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기원
천희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한국의 소설도 이제는 다양한 소재의 발굴로 인해 해외 문학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접한 천희란 작가의 작품 또한 그러하다.
‘2017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저력답게 총 8편의 단편을 묶어서 내놓은 이 책의 주된 흐름은 ‘죽음’이다.
인간들, 존재 그 자체가 태어남과 함께 죽음도 같이 동반된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 책에서 보인 소재의 여러 가지 다양성은 SF와 현실적인 이야기가 모두 같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소재의 느낌상 그리 밝은 않기에 처음부터 읽기에는 마음이 참 무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해할 수 있는 장면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이해를 못하는 것도 아닌, 읽기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다고 책을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은 작가의 글은 모처럼 끈기를 요하는 작품이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총 8편의 작품의 기류상 죽음을 다룬 만큼 각기 다른 이야기들 속에 잠재해 있는 저자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 죽음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한 책이다.
특히 SF 쪽의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기에 미래를 대상으로 그린 작품에는 신선함이 묻어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이런 류의 글을 통해 죽음을 조금이나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다.
편지 형식을 전개되는 독특한 이야기를 취하고 있는데, 물에 빠져 죽은 엄마, 그 사건을 목격한 여성이 후견이 되면서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애틋함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그 애틋함 속에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들이 참으로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하고 시각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현실에 가깝게 여겨졌던 탓에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렇듯 무심코 우리들 곁에 항상 존재하고는 있지만 간과해 버리고 마는 죽음과 삶의 경계선, 죽음의 실체에 대한 단상을 생각해 볼 수 있게 그린 작품이란 점에서 차후 작가의 다름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