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
히샴 마타르 지음, 김병순 옮김 / 돌베개 / 2018년 3월
저자의 작품을 처음 대한 것이 ‘남자들의 나라에서’였다.
제3 문화권, 지금은 영국에서 터를 이루고 살고 있는 작가지만 태생은 리비아 출신이란 점, 9살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고국, 리비아에서 벌어지고 있던 역사 속의 일상생활들 속에 스며든 고통과 좌절, 여인들의 한을 그린 책이라 인상이 깊게 각인된 작품이었다.
책 속의 내용에서 다룬 것들이 지금 만나는 ‘귀환’의 다른 연속된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때의 작품이 허구 속에 스며든 아픔을 그려낸 소설이라면 이 책은 논픽션이다.
2017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답게 책의 내용은 사실성에 입각한 작가의 시선과 주위의 시선을 오로지 역사 속을 관통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2012년 3월 카이로 국제공항-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자신이 1979년에 리비아를 탈출한 후 리비아의 독재 정권이 무너지면서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장면이 첫 시작이다.
강력한 호기심, 타인의 개인적인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이 세 사람의 동선에 주시할 수밖에 없는 저자의 탁월한 심리묘사와 어린 시절부터 겪은 불안의 근원인 고국, 그리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그토록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던 여러 가지 상황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순식간에 몰입을 하게 만든다.
아버지의 이름은 자발라 마타르, 청년 장교였다가 카다피가 정권을 잡으면서 외교관으로서 재직했다가 카다피 정권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혀 이집트 카이로로 가족을 데리고 탈출한다.
하지만 1990년 3월 12일, 아버지는 이집트 비밀요원에 의해 카다피에게 넘겨진 후 악명 높은 아부살림 교도소에 수감이 된다.
이후 저자의 팍팍하고 고단한 삶의 여정은 카이로, 나이로비, 영국을 오고 가며 성장을 하게 되고 작가로서 명성을 얻게 되지만 그 누구도 아버지의 생사확인을 정확하게 밝혀주진 못한다.
이 책은 그 이후의 여정, 즉 카다피 정권이 행했던 1996년 6월 29일, 아부살림에서 1270명의 정치범들이 학살당한 시점에서 아버지가 죽었다는 것을 본 사람, 혹은 그 반대로 살아있었다는 것을 본 사람으로 나뉘면서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행방, 아니 적어도 죽었다면 언제, 어디서, 어디에 묻혔는지에 대한 사실을 밝히고 알기 위해 애를 쓰는 과정을 그린다.
리비아가 이탈리아에 정복당한 후에 독립운동에 동참했던 과거 그의 할아버지 때부터 아버지에 이르고 사촌들과 삼촌들, 모두가 리비아의 독재정권 아래 무참히 목숨을 부지하거나 안타깝게도 저버린 사연들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형식으로 아버지를 그리는 사부곡으로도 볼 수 있는 책의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아랍권의 생황 양식과 과거의 회상과 현재의 만남을 위주로 이어진 이야기들은 아버지의 생사를 두고 각 방면으로 펼쳐진다.
한 사람의 독재정권 때문에 너무나 많은 피를 흘린 역사들은 많다.
그 가운데 리비아란 나라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카다피의 독재는 작가의 아버지는 물론 그의 아들인 자신의 삶까지도 온통 무너져버리게 한 원동력이었고 그 가운데 살아가는 삶에 기로에 있어 어려웠던 고통의 기억, 그 가운데 감옥에 갇힌 친척들의 석방을 위해 서방 유력인사들의 도움까지 받은 노력들이 눈물겹도록 애절하게 다가온다.
제삼자의 눈에 비친 타국의 혁명, ‘아랍의 봄’으로까지 일컬어졌던 나라들의 독재정권 타도는 히샴 마타르라는 자신에게 있어 33년의 시간을 넘어서 리비아로 오게 만든 근원이 된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여전히 생사를 모른다.
그런 만큼 이 책에서 다룬 귀환이란 의미는 저자는 물론이고 감옥에 갇혀 있었던 친척들의 삶에 대한 방식과 철학, 그리고 아직도 그 어딘가에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아버지에 대한 희망과 이미 돌아가셨을 것이라는 양분된 갈림길에 선 상태에서의 모든 것을 한마디로 관통하고 보여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끝까지 아버지의 생사를 두고 긴장감을 이용한 카다피의 아들과 리비아란 나라를 두고 서방이 가지는 그들만의 국익 우선 때문에 벌어진 양국 간의 이해타산이 어떻게 개인적인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아버지에 대한 귀환, 그것은 비록 어떤 뚜렷한 결과를 낳지 못했지만 그렇기에 더욱 애타게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해보는, 저자의 담담한 고백이 깊이 울리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