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린이한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을 무슨 말로 표현할지…
정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는 내용이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 되고 있는 미투 운동이 여파가 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의 내용은 이런 범주를 충분히 느낄 수가 있는 책이라 처음부터 읽어나가는 시점은 이렇게 독자들의 마음을 헤집어 놓았다.
13살의 소녀인 팡쓰치가 50 살의 유명 문학 선생인 리궈화로부터 상습적인 성폭력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모든 노력들을 쏟아붓는 대만의 현실에서 빚어진 비극은 어린 소녀에게 너무나도 참혹한 인생의 첫 발걸음을 시작하게 한다.
팡쓰치와 류이팅은 어린 시절부터 같은 것을 공유해온 친구사이다.
이 책은 팡쓰치의 일기를 이팅이 읽은 후에 사건의 진실을 다루는 형식을 취한다.
팡쓰치의 이웃에 살고 있던 유명 강사인 리궈화는 팡쓰치처럼 입시를 목표로 공부해 온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상습적인 강간을 저지른다.
13살부터 시작된 강간은 5년 간 이어지고 그런 가운데 리궈화가 자신의 문학적인 전공답게 달콤한 말과 시적인 문구로 이어지는 유혹의 속삭임은 이것이 잘못된 일임을 알면서도 덪에 빠져나올 수 없는 팡쓰치의 암담한 심정이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된다.
이런 불안한 조짐은 같은 이웃인 친한 언니가 느끼고 있었고 그런 일들에 대한 진행을 그녀조차도 자신이 당하고 있던 가정 내의 폭력 때문에 손을 쓸 수조차 없었던 현실마저 겹치면서 더욱 팡쓰치가 어둠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결과를 낳는다.
팡쓰치가 당하고 있었던 그 세월, 그 황금 같던 시간들 속에서 정작 부모님에게 선생의 잘못됨을 비쳤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그녀의 힘으로는 손을 쓸 수없게 만든 사회적인 통념과 지위,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조차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려 했던 한계를 드러낸다.
한창 좋을 것을 보고 생각하고 올바른 성장의 길로 가기도 바쁜 청소년 시기, 그 시기의 아픔을 온전히 자신의 잘못인양, 고개를 숙이고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가해자보다 오히려 피해자가 죄인처럼 지내야만 하는 비현실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인다.
저자가 실제 당한 자전적인 소설이란 점에서, 더군다나 이 책을 발간한 지 두 달 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저자의 삶이 참으로 가슴 아프게, 그 어떤 육두문자를 쏟아내 놓아도 속이 시원하지 않을, 분함 그 이상을 넘어서 짐승만도 못한 인간에 대한 ‘용서’란 말 자체도 사치에 해당된다는 느낌을 준다.
피해자는 영원히 해소되지 않을 깊은 구덩이 속에서 자책하며 생과 사를 오가고 있을 때,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그 어떤 경우에 처하더라도 결코 네 잘못이 아니라고 한마디만 해줬더라면, 아니 그녀가 손을 내밀었을 때 손만 잡아줬더라도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아픔을 느낀다.
가해자가 오히려 사회적에서 바라보는 성(性)에 대한 인식에 힘입어 궁지에서 탈출해 오히려 떳떳하게 다시 세상에서 활보하고 있다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피해자라면 과연 그 누구를 믿을 수 있었겠는가?
왜 그녀의 부모는 자식의 말은 믿지 않고 오히려 사회에서 인정하는 유명인사란 명칭 하나로 그 모든 것을 감추려고만, 아니 한쪽 눈만 뜨고 보려 했는지, 책을 읽으면서도 참으로 답답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타인의 고통을 내 일처럼 느끼는 일들, 미투의 운동 때문에 그동안 사회적인 어떤 흐름들 때문에 잊힐 여성들이 당한 피해들이 하나둘씩 드러날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만큼 안타까움을 던져준다.
책 제목에서 보이는 낙원과 첫사랑이라는 반어적인 팡쓰치의 삶을 보면서 우리 모두, 타인의 모든 아픔과 그 아픔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도덕적인 책임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 고통스러웠지만 쓸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에 소녀를 강간하며 희희낙락하는 사람이 없는 척할 수 없었기 때문에. 쓰면서 두려웠다. 누군가 나의 책으로 이 사회에 살고 있는 팡쓰치를 소비해버릴까 봐, 그녀들이 더 상처 입을까 봐.
저자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런 정서는 대만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군요.
우리도 얼마전 까지는 이런 일은 감출려고만 했지요. 오히려 피해자를 나무라고.
그러나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이런 일도 줄어들게 될것 같아서
좋습니다.
그러나 자살은 말아야 하는데 안타깝네요.
제 정신으로는 살아갈 수 없었던 저자의 삶이 얼마나 고통에겨웠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없었나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