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8년 7월 26일

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들

마지막순간

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그레이스 페일리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장르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이런 단편문학, 특히 순수문학에 대한 갈망이 있었나 보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여러 작품들을 접해 왔지만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 작가의 첫 작품집인 단편 수록들은 곱씹으며 읽게 됐다.

 

책을 펼치면 무라카미 하루키, 자신이 일본에 이미 자신의 번역으로 소개한 저자에 대한 평을 읽을 수가 있는데 중독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과연 첫 작품부터 나의 허를 찌를 초간단 단편이라고나 할까?

만일 해로를 약속하고 결혼한 커플이 이혼을 했고 시간이 흐른 후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의  기일이 체납되어 반납하러 가던 날, 전 남편을 그곳에서 만나게 된다면, 과연 서로는 어떤 말들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실제 이 책에서 보인 두 사람의 대화는 마치 그동안 할 말을 미처 못 하고 회한에 젖은 듯한 상대에게 바란 점을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렇다고 끝맺음은, 어떻게 이렇게 허무하게 끝맺음을 할 수가 있지 라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파격적인 도마뱀 꼬리 잘려나가듯 무심히 끝내버린다.

 

그 뒤를 이어 다양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그린 내용에는 작가의 페르소나처럼 여겨지는 페이스란 여인이 등장하고 이야기의 여러 다양한 면을 다룬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올리브 키터리지를 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와 비교하게 되는데, 확실히 두 작가의 느낌은 다르다.

 

하지만 인생의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주종의 패턴들은 주위에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고 그 결과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패턴들이 있어 총 17편의 단편 어느 것 하나 손에 놓을 수가 없었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그녀 작품 속에 드러낸 삶의 다양한 이면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단편보다는 장편 장르의 이야기 흐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번에 또 다르게 접해 본 단편의 맛, 때론 시니컬하고 냉소적이고 은유를 통한 유머의 문장들은 읽는 맛을 더욱  느끼게 해 주었을뿐더러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인 엄마가 아들의 결혼 상대자에 대한 반대하는 부분들은 인생을 웬만히 살아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의 흐름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주 짧은 단편의 이야기부터 중편처럼 느껴지는 이야기의 분량까지, 저자의 이번 첫 소개 작품을 통해 그녀만이 쓸 수 있는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게 한 책이다.

한낮의 방문객

한낮의 방문객

한낮의 방문객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8년 2월

택배 문화가 발달해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엔 특히 아주 추운 계절이나 요즘처럼 푹푹 찌는 폭염이 있는 계절에 아주 유용하게 이용되는 것 중의 하나다.

 

옛날에는 이웃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알 정도로 서로가 터놓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생각조차 하지 못할,  서로 이웃 간의 서먹한 정도는 이제는 당연한 듯이 지내는 시대가 됐다.

 

이 작품은  2011년 <크리피>로 제15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마에카와 유타카 교수의 화제작으로 현대인들의 삶을 관찰하고 그 허점을 파고든 스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빌라에 28세 여성과 다섯 살짜리 딸이 시신을 발견이 된다.

 

요금 체납으로 인해 수도공급이 끊긴 상태에서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취재하기 위해 나선 56세의 저널리스트이자 대학 시간강사인 다지마는 공기관의 처사에 울분을 느낀다.

 

다행히 지식인을 위한 월간지 <시야>에 이 기사를 실릴 원고를 쓰게 되는데, 우연찮게 이웃에 살고 있는 두 자매에게 도움 요청을 받게 된다.

 

정수기 판매를 목적으로 들이닥친 두 사람의 강압적인 말과 행동에 두려움을 느낀 것인데 이 일은 먼 15년 전에 벌어진 살인사건과 연관이 되면서 두 모녀의 아사 사건은 급기야 정수기 판매 사건으로까지 번지게 된다.

 

자신의 문 앞에서 친절하고 정갈한 입성의 바른 자세의 남자들이 수질 검사를 무료로 한 번 해주겠다고 한다면, 그것도 사람의 왕래가 빈번한 출. 퇴근 시간이 아닌 한가한 시간대를 노린 범행이라면 누구라도 당황해하며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은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배경 속에 살인 현장의 정황 묘사가 무섭게 다가오고 이런 일들을 서슴지 않게 벌이고 내빼는 진짜 범인의 뻔뻔한 행동과 말들이 법의 체계와 그 안에서 법망을 피할 수 있게  법의 허점을 노린 장면들이 저자의 전공분야답게 잘 표현이 되어 있다.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결말의 뜻하지 않는 또 다른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은 통쾌하기보단 왠지 씁쓸하고 허망한 인생의 말로를 보는 것 같은 회한을 지니게도 한 작품이다.

 

어떤 사건의 발생 시점에서 나타난 시신의 형태를 통해 살인인지, 자연사인지를 판단하는 검시의 단계에도 여러 절차가 있고 이를 토대로  한 인간의 죽음을 두고 어떤 방향으로 결말을 나타내야 하는지에 대한 상황들이 들어 있어 기타 다른 스릴 장르에서 보인 것보다는 훨씬 체감 있게 다가오게 한다.

 

현대인들의 홀로 살아가는 삶, 그 안에서의 고독과 더불어 이웃과의 교류마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생활 패턴의 부정적인 면을 살인이란 사건을 통해 보인 책이라 인상이 깊게 남는다.

                                                                                                                                

녹색섬광

녹색섬광녹색섬광 – 김은주 미스터리 소설
김은주 지음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8년 7월

요즘 한국 드라마를 보면 소재의 유행이란 것이 있긴 있나 보다.

특히 지상파는 물론이고 케이블 방송에서도 단골처럼 등장하는 메디컬 소재 드라마는 때론 로맨스적인 면도 들어있지만 거대한 조직 앞에서 힘없는 인간의 진실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에 대한 다각도의 이야기들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작품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 사업 선정작으로 당선된 작품이다.

한국적인 메디컬 스릴러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를 궁금하게 한 책, 그런 점에서 앞으로 이런 류의 작품성 소재는 더욱 활발하게 다루어졌음 하는 바람이 든다.

 

이야기는 15살 소녀 수인이 5년 만에 코마 상태에서 깨어나던 날, 같은 동갑내기 소년 고윤이 투신자살하면서 시작이 된다.

 

단순한 자살이라고 결정된 이 사건은 수인이 진실은 그것이 아님을 말함으로써 본격적인 진행으로 이어진다.

 

두 사람 모두 코마 상태에서 빠진 상태였다가 고윤이 먼저 1년 만에 깨어났고 고윤은 자신과 같은 처지로 누워있는 수인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언뜻 보면 코마 상태에서 타인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의학이란 사람의 관점에서 확실히 보이는 면이 있는가 하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발생하기에 이 부분은 확실히 모르는 나로선 패스~

 

한편 고윤의 죽음의 원인은 수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일반적인 자살이 아님을 짐작하고 있는 간호사 희정과 기타 경찰과는 다른  의문을 갖고 있는 형사 무원까지 합세하면서 이 사건 뒤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려고 노력을 한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어떤 확실한 결정적인 쾌감을 선사하진 못했다는 아쉬움을 준다.

 

왜 증거가 있다는 확신이 있었음에도 간호사나 형사는 의지박약처럼 행동에 옮기지 못했을까?

백지장도 만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이 세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보다 적극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장면이 과감하게 펼쳐졌다면 한국형 메디컬 스릴러의 새로운 장르를 보인 작품으로써  확실한 느낌이 들었을 텐데 하는 느낌을 갖게 했다.

 

 

흔한 거대한 대학병원의 감춰진 비밀과 거대 알력들의 보이지 않는 힘,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이 그저 아픈 속만 끓여야만 하는 유족들의 심리들까지를 두루두루 선보인 작품답게 현실성 있는 고발을 드러낸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한국의 소설 장르에서도 점차 다양한 소재의 패턴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가 된다는 점을 느끼게 했다는 점에서 만일 드라마로도 나오게 된다면 다를 차원의 메디컬 소재를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한 작품이다.

                                                                                                                                

헬리콥터 하이스트

 

헬리콥터

헬리콥터 하이스트
요나스 본니에르 지음, 이지혜 옮김 / 생각의날개 / 2018년 7월

 

 

 

 

단순 강도가 아닌 확실하게 각인되는 강도사건을 심층 취재해서 소설화한 작품이다.

실제  2009년 9월 23일에 벌어진 강도사건의 실화를 다룬 이 책은 스톡홀름의 한 건물, 그것도 보안 업체이자 현금 수송업체를 겸하고 있는 G4S란 회사의 현금 보관소를 강탈한 사건을 재 구성한다.

 

전혀 다른 국적을 가진 강도들, 그들의 속사정을 알고 보면 평범한 가장도 있고, 뛰어난 전기 수리공도 있으며, 침착하고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인성을 지닌 사람, 이 모든 재정을 담당하는 사람, 결정적으로 헬리콥터를 이용해 조종사까지 구해 이 사건에 뛰어든 사람들이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사건이 전개되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다뤘다.

 

 

철저한 보안을 자랑하는 회사, 그것도 헬리콥터를 이용해서 돈을 강탈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그들이 모의를 도모하고 설계도와 경찰들을 따돌리기 위해 펼친 행동들은 철저한 시간 계산 아래 이루어진 일사불란한 특공대를 연상시킨다.

 

차단 경보를 해제하는 방법이 아닌 지붕을 뚫고 현금이 보관된 6층까지 가기까지의 시간을 다투는 계산, 그 안에서 다뤄지는 심리적인 압박감들은 비록 나쁜 범인들의 행동이었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의 맛을 느끼게 한다.

 

더군다나  경찰들의 심리를 이용한 압박작전, 이를 허용한 나머지  이들의 사전 강탈 계획을 알고 있었음에도 허탈하게 당하고 마는 경찰들의 판단력 저하는 오히려 이들의 강도 사건을 더욱 부각하는 도움을 주는 장면이 마치 진짜 영화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타임지 선정 세계 10대 강도 사건 중 탑으로 꼽히는 사건인 만큼 저자가 이 사건에 관계 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설정한 작품 속의 장면 장면들은 영화도 이런 영화는 없을 것이란, 그렇지만 실제 이런 사건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이 더욱 믿을 수가 없게 만든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실제 사건이 정말 그렇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갖는 식의 결말이 그들이 그렇게 애쓴 노력(?)을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나 하는 반전의 맛이 기막히게 다루어 그려졌다는 점이다.

 

 

서스펜스와 재미를 모두 갖춘 실제 이야기의 구성은 제이크 질렌할 주연으로 영화화 제작 확정이라고 한다.

어떤 인물을 맡을지도 궁금해지는 만큼 책 표지에서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 맞춰보는 것도 재밌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