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함께 있을 수 있다면 – 전2권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2월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남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1.2권을 합해서 이뤄지는 두 남녀의 그림들, 특히 안나 가발다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색채를 느끼게 되는 부분이 표지서부터 장식한다.
새롭게 다시 만나는 이 책은 2009년도에 읽은 적이 있던 터라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첫 글을 읽었을 때의 감흥이 되살아난다.
소설에는 크게 4명이 등장한다.
초반에 등장인물들이 한 명씩 등장하고 그 인물들이 만날 수밖에 없는 공간을 제시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이 소설은 요리사와 청소부, 집에서 놀고 있는 세 명의 젊은이와 할머니가 등장한다.
가족의 구성원들의 따뜻함을 모르고 살아가던 사람들의 서서히 피어오르는 사랑의 감정과 이웃이지만 진정 가족 이상의 정을 느끼고 살아가게 되는 과정이 저자만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다.
배경이 프랑스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현실에서 서로 외로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작가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이 아닌가 한다.
다른 소설과는 다른 주로 대화체로서 이야기를 끌고 가기 때문에 결코 세세한 묘사를 하지 않더라도 기욤 뮈소처럼 쉽게, 아주 쉽게 책을 넘기게 만들고 주인공들의 심리를 간단한 대사체 하나 만으로도 상황을 이끌고 가는 점이 눈길을 끈다.
어떻게 이렇게도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사람들의 세세한 행동을 글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독자들의 마음을 이끄는지 참으로 부럽기 그지없다.
인간은 누구나 서로가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밷음으로써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고 하고 그것이 어긋나면서 오해와 불신이 쌓이게 된다.
이런 점에서 주인공들이 살아온 인생역정이 결코 순탄할 수만은 없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두 사람, 화가인 카미유와 요리사 프랑크 간의 인간의 대한 관심을 넘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사람으로 인식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
대화가 필요했던 사람들인 만큼 서로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몰랐던, 소외계층이라고 생각되던 사람들이 따뜻한 음식과 자연의 움직임인 사람의 움직임을 포착해서 그림을 그려내던 카미유의 솜씨가 어우러져 서로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걸 알게 해 준다.
프랑크의 고백이 영화에서처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진 않지만 세상 그 무엇보다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감정을 카미유에게 알려준 대목은 연인이 아니더라도 인간사의 관계에서 진심이 배어 있는 말 한마디는 그 어떤 말보다도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옴을 일깨워준다.
책을 고를 땐 우선 책 내용도 중요하고 작가도 중요하지만, 내 경우엔 번역자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독서의 결정권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번역작가로 알고 있었던 “이 세욱” 번역가에 대해선 신뢰가 가고 있던 터에 이번에 다시 개정판을 통해 접해 본 역자의 이 책을 보게 됨으로써 하나하나 글 문장이나 번역가로서 충실하고자 한 점이 더욱 맘에 든다.
책 만으로도 번역할 수 있는 것을 현지 프랑스에 가서 책 속에 나온 장소를 찾아가서 보고 왔다면 그 책 내용은 안 봐도 알지 않을까…
번역이 때로는 원작을 망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도저히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되는 번역은
책을 읽어 내기가 힘들죠.
사람에게는 대화의 상대가 있다는것이 행복인데
요즘은 너무 담을 쌓고 살아서 정이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이 시사하는 바가 클것 같습니다.
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말을 얼마나 많이 알고 시의적절하게 원작의 내용과 비교해도 충실했는지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때때로 이런 문제로 원작에 비교해 감정 전달이 떨어지는 책을 접할 때면 당황스럽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