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7년 3월월

생일 그리고 축복

생일축복표지생일 그리고 축복 – 장영희 영미시 산책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17년 2월

학창 시절 아름다운 말이 들어있는 시를 읽게 되면 공책에 정자체 글씨가 아닌 무늬 글씨로 메모를 해 둔 적이 있었고, 열심히 외우던 시절이 있었다.

 

‘시’란 장르는 어떻게 보면 가장 짧은 말속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모든 의미를 포함해서 드러내 놓기에 가장 쉽고도 어려운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길게 늘어놓은 문장들은 읽어나가면서 그 장소, 시기, 말속에 내포된 뜻을 이해하기 쉽지만 시란 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이상의 상상력을 동원하다는 것에서 더욱 읽으면 읽을수록 감동이 배가되어 나오는 글귀들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저자인 서강대 영문과 교수였던 고(故) 장영희 교수가 쓴 신문의 칼럼을 생각났다.

그때도 무척 시를 사랑한다는 느낌과 함께 칼럼의 내용들은 시의적절하게 시를 포함시켰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려운 병마에도 꾸준히 활동하시다 천국에 가셨지만 이 책을 통해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책은 김점선 화백의 그림과 함께 엮어 출간이 됐다.

아쉽게도 이 책의 두 사람 모두 고인이 됐지만 그래서 더욱 그들이 남긴 흔적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당시 투병 중이던 장영희 교수가 일 년 동안 연재한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을 부제로 사랑을 주제로 한 49편을 묶어 ‘생일’, 희망을 주제로 한 50편을  ‘축복’이라 분류를 했고 이것을 이번에 다시 묶어서 그림과 함께 산뜻하게 단장을 한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시1

 

책 속의 여러 작가들의 시구들을 원본과 번역을 통해서 느껴가는 맛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읽으면서 세월 속에 쌓아 온 인생의 경험담과 자연에 대한 존경, 그리고 역시 사랑을 빼놓을 수 없는 각기 다른 주제들의 시들은 여전히 이 계절에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시2

시3

 

좋아하는 시들은 여전히 고전처럼 내려온다는 사실과 더불어 90편이 넘는 시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 두고두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사람의 냄새가 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시들이란 생각이 든다.

원본과 번역 그리고 그림, 뒤편에 어떻게 이 시를 읽어나감에 있어 더 좋은 감동을 전해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글들이 가슴에 더욱 와 닿기에 시를 통해 이 봄날에 천천히 음미해 본다면 짧게만 지나가는 이 계절에 대한 기억을 더욱 소중히 간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

토리노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7년 2월

얼마 전 동계 스포츠 종목인 쇼트랙은 물론 스피드 스케이팅 대회를 TV에서 방영된 것을 본 적이 있다.

 

세계 빙상대회 월드시리즈~~ 몇 차…

이런 식으로 경기 운영방식을 각기 다른 나라에서 치르며 최종 개인 순위를 다루는 것 같은데, 사실 하계 올림픽만큼 동계에서 다뤄지는 종목은 그저 위의 종목과 피겨, 크로스컨트리, 영화 국가대표에서 나오던 점프, 알파인 스키, 김연아로 인해 더욱 보게 되는 피겨 정도다.

스노보드도 있었지..

 

피겨

 

운동이란 관심 있게 보다 보면 그 나름대로의 흥미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경기 해설 방식도 무시할 수는 없다.

누구와 콤비를 이루며 열성을 쏟아 해설과 진행을 이어나가는 것을 듣는 입장에선 종목마다의 특징을 알 수 있는 기회도 되지만 이처럼 에세이를 통해서 재미와 맛깔스러운  글을 통해 알아가는 것도 재밌겠단 생각이 든다.

 

스케텔톤

 

워낙에 다작가로 알려진 히가시노 게이고인지라 그가 내놓은 에세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당연히 책을 집어 들면서 같은 나라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시드니’와도 비교해 보게 되는 책이고 계절상 정 반대의 대회를 겪으면서 쓴 글들이라 작가들의 특성과 나름대로의 성격(?)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도 느끼게 된다.

 

책은 처음에 작가가 기르는 애묘  유메 키치와 함께 2006년에 올린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이탈리아 토니노에 달려가 경기 관전과 그 나름대로 애정을 갖고 있는 운동에 대한 지식과 응원,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루지

 

주된 등장의 흐름은 애묘이기에 책의 느낌은 말하는 동물로 주인과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고 작가의 직업을 떠나 운동 경기를 관전하고 즐겨하는 운동 마니아로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책의 전반부는 일본의 동계 스포츠의 현황이나 유명 선수에 대한 애정을 그리고 있고 후반부에 들어서면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관전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각기 개인들이 좋아하는 운동들이 있다 보니 무라카미의 경우엔 본인 자신도 마라톤을 즐겨하듯이 글에서도 마라톤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그리고 있는 것처럼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스키점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글은 비교해서 읽어도 좋을 듯한 인상을 준다.

 

응원

 

하긴 일본만 하더라도 이미 동계 올림픽을 치른 경험이 있는 나라이다 보니 내년에 열리는 우리나라 동계 올림픽인 평창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고, 책의 글 내용 중 한국의 한 곳에만 편중된 운동 육성에 대한 글은 고루 평준화된 운동 지원의 방식도 필요함을 느끼게 해 줌과 동시에 우리나라 선수들의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리라~ 하는 생각을 심어준다.

 

작가만이 그릴 수 있는 이야기들의 구성은 저자만이 간직한 운동에 대한 박식함과 유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책이기에 이번에 다시 한번 동계 종목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보게 한 책이다.

                                                                                                                          
                                            

 

 

 

 

거짓말 규칙

거짓말1

거짓말 규칙
조디 피코 지음, 엄일녀 옮김 / 포레 / 2017년 2월

누구나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통상적으로 그것에 대한 이름들인 규칙, 예절, 관습처럼 내려오는 것들, 여기에 덧붙여 일반인들보다 약간 특수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평범한 보통의 우리들과 어울리기 위해 별도의 규칙을 정해 살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말 그대로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에서도 자녀들에게 부모들이 집에 들어오는 시간에 대한 철칙을 세우고 생활한다는 것도 쉽게 가족 간에 맺어진 약속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 한 소년이 있다.

제이컵 헌트-

올해 18살로 고등학생이면서 3살 터울 아래인 동생 테오와 엄마 에마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이다.

범죄를 다룬 [크라임 버스터스]란 드라마에 빠져서 모든 방송분을 제시간에 봐야만 하고 방송에 나오는 주인공과 대결해 누가 먼저 범인을 맞추는지에 대해 신경을 세우며, 옷장 안엔 무지개 색깔별로 옷을 진열해 놓고 목욕은 반드시 첫 번째로 해야 하는 절차, 주황색에 대해 극도의 예민함을 보인다.

더군다나 자신이 생각하는 바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시, 허벅지에 손을 파닥거리면서 두들기고 발작을 일으킨다.

반면 쉽게 외울 수 없는 영화 대사, 평범한 지식이라고는 할 수 없는 광대한 과학과 범죄 수사에 대한 습득 지식들, 언어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자, 그렇다면 이런 제이컵은 천재?

 

천재는 천재이긴 하나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 있고 타인과의 감정 교류를 이어가지 못하는, 오직 흑과 백만 있을 뿐인 소위 말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병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이다.

 

한 예로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두고 테오가 할아버지는 과연 죽은 뒤에 어떻게 될까를 물었을 때 보통 사람들은 천국이나 평안한 안식처 같은 장소를 말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지만 제이컵은 사실 그대로만 말한다.

시체가 부패되고 구더기와 여러 가지 미생물들에 의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이런 제이컵에게 싱글맘인 엄마 에마는 자신의 일생을 오로지 제이컵에게 쏟아부었고 이런 제이컵이 보다 원활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 ‘규칙’을 만든다.

 

1. 자기가 어지른 것은 자기가 치운다,

2. 거짓말하지 않는다.

3. 하루에 두 번 이를 닦는다.

4. 학교에 지각하지 않는다.

5. 형제를 돌본다. 내 형제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

 

충실히 엄마와의 약속이자 규칙을 지킨 제이컵, 자신의 대인 관계술을 가르친 제스와의 만남은 자신에게 엄마 외에 또 다른 친구이자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던 제스가 죽었다.

교수 집을 봐주기로 하면서 그 집을 방문했던 제이컵은 욕실에 누운 제스를 발견하게 됐고 동생 테오의 발자국을 보게 되면서 그는 규칙을 생각하게 된다.

즉 내 형제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으며, 틀림없이 동생이 제스를 죽였을 거란 짐작하에 사건의 흔적들을 지우고 제스의 거처를 경찰들이 발견할 수 있도록 주도면밀하게 실행에 옮긴다.

 

이쯤 되면 완전범죄의 전형적인 탄생, 더군다나 모든 죄의 전황이 제스의 남친으로 쏠리게 만들었음에도 제이컵은 거짓말하지 말라던 규칙에 따라 경찰이 물어보는 과정에서 시신을 옮긴 사실을 ‘사실대로, 진실로’ 말한다.

 

책은 무척 두껍다.

벽돌의 무게와 맞먹을 만큼 무거운 782페이지를 자랑한다.

덕분에 책을 출, 퇴근길에 들고 다니면서 읽느라 엄청 힘들었다는 사실, 1.2부로 나눠서 출간했다면 이런 책의 무게에 대한 부담감은 덜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따라서 전자책 출간은 필수라는 생각도 하면서 읽은 책이다.^^)

 

책의 구성은 제이컵, 테오, 에마, 그리고 제이컵을 변호하게 되는 올리버, 그리고 제이컵을 법에 의해 구속한 리치 경찰의 관점으로 이어 나간다.

 

누구보다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재능이라고 불리는 것의 범위에 머문다면 분명 제이컵은 모든 부모들이 부러워할 기막히게 특출 난 천재에 속하지만 안타깝게도 제이컵이 가진 재능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말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충실히 따른다.

 

한 집안에 누군가 아프면 온 가족들의 생활은 그 사람 위주로 돌아가게 된다.

여기에 머물러서 차도를 보인다면 다행이지만 영원히 자신의 안에 머물면서 결코 타인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악한 행동을 보이진 않지만 일반적인 사회생활에 있어서의 교류를 못하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자식을 두었다면 부모의 가슴은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 그 자체일 것이다.

 

책은 이미 제이컵이 제스의 시신을 옮겼다는 진술과 부검을 토대로 당연히 제이컵을 범인으로 생각하고 법의 집행 절차를 보인다.

오직 진실만을 말하고자 했으며 자신은 자폐증의 한 부분을 가지고 있지 결코 자폐아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제이컵에게 가족들과 올리버는 거짓을 강요하게 된다.

 

왜?

제이컵이 정신적 아스퍼거 증후군의 증상에 따른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밝혀야만 집행유예를 받을 확률이 클 것이고 이것만이 오로지 제이컵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란 아이러니를 유발하는 촉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오로지 거짓과 진실만이 있을 뿐이고 자신이 제스에게 한 행동에 대한 진실을 말하려 하는 제이컵의 심정, 동생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은 한 번도 식단에 넣을 수 없으며, 장애를 가진 형을 가졌단 사실을 알고 나면 주위의 친구가 없게 되는 상황, 오로지 제이컵, 제이컵, 제이컵…

엄마의 신경은 제이컵에게 쏠려 있기에 자신이 가족다운 분위기를 그리워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타인의 가정을 들여다보는 관음증의 행동을 가지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그 흔한 가정에서 아빠와 아들이 해 볼 수 있는 낚시조차 경험해 보지 못한 채 성장해 온 심경들이 구구절절 가슴을 파헤친다.

 

그렇다면 엄마는?

제이컵과 테오를 버린 남편 대신, 신문에 칼럼을 쓰면서 살아왔던 여린 그녀는 말한다.

제이컵이 있음으로 해서 보다 강해졌고 싸움도 잘하는  엄마가 됐지만 반대로 편파적인 인간으로 변해버렸단 사실, 특히

 

– 엄마가 된다는 건 시시포스가 임무를 수행하는 것과 같다. 뜯어진 솔기를 꿰매고 돌아보면 또 다른 곳이 벌어져 있다. 내가 입고 있는 이 삶은 딱 맞는 맞춤옷이 될 수 없을 것이다.  -p135

 

제이컵의 논리대로 따르자면 평범한 사람들이라 부르는 우리들이 오히려 더 이상한 사람들이다.

자신에게 한 약속을 저버린 같은 반 여자 친구에게 제이컵 나름대로의 행동을 보인 것은 오히려 정학 감에 속하게 되고, 이는 제이컵이 보는 세상에서는 이해를 할 수 없는 조치에 속한다.

 

책은 장애를 둔 가정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의 포착을 무척 공들이고 섬세하게, 그러면서도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문장 속 어느 한편에 독자들로 하여금 울컥하게 하는 심정, 그 외에 장애우에 대한 대우가 선진국답게 잘 이루어졌다는 미국이라 할 지라도 슈퍼에서 발작을 일으키는 아이를 보는 시선들 속에 엄마 에마가 감당해야 하는 마음과 행동들은 우리들 현실의 이웃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제스가 결코 죽지 않길 바랬다는 제이컵의 진실이 담긴 증언은 그것을 듣고 받아들이는 우리들 보통의 사람들은 그러면 그렇지, 네가 바로 범인이구나 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제이컵의 입장에선 자신과 소통을 했던 제스가 그렇게 죽지 않길 바랬다는 뜻으로 전달된 상황의 대화 소통의 부재로 인한 현상들은 과연 우리들은 ‘다름’이란 것을 정말로 관대하고 광범위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지를 묻는다.

 

여기에 덧붙여 법에서 다루는 한계 또한 파급의 효과가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보인다.

제이컵처럼 정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심문을 위한 절차와 필요에 따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조치, 이러한 점을 악용하게 되는 정상적인 증인들의 위험천만적인 행동들이 나타날 현상들을 과연 법이란 체계는 이를 커버할 수 있기는 한가? 에 대한 고민도 해보게 되는 책이다.

 

오로지 거짓이 아닌 진실만을 말했을 뿐이었고, 자신이 좋아한 범죄 드라마에 힌트를 얻어 경찰들로 하여금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게 하려 했던 행동들, 더군다나 가장 큰 원인이었던 가족이니까, 우린 형제이기 때문에 테오를 위한 행동이 이렇게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줄 누가 알았을까?

 

어릴 적부터 거짓은 나쁜 것이라고 배웠던 우리들, 그렇다면 과연 제이컵처럼 테오가 저지른 일이 확실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정황을 우리들 가족들 한 사람이 이런 경우를 당하게 된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행동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이 또한 이 책에서 다루는 많은 부분들 중 하나인 가족애와 인간의 하나하나 모두가 소중한 존재임을 깨우치게 되는 책, 다름이 결코 틀린 것과 동의어가 아닌 하나의  일부분으로써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하는 줄을 모르고 매번 거절만 당해왔던 제이컵에게도 하나의 희망이 보이진 않을까?

 

책의 뒤편에서 다루는 ‘마이 브러더스 키퍼’는 제이컵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간과했던 부분들을 다룬 것으로서  읽으면서 저자의 탁월한 글의 흐름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게 하고 있어서 여전히 책을 덮으면서도 오랫동안 생각에 생각을 던져준 책이었다.

 

고루고루 균등하게 펼쳐지는 각 인물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그려진 글의 맥락으로 인해 우리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왔던 것이 아니었는지, 그렇다면 이제라도 눈을 돌려 제이컵 같은 사람들에게도 다름이 있음을 인정하는 사회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로 끝을 맺는다.

 

 

개인적으로 별점 다섯 개를 그다지 주진 않지만 흡입력이 좋고 생각할 부분들이 많았던 책이라 한번 읽어보실 것을 권한다.

조선왕조 여인실록

조선왕조조선왕조여인실록 – 시대가 만들어낸 빛과 어둠의 여인들
배성수 외 지음 / 온어롤북스 / 2017년 2월

조선왕조 500년이란 흔한 말속에는 격동의 모든 역사적인 사건들을 통해 현재의 우리들이 무엇을 배우고 깨우치며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안내서 같기도 하고 교훈적인 면들이 많다.

 

비단 조선뿐만이 아닌 한국의 역사란 태동서부터 시작되는 ‘역사’란 말이 의미하는 바는 저자들이 말했듯이 우리들의 거울이며, 이 거울을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어떤 정책과 삶을 통해 평화로운 역사를 이루어나갈지에 대한 여러 의미를 깨닫게 해 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기존 출간됐던 많은 조선의 역사, 특히 남성 중심적인 역사적인 활동 범위를 벗어나 여인들, 그것도 금수저 격인 왕비나 후궁이나 규수들의 전형적인 여인들의 삶에서 탈피한 이미 알고 있거나 몰랐던 부분들까지 현대적인 관점에서 다룬 책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책의 저자들은 현직 고등학교 역사교사 4분이 편찬한 책이다.

역사 속에서 이미 알고 있던 것에서 벗어나 교육적인 암기 위주의 교육을 벗어나 ‘왜’란 물음에 접근한 방식이라 기존에 알고 있던 역사의 내용들과 함께 현재를 중심으로 당시의 여인들의 삶을 좀 더 가깝게 조명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대표적으로 어을우동, 신사임당, 황진이, 허난설헌, 김개시, 김만덕을 다룬다.

 

시대적인 순으로 각기 다른 선생님들이 다룬 내용들이라 연차적으로 무난히 흐름에 편승할 수 있는 글의 시대 순과 함께  이 여인들의 삶에 있어서 사회적인 분위기와 그 안에서 자신만의 삶을 어떤 식으로 이루며 살아갔는지에 대한 조명은 양반 사대부의  부인으로서 살다가 근친상간과 계급의 허울을 던져버리고 노비에 이르기까지 두루 모든 남성들을 섭렵했던 어을우동의 삶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에 대한 과정들로 시작되는 책의 시작은  자신을 가두었던 사회적인 반 감정에 이은 뭇 남성들에 대한 여성으로서, 여기에 덧붙여 자신이 가진 장점을 이용해 삶의 주도권자로 살아간 어을우동이란 여인의 삶에 조명한 글들 외에 우리가 전형적인 현모양처란 이미지로 각인된 신사임당의 출생과 자녀들의 교육과 삶에 뒤에 가려진 현모양처란 수식어가 사실은 정치적인 이익에 앞세운 대표적인 케이스로 남는 과정을 보인다.

 

어을우동이 뭇 남성들의 신분을 뛰어넘는 사회통념상으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통해 자신만이 가진 인생을 살다 간 여성이었다면  황진이처럼  자신만의 세계에 자긍심을 가지고 뭇 여성들을 대했던 남성들을 통쾌하게 무릎을 꿇게 했던 기생으로서의 자격심과 시와 그림을 사랑했던 여인으로서의 자신의 모든 것을 통해 교류를 하고자 했던 여성으로서의 삶을 보임으로써 또 다른 조선이란 틀에 갇혀 살다 갔던 여인들의 모습들을 보는 느낌을 받게 한다.

 

한류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허난설헌, 비선 실세의 전형적인 모범을 보인 김개시와 선조, 광해군과의 이야기는 한편의 인생역정을 보는 듯도 하고, 이어 기생에서 탈피해 섬에 사는 어려움을 이기고 조정에게까지 가서 정조를 알현한 김만덕이란 제주 객주 여성인의 삶 또한 제주도의 풍경처럼 한 편의 인생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이처럼 조선이란 유교사상과 성리학에 입각한 한 나라의 체제 안에서 여성들, 자신들이 가진 여성으로서 참아내기 힘들었던 과정들 속에서도 나름대로 자신만의 인생을 자신의 주도하에 살다 간 여인들의 각기 다른 삶을 통해 들여다본 역사는 지금이나 그 때나 여전히 비슷한 양상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례들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뒤의 후세들이 지금의 역사를 어떤 평가를 내릴지에 대한 생각을 염두에 두고 정치나 교육, 생활의 일반적인 것들을 다루고 실행하면서 살아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역사로 가는 토대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책의 구성은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전에 당시의 시대상을 먼저 알려주고 시작하는 글이 있기에 한 여성에 대한 삶을 조명해 볼 때 그 당시의 상황과 맞물려 그녀들이 왜 이런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훨씬 받아들이기 쉽게 하고 있으며 당시에는 어떤 점들이 도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할지라도 시대의 의식과 흐름에 따라 역사적인 평가는 달라짐을 보여준 글들의 예시는 ‘역사’를 관통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일례로 광해군에 대한 평가가 지금에서는 조금씩 다른 관점에서 다루어진다는 점)

 

 

굵고 큰 사건들 뒤에는 이렇게 여인들의 삶이 함께 들어가 있는 역사, 더 크게도 와 닿기도 하고 작지만 그 안에서 이뤄지는 삶의 척도에 있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다 간 조선왕조 500년 역사란 말속에 그녀들의 소리 없는 외침을 들은 책이었다.

 

보너스로 뒤 편에 또 다른 여인들을 간략하게 적은 글 또한 인상적인 책이다.

 

수고했어 오늘도 야식…나를 위한 나만의 만찬

야식표지수고했으니까, 오늘도 야식 – 힘든 하루를 끝내고, 내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영혼을 달래는 혼밥 야식 만화
이시야마 아즈사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2월

워낙에 먹방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이제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초간단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있는 시대다.

하물며 혼자 살면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혼족들의 생활에서는 이런 레시피가 당연히 필요한 요소에 속하고, 일반 가정에서도 여전히 아이들이나 간단한 대접을 위해서라면 좀 더 시간 절약과 함께 즐겨 먹을 수 있는 요리가 필요함을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개인적으론 야식을 즐겨하지 않는다.

식사가 끝나면 야식에 대한 유혹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는데, 아주 드물게 방송에서 나오는 맛난 음식을 대할 때면 군침이 돌면서 먹고 싶다는 생각,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면서 후후 불어가면서 먹는 면 종류의 유혹은 먹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끊여서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처럼 야식에 대한 생각은 먹는다는 행위의 근본적인 공복의 해결 외에도 세상에는 맛난 음식들이 정말 많기도 하지만 눈을 호강하게 만드는 유혹의 시각이 좀처럼 헤어 나오질 못하게 만드는 마력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낮에는  아르바이트, 야간에는 그림을 그리며  여동생과 동거를 하고 있는 일러스트다.

주인공의 유일한 낙이란 새벽까지 그림을 그리다 출출함을 느낄 때면 만들어 먹는 야식!

 

그렇기에 이 책은 야식 애호가는 물론이고, 일반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냉장고의 재료를 훑어보면서 알맞고 맛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요리를 통한 잔치와 만족감을 선사한다.

 

일본이 배경이다 보니 우리네와 정서에 맞지 않는 생소한 음식 종류도 있지만 대개는 익숙한 음식들을 통해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도전정신을 부추긴다.

특히 따끈한 밥에 팽이버섯 조림과 김을 얹고, 날계란을 톡 깨뜨린 다음 간장을 조금 넣는 것만으로도 한 끼 해결을 할 수 있다는 것, 사실 여기엔 팽이버섯 조림과 김만 제외하면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갓 지은 김이 무럭무럭 나는 흰 밥에 날계란을 깨뜨린 다음 참기름과 간장을 넣고 비벼서 먹던 집의 음식과 같음을 느끼게 한다.

 

야식1

인스턴트를 이용한 야식은 그야말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또 다른 음식의 일색이다.

슈퍼에서 산 평범한 고로케를  마요네즈와 우스터소스를 첨가해  크림 고로케 샌드위치로 먹을 수 있고,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매실장아찌를 이용한 초간단 요리는 즉석 밥 개념이란 생각을 저버리게 한다.

 

야식2

 

피자 하면 의례히 떠오르는 개념이 아닌 가지를 이용한 가지피자란 음식 소개는 인상적이었다.

가지와 피자 소스, 치즈를 가지고 얼마든지 피자의 맛을 느낄 수 있기에 굳이 배달을 통해 피자를 시켜 먹을 필요가 없음을 느끼게 해준다.

 

야식3

 

책은 한 끼 식사, 간단한 반찬, 달달한 음식, 여러 가지 야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 만큼 컬러의 화려한 음식의 색깔을 통해 맛을 상상하게 만들고 있으며 흑을 이용한 그림에선 어린 시절 즐겨먹던 음식의 세계로 안내하면서 나름대로 향수를 젖게 만든다.

 

아버지가 해주시던 음식, 차를 몰고 다니면서 팔던 라멘에 대한 향수, 그저 우리들이 눈만 돌리면 계절에 맞는 야식의 세계가 이렇게 풍부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놀라움과 귀찮다고 주문해서 먹을 것이 아닌 집에 있는 먹다 남은 음식을 이용해 얼마든지 야식이란 이름을 붙여서 만들어 먹을 수 있겠단 도전 정신을 가지게 만든다.

 

야식4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고 하루 중 거의 대부분을 사회에 있는 만큼 이  야식에 대한 시간은 오로지 오늘 무던히도 애를 쓰며 수고한 나 자신에게 내가 위로와 용기를 불어넣어줄 야식으로 상을 준다면 어떨까?

 

구색 맞춰  와인을 곁들이고 온갖 맛난  음식을  곁들여 먹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오로지 나만을 위한 나 자신이 주는 음식이라면 그 어떤 허술한 음식일지라도 정성이 깃들인 야식만큼은 따라오지 못할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아직도 살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유혹을 뿌리치기에는 맛난 음식들이 들어있는 책이라 멀리해야 할 경각심(?^^)을 느끼게 할 책이요, 정말 배고픔에  대한 해결을 위해서 간단하게 먹을 것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아주 재밌으면서도 유용하게 응용해 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

함께 있을 수 있다면[세트] 함께 있을 수 있다면 – 전2권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2월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남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1.2권을 합해서 이뤄지는 두 남녀의 그림들, 특히 안나 가발다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색채를 느끼게 되는 부분이 표지서부터 장식한다.

 

새롭게 다시 만나는 이 책은 2009년도에 읽은 적이 있던 터라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첫 글을 읽었을 때의 감흥이 되살아난다.

 

소설에는 크게 4명이 등장한다.

초반에 등장인물들이 한 명씩 등장하고 그 인물들이 만날 수밖에 없는 공간을 제시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이 소설은 요리사와 청소부,  집에서 놀고 있는 세 명의 젊은이와 할머니가 등장한다.

 

가족의 구성원들의 따뜻함을 모르고 살아가던 사람들의 서서히 피어오르는 사랑의 감정과 이웃이지만 진정 가족 이상의 정을 느끼고 살아가게 되는 과정이 저자만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다.

 

 

배경이 프랑스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현실에서 서로 외로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작가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이 아닌가 한다.

 

다른 소설과는 다른 주로 대화체로서 이야기를 끌고 가기 때문에 결코 세세한 묘사를 하지 않더라도 기욤 뮈소처럼 쉽게, 아주 쉽게 책을 넘기게 만들고 주인공들의 심리를 간단한 대사체 하나 만으로도 상황을 이끌고 가는 점이 눈길을 끈다.

 

어떻게 이렇게도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사람들의 세세한 행동을 글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독자들의 마음을 이끄는지 참으로 부럽기 그지없다.

인간은 누구나 서로가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밷음으로써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고 하고 그것이 어긋나면서 오해와 불신이 쌓이게 된다.

 

이런 점에서 주인공들이 살아온 인생역정이 결코 순탄할 수만은 없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두 사람, 화가인 카미유와 요리사 프랑크 간의 인간의 대한 관심을 넘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사람으로 인식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

 

대화가 필요했던 사람들인 만큼 서로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몰랐던, 소외계층이라고 생각되던 사람들이 따뜻한 음식과 자연의 움직임인 사람의 움직임을 포착해서 그림을 그려내던 카미유의 솜씨가 어우러져 서로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걸 알게 해 준다.

 

프랑크의 고백이 영화에서처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진 않지만 세상 그 무엇보다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감정을 카미유에게 알려준 대목은 연인이 아니더라도 인간사의 관계에서 진심이 배어 있는 말 한마디는 그 어떤 말보다도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옴을 일깨워준다.

 

책을 고를 땐 우선 책 내용도 중요하고 작가도 중요하지만, 내 경우엔 번역자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독서의 결정권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번역작가로 알고 있었던 “이 세욱” 번역가에 대해선 신뢰가 가고 있던 터에  이번에 다시 개정판을 통해 접해 본 역자의 이 책을 보게 됨으로써 하나하나 글 문장이나 번역가로서 충실하고자 한 점이 더욱 맘에 든다.

 

책 만으로도 번역할 수 있는 것을 현지 프랑스에 가서 책 속에 나온 장소를 찾아가서 보고 왔다면 그 책 내용은 안 봐도 알지 않을까…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날씨세계사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2월

하루의 시작은 아마도 시계도 있겠지만 날씨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뉴스를 통해서 내일의 날씨는 어떻게 변할지에 따라서 옷은 어떻게 입고 출근할 것이며, 나들이에 좋은 날씨가 되길, 특히 어릴 적 소풍 가기 전날이면 기도를 하고 잠들었던 기억이 있는 만큼 날씨는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에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존재임은 틀림이 없다.

 

역사는 ‘만약’이란 것이 없이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인류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대 사건에 날씨가 영향을 끼쳤다면? 이란 주제로 이 책은 역사 들여다보기에 대한 새로운 근접 방법을 제시한다.

 

 

어릴 적 기억으로 동화의 한 장면 중에 인디언 족을 속이기 위해 날씨의 영향을 이용한 일식 날을 잡아 크게 신처럼 모셔진 주인공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이처럼 날씨는 은연중 우리 인간들, 특히 지금의 유럽 대륙과 미주, 그리고 세계대전 사에서 굵직한 전쟁들 뒤엔 항상 이러한 날씨의 중요성이 대두가 되었다는 저자의 글에서는 ‘아마도’의 허상을 넘어선 긍정의 생각을 유도한다.

 

일례로 로마의 번영과 쇠퇴기에 얽힌 날씨의 영향, 유럽의 암흑기와 중세 온난 기를 거쳐 다시 페스트와 기근의 영향을 미친 소빙하기, 그리고 몽골의 일본 침략을 저지한 카미카제의 역할은 다시 뒤의 역사에서는 역전의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 마야 문명의 몰락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날씨와 벌목의 폐해 현상, 나폴레옹과 히틀러, 미국의 태동,,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우리가 이미 알고 배운 역사 속에서는 날씨가 커다란 영향을 미쳤음을 알게 해 준다.

 

여기에 더 나아가 저자는 역사에서 날씨의 영향을 다루는 한편 지금의 지구 온난화로 인한 걱정을 쏟아낸다.

우리나라의 경우 봄과 가을의 주기가 짧아지고 있고 계절에 따라 잡히는 물고기의 종류도 서서히 수량이 줄어든 반면, 아열대 작물의 수확이 가능해지는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우리가 체감은 하고 있으면서도 설마 하니~ 하는 안일한 범주에 머물러 자연의 소중함을 깨우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인 인간의 생활에 미묘한 차이로 영향을 끼치는 날씨, 더군다나 하나의 커다란 획을 그었던 사건들을 읽고 나니, 지금의 지구 상태로는 얼마 못가 공룡의 멸종처럼 주위의 모든 것들이 소멸해가는 것은 아닌지, 적어도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방법 또한 모색하는 방안을 해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해보게 한 책이다.

 

날씨가 온화하고 모든 자연의 조건이 최적기였을 때의 공통점이란 문명이 발달하고 문화와 건축, 신앙…. 전반적인 거의 모든 것이 최대의 행복함과 인구증가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볼 때 우리들이 실천해 옮겨야 할 정책이나 행동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자의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쓴 글이기에 쉽게 접근할 수가 있으며,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관심 있는 역사 분야부터 읽어도 무방한 책이라 한 번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고발

고발               고발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케이블에서 ‘모란봉 클럽’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북한을 탈출해 정착해 살고 있는 여러 직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의 실감 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저 이야기가 정말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인가? 에 대한 놀라움마저 전해주는 이야기들을 접할 때면 지구 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들의 아픈 역사를 보는 것이 내내 가슴이 아프게 다가오게 만든다.

 

처음 이 책을 들었을 때는 제목에서부터, 더군다나 북한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다는 반체제 작가란 것에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어떻게 북한을 넘어 이 글이 세상에, 남한에까지 출판이 될 수 있었을까에 대한 호기심 반, 그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무척 컸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내내 가슴이 답답한, 교과서와 학교, 방송에서 다루던 그 내용보다도 더 실감 있게 다가오게 만든 책이다.

 

저자의 필명은 반디다.

‘반딧불이’를 뜻하는 필명으로 북한에서의 삶에 관한 소설을 써왔다는데, 이 책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우리들보다 먼저 그 폭이 큼을 느낄 수가 있게 한다.

 

***** 2017년 가장 기대되는 작품(문학전문지 <더밀리언즈> 선정)
***** 20개국 18개 언어권에 판권이 팔린 세계적인 화제작
*****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스웨덴 등 주요 국가 동시 출간
***** 영국 펜(PEN) 번역상 수상(『채식주의자』의 데버러 스미스 번역)
***** 2017년 3월 말 『고발』 출간 기념 국제 콘퍼런스 개최

 

이렇듯 글은 무력보다 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저자의 글에 녹여낸 총 7편의 단편은 어떤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부류들이 아닌 실제 우리들의 보통 평범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초들과 울분, 그리고 북한의 권력체제의 그릇된 행위를 폭로하는 글이다.

 

까마귀와 백로로 별명 지어지는 성분 차이에서 오는 결혼의 세태로 인해 아내가 피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한 부부의 이야기는 지금도 여전히 북한의 성분 계급에 따른 불이익과 그에 따른 차후 자신의 자식들까지 그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여기에 더해 ‘지척 만 리’ 란 제목의 내용은 더욱 아프다.

여행 통행증이 발급이 되지 않는 한 아무리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는 부모라도, 더군다나 병세의 악화로 시각을 다투는 입장에 놓인 노모를 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기차에 오르는 아들의 기막힌 사연, 아이의 마르크스와 김일성 초상에 대한 겁먹음이 오히려 자식을 제대로 강하게 키우지 못했다는 지적에 좌천당하고야 마는 한 가정의 몰락, 여기에 나머지 이야기들 모두는 현실에 기반을 둔 전체주의의 어둡고 침침하며, 숨 막히며 살아가는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그려낸 작품이 아닌가 싶다.

 

가끔 방송에서 믿거나 말거나 하는 식의 유행어가 있었고, 그런 부류의 세상의 요지경 같은 내용들을 볼 때면 웃어넘기자니 그렇고, 정말 믿을 수가 없다란 말 밖에 할 수가 없는 상황들을 보게 되지만 이 책은 그런 범주와는 확연히 다른 철저히 삶의 하루하루를 숨 가쁘게 달려오지 않으면 자신의 의지조차도 어쩌지 못하고 당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북한이라는 공간이 주는 암울함을 고발하고 있다.

 

“믿으려야 믿을 수 없고 안 믿으려야 안 믿을 수도 없는 현실 앞에서 울었네”-p 46

 

위의 문구가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 구 소련 체제의 솔제니친과 비교하는 반디의 이 작품은 저자 자신이 스스로 겪고 있고 살아가고 있는 북한이란 전체주의의 체제 안에서 자신의 미약하나마 필력이란 것을 통해 세상에 외치고 싶었던 울분과 고통을 내포한 글이 아닌가 싶다.

 

책에 들어가기 전에 작가의 말이 아직도 잊지지 않는 책,

 

북녘당 50년을

말하는 기계로,

멍에 쓴 인간으로 살며

재능이 아니라

의분으로,

잉크에 펜으로 가 아니라

피눈물에 뼈로 적은

나의 이 글

사막처럼 메마르고

초원처럼 거칠어도,

병인처럼 초라하고

석기처럼 미숙해도

독자여!

삼가 읽어다오

– 반디 –

‘작가의 말’

 

우리말의 생소한 단어가 새삼 분단이 가져온 느낌을 여실히 느낄 수가 있는 책, 다시 한번 천천히 일독을 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