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들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그레이스 페일리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장르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이런 단편문학, 특히 순수문학에 대한 갈망이 있었나 보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여러 작품들을 접해 왔지만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 작가의 첫 작품집인 단편 수록들은 곱씹으며 읽게 됐다.
책을 펼치면 무라카미 하루키, 자신이 일본에 이미 자신의 번역으로 소개한 저자에 대한 평을 읽을 수가 있는데 중독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과연 첫 작품부터 나의 허를 찌를 초간단 단편이라고나 할까?
만일 해로를 약속하고 결혼한 커플이 이혼을 했고 시간이 흐른 후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의 기일이 체납되어 반납하러 가던 날, 전 남편을 그곳에서 만나게 된다면, 과연 서로는 어떤 말들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실제 이 책에서 보인 두 사람의 대화는 마치 그동안 할 말을 미처 못 하고 회한에 젖은 듯한 상대에게 바란 점을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렇다고 끝맺음은, 어떻게 이렇게 허무하게 끝맺음을 할 수가 있지 라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파격적인 도마뱀 꼬리 잘려나가듯 무심히 끝내버린다.
그 뒤를 이어 다양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그린 내용에는 작가의 페르소나처럼 여겨지는 페이스란 여인이 등장하고 이야기의 여러 다양한 면을 다룬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올리브 키터리지를 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와 비교하게 되는데, 확실히 두 작가의 느낌은 다르다.
하지만 인생의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주종의 패턴들은 주위에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고 그 결과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패턴들이 있어 총 17편의 단편 어느 것 하나 손에 놓을 수가 없었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그녀 작품 속에 드러낸 삶의 다양한 이면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단편보다는 장편 장르의 이야기 흐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번에 또 다르게 접해 본 단편의 맛, 때론 시니컬하고 냉소적이고 은유를 통한 유머의 문장들은 읽는 맛을 더욱 느끼게 해 주었을뿐더러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인 엄마가 아들의 결혼 상대자에 대한 반대하는 부분들은 인생을 웬만히 살아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의 흐름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주 짧은 단편의 이야기부터 중편처럼 느껴지는 이야기의 분량까지, 저자의 이번 첫 소개 작품을 통해 그녀만이 쓸 수 있는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