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7년 11월 20일

여자들의 집

이쁜여자들여자들의 집
소피 골드스타인 지음, 곽세라 옮김 / 팩토리나인 / 2017년 11월

이그나츠 어워드 수상작으로 그래픽 노블을 오랜만에 접한다.

 

붉은 바탕에 검은 색채, 섬세하게 그려진 것 같으면서도 무심하게 그렸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책이기에 더욱 인상적이다.

 

책의 내용은 수녀 4명이 자신이 살고 있는 제국을 떠나 미지의 개척 행성인 행성 마푸 Mopu에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전혀 우리가 생각하는 인물들이 아닌 눈도 4개 달린 남자를 만나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미지의 사건들은 그녀들이 임무를 맡고 오게 되면서 행한 일들을 통해 인간 심리의 밑바닥까지 가게 하는 과정을 그린다.

 

여자들최초

미개인들의 교육과 개척, 그 밖에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일들 속에 벌어지는 한 남자와 네 명의 수녀가 느끼는 인간의 감정들이 질투와 엿보기, 그 세상 안에서 벌어지는 지배와 소유, 복종들이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검은색과 흰색의 공간을 적절히 배합시킴으로써 극적인 대비 효과를 보인 책이다.

여자들2

친절한 설명도 없는 그림 속에 드러난 신앙을 지닌 수녀들의 질투와 사랑 정복에 따른 비열한 행동들, 순수한 차원의 교육을 하고자 했으나 이루지 못하는 과정들의 일들이 그림을 통해 보이는 것들이라 마치 마녀가 나쁜 약을 만들어 일반 무리들의 통제권을 쥐고 흔들려는 의욕적인 모습들로 겹쳐 보이게도 한다.

 

여자들4

배경과 등장인물들의 세세한 감정들의 친절은 없지만 그림을 자세히 보게 하는 매력적인 터치들, 돈독한 신앙을 지닌 자매들이 어떻게 흔들림을 당하고 본래의 인간이 지닌 지배와 성에 관한 깊이 속에 빠져드는지를 보여주는 책, 그래픽 노블답게 빠르게 넘기게 되지만 모두 읽고 나서 다시 앞장으로 천천히 다시 보게 되는, 여자들의 집은 순수한 그녀들만의 성역은 아니란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이 낯선 마음이 사랑일까

이 낯선 마음표지이 낯선 마음이 사랑일까
이근대 지음, 쥬커맨 사진 / 마음서재 / 2017년 11월

점점 날씨가 추워지는 계절이다.

이럴 때면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 어딘가가 허전하고 비워진다는 느낌도 들게 되기도 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과의 만남도 유난히 그리워지는 것도 계절 탓이려니 하고 핑계를 대보기도 하지만 이 책 한 권 속에 담긴 글로 인해 많은 위로를 받게 된다면 그 또한 소중한 어떤 인연을 대한 것과 맞먹지 않을까?

 

 

10년간 매일 SNS에 응원과 위로의 글을 올리며 25만 독자의 하루를 지켜준 이근대 시인의 책이다.

두 번째로 나온 이 책은 전작에 나온 책만큼이나 더욱 소중한 인연과 사랑, 헤어짐과 또 다른 아야기를 전해줌으로써 타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인간과의 관계라는 것이 때로는 이익을 위해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만남과 설렘, 기대, 이별과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하고 맞이할 때의 자세들은 쉽게 행동으로 이어지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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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간을 나누었던 추억과 사랑의 감정이 있기에 서로가 다른 인연이라고 느껴 헤어짐을 원할 때, 그러한 사실들을 수긍하며 받아들이기까지의 시간들이 쉽게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아는 저자, 그렇게 각 글들 속에 담겨 있는 내용들은 따뜻한 차 한잔과 그 옆에서 누구보다도 당신의 마음을 알고 이해한다고, 위로의 말을 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을 불러온다.

 

낯선3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그러기 위해서는 미움도 질투도, 사소한 오해까지도 모두를 소중히 담을 수 있는 감정의 그릇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 주는 책, 이 계절에 한꺼번에 읽지 말고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기면서 읽으면 정말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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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라 불린 남자

괴물 표지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사형제도는 지금까지도 의견이 분분하게 다뤄지는 제도다.

정말로 지탄받은 짓을 해서 사형당해야 할 마땅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법의 잘못된 선택과 판단으로 인해 억울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문제들이 있기에 쉽게 다룰 문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전작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라는 책을 통해 기억에 남을 만한 이야기를 그린 저자의 두 번째 이야기-

사형수의 삶을 그린 이야기인 한편 여러 문제들을 포함시킨 책이기에 전작과는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거구인 마빈 멜스-

20대 한창 유망한 미식축구 선수 지망생, 엄청난 괴력으로 인해 괴물이라고 불린 남자, 여러 대학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통해 자신의 탄탄대로인 인생설계를 계획하고 있는 청춘이었다.

그런 그가 이제 곧 사형수인 처지를 깨닫게 되는 사형수 집행실로 가야 한다.

20년간을 감옥에서 지낸 그, 그 숱한 목숨을 위태위태하게 건지면서 살아남은 그가 무슨 사건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해야만 했을까?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텍사스 출신인 그는 부모를 죽였다는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긴 세월을 보내온 사람이다.

 

자신의 무죄를 항변했지만 이미 법은 사형이란 결정을 내렸고 그런 그에게 한가닥 희망이라곤 없다.

그런 그에게 에이머스 데커가 온다.

그도 한때 마빈과 함께 뛰었던 경쟁 상대였고 그 또한 과잉기억 증후군을 얻게 되면서 가족을 잃은 아픔을 지닌 사람, 이미 전작에 나온 그대로의 설정이 이 책에서도  이어진다.

 

FBI의 외부 요원 형식으로 이 사건을 맡고자 자청한 그, 과연 그와 마빈과의 합작은 사건 해결에 있어서 해결을 볼 수 있을까?

 

책은 여전히 긴장감이 쫄깃쫄깃하게 다가오게 만드는데 일품이다.

이미 마빈의 죄가 무죄임을 밝혀지는 과정 속에 사형 직전까지 갔을 때 나타난 범인의 자백은 진정 진실인지, 누가  오랜 세월 그렇게 감옥에 두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꺼내 준 까닭은 무엇인지…

 

데커가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과정을 추적해가는 동안 독자들 또한 같은 생각과 다른 방향의 전환점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책은 인종 간의 다른 결합을 멸시하며 대하는 텍사스란 곳의 분위기, 미시시피 지방에 얽힌 비밀들의 결정체들, 원하지 않은 사람에 의해 태어난 존재의 충격과 진실된 사랑과의 감정 사이에서 오고 가는 괴리감과 고민들이 총체적으로 난무하면서 긴장감을 느끼며 읽게 하는 책이었다.

 

전작에서 보여준 인간미 넘치는 데커의 아픔이 그려지면서 자신의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라면 이 책은 그런 과잉기억 증후군으로 인해 또 다른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의 부재를 느끼는 외로운 한 마리의 늑대를 연상시킨 책이다.

 

기억이란 것이 잊고는 싶지만 결코 잊지 못할 때의 아픔과 괴로움이 있는가 하면 데커처럼 사건을 해결해 나가면서 모든 것을 기억할 때의 이점을 동시에 수반하면서 그린 책이란 점에서 저자의 글은 이런 류의 추리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매우 만족하면서 읽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두 권에 걸쳐 데커 시리즈가 나온 만큼 차후에 이 시리즈를 그대로 이어갈지를 기대하게 만드는 책, 전작에 이은 재미를 선사한 책이다.

                                                                                                                          
                                            

원더풀 이시도로,원더풀 라이프

원더풀이시도르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
엔리코 이안니엘로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0월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서 보는 세상은 순수 무진 하다.

때가 묻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모든 모습들을 흡수하는 모습들 속에 어린 시절 간직했던 나 자신의 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을 접할 때면 더욱 그 감동이 쉽게 가라앉질 않게 되는데, 이 계절에 이런 책 한 권을 통해 잠시나마 그때의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얼마 전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과 그 여파는 그 지역을 벗어나 미세한 감지를 느낀 곳도 두려움을 느끼게 했는데 이 책에서 나오는 배경 속의  장면 또한 지진이다.

 

책의 배경이 된 곳은 이탈리아 반도 남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마티넬라다.

이곳에서 성장하는 이시도르는 태어나서 처음 배우는 단어가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응애”대신에 “프리”하고 휘파람부터 불었다.
그만큼 휘파람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이시도르, 낭만적인 공산주의자 아빠,  요리 잘하는 엄마를 둔 아이는 보통의 행복한 날들을 보내며 친근한 새 알리와 함께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책은 1.2부로 나뉘어 진행이 되어 그려지며,  1부에서의 모습이 바로 행복하고 자연스러운 한 가정의 모습이자 마을의 풍경을 그린 것이라면 2부에서는 어느 일요일 저녁, 이르피니아 전역을 뒤흔든 대지진의 발생을 그린다.

 

대지진 발생 후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된 이시도르, 그 충격의 여파는 말문을 닫아버리게 만들고 이후 고아원에 가게 되면서 차차 어떻게 어려움의 환경을 극복하는지를 그려낸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자연의 재해는 커다란 트라우마를 남긴다.

어떤 미세한 일조차도 그 충격의 여파는 아닐까 하는 우려와 함께 이시도르 또한 남들처럼 똑같은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책은 고아원에서 자신의 할 수 있는 유일한 휘파람 소리를 통해 그곳에 있던 여러 사람들과의 교류를 그리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어떻게 변해가고 수긍하며 적응해가는지를 그린다.

 

자신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낙인 휘파람과 새 알리, 그리고 우연찮게 사명감처럼 여기게 된 혁명 연설, 그러면서 점차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따뜻한 말과 문장들을 통해 작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저자가 영화감독이라 그런지 책 곳곳에 펼쳐지는 배경들과 인물들 간의 대사들은 한편의 영상미를 연상시키기에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하는 책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들을 겪게 될지 모르는 인생의 길들에서 어린 소년이 그 난관을 극복하고 세상에 점차적으로 한발 나아가는 모습들을 통해 독자들 또한 그 세계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책,  어려운 이 시기에 이 책 한 권을 통해 한 편의 동화처럼, 성장소설로도 읽을 수있는 책을 읽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