기에 있어요!’라고 표현한 그녀와 그녀가 의미하는 바를 아는 티오

바로 그것이 엘자와 티오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부분으로 증명이 된 것이 아닐까?

살랑살랑 봄바람이 낮에는 여지없이 바깥나들이를 생각하게 하는 이때, 이런 사랑스러운 책 한 권을 통해 사랑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별세계 사건부…조선총독부 토막살인

별세계사건부

별세계 사건부 – 조선총독부 토막살인
정명섭 지음 / 시공사 / 2017년 3월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들이나 기타의 장르들은 암울했던 과거의 한 조각을 꺼내어 읽는 것이기에 매끄럽게 읽히진 않는다.

더군다나 이러한 시대에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조선인들이 연관이 되었다면 당시 조선인들의 입장에선 그들만의 살길은 막막할뿐더러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는 사실은 뻔한 것이라고 생각되니 더욱 그렇다.

 

저자의 최근작을 읽은 작품이 《조선변호사 왕실 소송사건》이었다.

외지 부란 직업의 세계를 통해 법의 한계성과 당시의 억울함을 호소하던 장면을 잊을 수가 없게 했는데 이번에는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살인사건을 다룬 책을 접하게 됐다.

 

현재의 연예인 가십이나 유행을 선도하는 풍류나 세태 등을 다루는 잡지인 통속잡지 ‘별세계’란 잡지사에 근무하는 기자 류경호에게 어느 날 육당 최남선이 찾아온다.

 

10일 후면 완공이 됨과 동시에 조선에 대한  완전한 다스리기 뿌리를 박을 상징인 조선총독부 건물 안에서 설계와 시공을 맡았던 조선인 이인도가 살해된 채로 발견이 된다.

 

그것도 온전한 모습이 아닌 사체를  전기톱으로 잘라서 여기저기 흩어놓았는데, 문제는 이 사체들이 있는 장소가 전체적으로 보면   대(大)를 연상시킨다는 점이었다.

즉 대한제국의 대를 연상시키니 일본 입장에선 보도 절제를 명하게 되고 같은 동료인 박길룡 기사는 살인자로 모함을 받게 된다.

 

이 사건을 알게 된 최남선이 류경호에게 사건의 해결을 위해 일해줄 것을 부탁하게 되고 류경호는 사건을 접근하게 되는데…

 

이 책에는 당시 1926년도의 사회적인 모습들이 저자의 글로 인해 재 탄생이 된다.

화신백화점이나 창경궁, 경복궁, 조선 당시의 육조거리가 어떻게 조선총독부가 들어서게 됨으로써 명실상부한 조선왕조가 무너져 내리는지를 세태의 흐름과 피지배자의 국민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암담하고 암울한 상황을 그려낸다.

 

의열단을 엮어 이 사건을 몰아가려는 일본의 세력인 일동회에 맞서 사건의 진실을 캐려는 류경호의 추리 능력은 독자들로 하여금 조선총독부란 건물에서 일했던 조선인 건축기사가 무엇을 알았기에, 죽음을 당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조선이 일본에 의해 점차 피지배 국민으로 들어갈 즈음 처음 조선에 발을 디딘 일본인들이 바라보는 고국의 못마땅한 처사에 대한 불신, 여기에 기득권자로서 자신들의 모든 것을 지키려 하는 야망과 조선인들 사이에서 불화로 인한 사건의 일파만파는 조국을 떠나 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자신만의 안위와 기득권을 지키려는 목적 외에는 그 어떤 것조차도 용납을 하지 않는 비리적인 모습들을 보인다.

 

책은 실존인물과 허구의 인물들, 일제 협력자로 당시에 활동을 한 최남선, 화신백화점 설계자인 박길룡 건축사, 일본의 A급 전범이자 국수주의자인  도쿠토미 소호 를 섞어서 그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줌과 동시에 일본의 당시 정책의 일변도를 통해 보통의 조선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살인사건을 토대로 벌어지는 내용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추리소설이란 이름 대신 당시엔 정탐 소설이란 이름으로 불렸단 사실, 기생과 매춘이 성하고 남녀들의 몰래 데이트라든가 지금은 없어진 단성사란 극장 이름도 나오면서 이것도 우연일까 싶을 정도로 조선총독부가 완공됨과 동시에 한쪽에선 나운규의 ‘아리랑’이 상영이 되었단 사실들은 당시 시대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과 함께 구국운동을 위해 노력했던 인사들의 행보도 중요했지만 이렇듯 이름 없는 보통의 조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그 시대의 흐름을 조선총독부 안에 있는  어떤 ‘비밀’의 장소 때문에 벌어진  살인사건을 통해 드러내 보인 저자의 글 구성이 인상적으로 다가오게 한 책이었다.

 

살인범의 실체를 알고 난 후의 후련함보다는 왠지 인간사에 뿌려진 이익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행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한 책이기도 했고 오늘날의 우리들이 살아가는 토대를 마련한 당시의 모든 것들에 감사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기도 하다.

 

버라이어티

버라이어키버라이어티 – 오쿠다 히데오 스페셜 작품집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3월

유쾌한 이야기 속에 따뜻함이 묻어나는 소설이면 소설, 사회파 소설가로서의 사회적인 문제점들을 직시해 글을 쓴  소설이면 소설, 한국 독자들에게도 이미 익숙한 오쿠다 히데오-

 

처음 대한 작품이 ‘공중그네’ 인 만큼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의 장들은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최근에 접한 작품인 방해자, 무코다 이발소란 작품을 읽고서도 여전히 그가 쓰려고 하는 소설의 지향점은 다방면에 이루어지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때쯤 다시 들게 된 책이 바로 ‘버라이어티’다.

 

책 뒤의 말미에 밝혔듯이 그동안 각기 다른 출판사의 청탁으로 단편 형식의 짤막한 글을 쓴 것들을 모아 한 편집자의 노고로 여러 출판사의 양해를 얻어 한 권의 책인 스페셜로 내놓게 된 것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한다.

 

단편 6편, 대담 2편, 쇼트 쇼트 스토리 1편으로 총 9편의 글이 실려있고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넘길 수 없는 그야말로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가 들어 있어 읽는 재미를 주는 책이다.

 

처음 두 편인 있는 [나는 사장이다!]와 [매번 고맙습니다]는 하나의 연작 소설처럼 이어져 있고 저자도 처음엔 연작처럼 쓰려고 했던 모양이었으나 단 두 편에 그쳤다고 하는 만큼 이야기는 현재의 우리들 모습을 비추고 있다.

 

‘갑’의 입장에서 ‘을’의 입장으로 바뀐 주인공이 겪는 심리와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사장이란 위치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일감을 얻어오기 위해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지, 그전 같으면 결코 자신의 성격에 반하는 일들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도 중소기업의 ‘사장’이란 자리가 주는 압박감과 직원을 거느리고 일하는 오너로서의 현실적인  문제들이 자신이 기존에 ‘갑’이라는 대기업에 근무할 적에 느껴보지 못했던 비애감 같은 것을 느끼며 한층 성장해 가는 이야기들을 통해 오너이자 가장인 주인공의 앞 날이 궁금해지는, 그래서  좀 더 연작 형태로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한 사람, 한 사람들이 겪는 인생의 변화무쌍함을 대변해 주듯 책에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있어서의 행동들을 보이는 사람들로 인해 전혀 뜻하지 않게 닥쳐오는 불안감과 설상가상으로 자신이 오해를 받게 되는 일들을 줄줄이 이어진 고속도로의 정체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보여주는 드라이브 인 서머, 크로아티아 인의 눈으로 바라 본 일본과의 축구 대결을 그린 가장 짧은 쇼트 쇼트 스토리는 구성 자체가 신선하단 느낌마저 준다.

 

남편의 구타와 돈 횡령으로 인해 도망쳐 온 여인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일하던 중 다른 동료에 의해 신분이 탄로 나게 될 지경에 이르는 이야기인 더부살이 가능, 17세의 딸을 둔 엄마의 심정을 잘 표현한 세븐틴, 성장소설처럼 읽히는 여름의 앨범은 코 끝이 찡함을 전해준다.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글쓰기 방법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그가 고수하는 글에 대한 철학처럼 비치는 두 유명인과의 대담은 책 중간중간에 들어있어서 짧은 단편이 주는 글 외에도 독자로서 작가의 신념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소설가도 직업인으로서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출간한 작품이 잘 팔리고 호응이 좋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누리지만 자신이 생각한 최상의 작품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대중들에게 외면을 받을 때의 충격과 서운함을 솔직히 토로하는 글에서는 보통의 직업인들이 갖는 직업에 대한 긍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요, 탈고를 하기까지의 시간과의 싸움과 그 가운데서 피를 말리는 창작의 고통을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업, 즉 악마의 길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오쿠다…  아마 제 창작의 근원은 위화감일 겁니다. 텔레비전의 뉴스나 잡지 기사를 보고 이건 아니다 하고 생각하거나, 모두 이렇게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하고 말이죠. 매스컴이 우르르 몰려들거나 모두가 열중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기 때문에 위화감을 느끼면서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합니다. – p 32 _… 대담「오쿠다 히데오 × 잇세 오가타」

 

 

그런 만큼 독자들은 항상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새로운 신작에 대한 기대를 하는 것이겠지만  창작이란 우물에 갇힌 소설가의 입장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시간도 느낄 수가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작가이면서 자신 또한 한 평범한 인간임을 드러내는 대담을 통한 오쿠다 히데오란 작가의 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했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통해서 그가 그동안 다른 방향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창작하려는 이유를 듣는 시간이기도 했던 책인 만큼 각기 다른 느낌의 오쿠다 히데오 책을 접하고 싶은 독자라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

지적호기심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 – 당신이 믿는 역사와 과학에 대한 흥미로운 가설들
맹성렬 지음 / 김영사 / 2017년 3월

날로 발전하는 문명의 기술 앞에서 인간들은 그동안 무수히 많은 궁금증을 해결해왔다.

그 가운데 가장 친숙한 것이 아마도 고고학 계열에서 볼 수 있는 유물의 연대기 측정을 통해 그 시대에 연관 있는 다양한 가설의 확증을 알아가는 재미뿐만이 아닌 여러 가지 학문에 접근하는 사실로써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기존에 가설이 확신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이 책은 그런 범주에서 좀 더 나아가 ? 에 대한 또 다른 재미를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책의 구성은 당신이 믿는 역사와 과학에 대한 담대한 가설들이란 소 제목처럼 다가오는 문구가 호기심을 유발한다.

 

고대 신. 구대륙간 교류를 암시한 미라에서 발견된 코카인의 존재를 따라 우리가 알고 있었던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전에도 이미 이들의 교류가 있었을까? 있었다면 어떤 경위를 통해서 이러한 것들이 당 시대에 교류 품목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탐구 여정을 한 편의 미스터리 해결을 위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고, 이미 우리가 알고 있었던 지식의 한계를 한 꺼풀 벗겨내는 데에 일조를 하는 단서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흔히 보았다고 말하는 미 확인 비행접시인 UFO와 미국 대통령들에 얽힌 미스터리는 미 국방부와의 관계와 레이건 대통령과 이후 빌 클린턴 대통령까지 연관되는 의문점을 제시하며 이러한 사실들이 과연 믿을 만한 정황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분야인 정신분석학자들과 물리학자들 간의 인연을 다룬 내용들은 프로이트와 융,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텔레파시, 초심리학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어 있어 다분히 흥미 위주가 아닌 우리가 실제 겪지만 믿을 수 없는 현실에서의 가능성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끄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현재 우리가 알고 사용하는 전지의 발견을 한 시대보다도 더 먼 이전인 바그다드 유적지에서 발견된 고대 전지 역할을 했다고 생각되는 미스터리의 발견, 생명체의 진화에 대한 믿기지 않는 미스터리 이야기, 그 외에도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우리나라 천년고도인 경주, 첨성대를 다룬 부분이다.

 

고대전지

 

기존에 알고 있던 첨성대의 기능을 저자는 좀 더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면서 당시 첨성대의 역할을 좀 더 확장해서 넓은 시야로 돌아보게 한다.

 

첨성대의 건축 모습이 어느 나라의 영향을 받았을지, 우물 안에서 별을 관측했던 고대의 이야기를 곁들여 첨성대의 기능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들은 곧 폭넓은 세계 지리 사의 이야기까지 번져 나가게 되면서 당시의 세계정세와 맞물린 공부까지 할 수 있는 유용한 내용들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천성대내부

첨성대기타

첨성대인도

마지막 이야기인 천재 물리학자 조지프슨이 자신의 주 전공인 물리학에서 초능력에 빠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부분들은 물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에 읽어나가기엔 쉽진 않았지만 흘려들었던 양자학의 세계와 텔레파시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보는 주장들은 전혀 이론과 실제가 맞지 않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근거가 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심어준 부분이 아닌가 싶다.

 

인간들이 생각하는 역사와 물질들의 관계, 생명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밝혀져야할 부분들이 많지만 이 책은 이미 이러한 가설들 위에 세워진 확실한 증거 외에 또 다른 미스터리를 제기함으로써  다른 가설의 확신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지적호기심에 대한 부분들에 대한 재미를 부추긴 책이 아닌가 싶다.

 

틀에 갇힌 확신을 벗어나 좀 더 유연한 사고력이 보태어진다면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들의 한계는 좀 더 넓고 보편적인 세계로의 나아갈 길을 열어주는 지름길이 아닐까를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인 만큼 이미 알고 있던 지식에도 한번쯤은 왜?를 던져서 생각해 보는 재미도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무라라키 하루키를 읽는 오후

무라카키하루읽기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오후
유카와 유타카.고야마 데쓰로 지음, 윤현희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7년 3월

언제나 꾸준히 노벨 문학상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국내에서의 고정 팬들은 물론이고 이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기에 이 저자가 쓴 책에 대해 담론을 다룬 책은 조금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의 전 작품들의 대부분이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소설만이 아닌 에세이를 비롯해 다른 사람과의 대담집을 발표하는 등의 행보는 그의 사교적인  행동을 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보면 문학계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없다는 사실 또한 의외로 다가오기도 한다.

 

처음 작가의 작품을 접한 것이 상실의 시대로 나왔던 노르웨이의 숲이었으니 그의 필력에 대한  활동 또한 타 작가들과 같은 활발함을 보인다.

 

유카와 유타카(<무라카미 하루키 북> 편집자, 평론가)와 고야마 데쓰로(무라카미 하루키 전문 기자, 저널리스트). 이 두 사람의 대담과 함께 별도로 각자가 생각한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칼럼을 보는 재미, 그중에서도 음악, 영화, 달리기, 역사의식, 4라는 숫자, 색깔, 눈물들이 등장하는 요소요소에 대한 관심과 이를 문학적인 면에서 관찰한 전문가들 답게 무라카미 하루키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저자의 책을 읽었을 때와 읽은 후에 저자가 무엇을 드러내 놓고 싶어 했는지에 대한 생각들, 리뷰를 통해서 간략하게 적어보기도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범주에서 훨씬 더 깊은 대화들을 통해 독자로서의 책 읽기와 쓰기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점검해주는 시간을 주기도 한다.

 

책은 1979년 초기작부터 2014년 최근작까지의 작품들을 다루고 있으며 그가 초년에 출간한 책들의 내용들을 이어나가는 후작의 다른 작품들의 연관성과 그 토대를 중심으로 저자가 갖고 있는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통해 독자들이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대할 때 무엇을 우선시하며 읽으면 좋을지에 대한 참고로도 유용하다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총 4부로 나뉘는 대화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시작으로 그가 출간한 작품 외에도 그가 작품을 쓸 때 영감을 주었거나 영향을 받은 외국 작가들, 특히 그가 번역해서 내놓은 외국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 또한 그가 써온 작품 속에 들어있는 혼'(영혼)의 연관성을 연결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노르웨이의 숲]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반딧불이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들어가 있다.

-‘죽음은 삶의 대극으로서가 아니고, 그 일부로 존재하고 있다.’-(p35)

 

그렇기에 무라카미, 자신이 쓰고자 하는 소설론의 기본은 이야기의 ‘사실’을 믿고 글을 쓴다고 한다.(p194)는 말이 이해가 가는 연결성을 쉽게 이해할 수가 있으며 따라서 이 책에서 그의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는 이전에 미처 지각하지 못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과 작가의 이야기에 대한 철칙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것들을 심층 이해하면서 따라가 읽는 책이기에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책 제목 그대로 나른한 오후에 여유를 가지고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 책이다.

 

 

                                                                                                                          
                                            

내 이름은 꾸제트

꾸제트내 이름은 꾸제트
질 파리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7년 2월

책을 읽으면서 가끔 느끼는 것이 있다.

바로 책도 나와 인연이 있기에 읽게 된다는 것. 여러 사람들이 추천해 주는 책들도 그렇고 우연하게 손에 넣은 책인데 기대 이상으로 감동을 주었던 책들은 더욱 그런 생각을 가지게 한다.

 

바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 이 책을 대할 때는 마침 프랑스 문학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있었던 터라 도서관에서 우연히 프랑스 문학 코너에 눈을 돌리다 읽게 된 책이다.

도서관이란 곳이 최신 작품을 우선시해서 바로 눈길이 쉽게 가기 쉬운 곳에 자리를 비치해 놓는 책들이 있는 것을 먼저 찾아 읽게 하지만 이 책의 경우엔 맨 밑 코너 속에 있었다.

 

당시의 제목은 ‘꾸르제트 이야기’로 나왔다.

책은 두꺼웠지만 정말 의외적으로 빨리 읽었다는 기억, 그 후에 소장하려고 찾아보니 절판이란다.

정말 아쉬움을 갖던 차에 이번에 새로 제목과 표지도 더욱 예쁘게 나오는 바람에 정말 흥분을 감출 수가 없게 한 책이다.

 

꾸르제뜨-

호박 덩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말, 당연히 엄마는 꾸르제뜨라 부르며 같이 살아간다.

그런데 아빠는 없다.

엄마 말에 의하면 아빠는 영계를 찾아 집을 나갔단다.

일은 하지 않고 매일 맥주 마시며 TV만 보던 엄마, 어느 날 본의 아니게 옷장 속에서 권총 하나를 발견한 꾸르제뜨는 엄마를 죽이게 되고 소년원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연을 지닌 친구들과의 만남은 가슴이 찡해오면서도 예외 없이 그 나이에 맞는 솔직한 질문과 대답을 통해 독자들을 웃기게도 하고 울게도 하는 훈훈한 장면들을 많이 보인다.

 

*****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바로그 나이와 밤이면 빼서 물 잔속에 담가 두는 틀니를 제외하면 아이들하고 비슷하다.

그들은 우리처럼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마찬가지로 잘 먹지 못한다.

시몽도 얘기 하기를, 나이란 고무줄과 같아서 아이들과 노인들이 그 양쪽 끄트머리를 붙잡고 잡아당기다 보면 결국 탁하고 고무줄을 얼굴에 정통으로 맞는 건 노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이 죽는다고 한다.

 

***** 사람이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고 모를 걸 다 아는 건 아니다.

 

**** 어른들 세상이 대답 없는 물음표로 그득한 것은 그것들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머릿속에 꼼꼼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들 얼굴은 보면 말해지지 않는 온갖 질문들이 불행이나 슬픔의 표정을 통해 익힌다.

 

***** 얼굴에 파인 주름이라는 것도 한 번도 열어보지 못지않은 질문 상자 속을 지나가는 시간이 대신 가득 채운 모양일 뿐이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말이나 행동들은 어쩌면 이해할 수도 없는 이상한 일들의 연속성을 보이기도 하고, 그것에 대해 돌아오는 답들은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진다.

 

각기 개성이 다른 아이들의 등장은 이 책에서 꾸르제뜨와 함께 모이면서 다양한 행동과 결과물을 낳고, 저자가 아이들의 시선에 맞추어 글을 쓴다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님에도  간결하고 어른들이 느낄 만한 공감대를 형성해서 글을 썼다는 점이 인상적인 책이다.

 

‘자기 앞의 생’의 모모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처럼 꾸르제뜨란 아이의 천성이 낙천적이고 천덕꾸러기인 신세지만 그런 역경 가운데서도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이 책은 어른들과 청소년들이 같이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게 한다.

 

하늘을 미워한 아이로서 자란 꾸르제뜨가 소년원에서 만난 친구들과 어른들의 세계를 통해 삶에 흠뻑 빠지다 삶에 대한 새로움을 알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원망하는 마음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이 성장 소설로서의 느낌을 충분히 만끽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기에 다시 한번 읽으면서 즐거움과 슬픔, 코 끝이 찡해짐을 느끼면서 읽은 행복함을 주는 책이었다.

 

그동안 주위에 추천을 해줬던 책이기에 이번에 새로 개정이 되어 나온 책인 만큼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다고 하는데 같이 보면서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