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8년 9월월

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

밥상머리

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 – 역사 속 한 끼 식사로 만나는 음식문화사의 모든 것
박현진 지음, 오현숙 그림 / 책들의정원 / 2018년 9월

 

 

인간이 섭취하는 음식물에는 역사와 긴밀한 연관관계가 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많은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2015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연재해온 조선일보 인기 칼럼 ‘아하! 이 음식’ 중 45개의 베스트 칼럼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출간됐다.

 

많은 음식물들의 역사에 얽힌 이야기, 무심코 먹는 음식의 유래와 그 안에 담긴 제철 음식에 담긴 영양의 효과들은 각기 다른 챕터를 통해 알아가는 재미를 준다.

 

음식들 중에 인스턴트커피의 명칭에  대한 유래와 맛, 계절의 변화에 따른 음식의 변천도 가지 각색이라 싱싱한 식재료를 즉석에서 먹는 것도 있지만 묵은지, 김치처럼 익히고 삭히고 묵혀서 먹는 기막힌 별미의 세계를 느끼게 해주는 음식들의 잔치, 특히 해산물에 대한 이야기는 방송에서 배에 탄 리포터가 즉석에서 잡은 물고리를 회로 먹는 장면들을 같이 떠올리게 한다.

 

세계화의 추세에 맞게 많이들 찾는 한국 전통음식인 장 종류들, 특히  일본의 스시와 우리나라 가자미 식해가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다는 것, 치즈의 종류와 서양 국수인 파스타와 국수에 대한 이야기, 어릴 적 추석 때마다 먹었던 토란국에 대한 이야기들은 여전히 우리나라 고유 명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밥상머리1

 

우리나라뿐만이 아닌 세계인들의 공통 음식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라면, 초콜릿의 유래까지 읽다 보면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고 가까운 마트에 가서 사 먹고 싶게도  한다.

 

저자가 글에 쓴 그대로 글을 통해 맛을 느낄 수 있는 책, 바로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음식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본다.

 

70세 사망법안, 가결

70세사망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8년 10월

제목부터가 눈길을 끈다.

옛적에는 고려장이란 제도가 있었다고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법적으로 이런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한다면 과연 어떤 반응들이 나올까?

 

일본 소설이지만 전혀 남의 나라 소설 같지가 않는 현실적인, 너무나도 현실적인 일들을 그린 책이라 마음이 무겁게 다가온다.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자는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라고 하는 법안이 통과된 일본,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이에 따른 고령화 사회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부득이 나라에서 이런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설정이다.

 

이런 이들을 직접 겪게 되는 도요코 가족의 일상에도 각기 다른 처지에서 오는 감정선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대퇴골 관절 부상으로 몸져누운 시어머니의 수발, 시도 때도 없이 벨을 울리면서 기저귀 가는 것부터 목욕, 식사, 잠자는 시간에 부르는 통에  잠 부족에 시달리는 며느리 도요코는 2년 뒤면 법의 통과에 따라 삶을 마감해야 하는 시어머니의 일에 반가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자신의 생 또한 이제 15년 후면 시어머니 같은 생을 마감하겠지만 이제야 비로소 자유롭게 하고 싶은 여행이나 행동 제약 없다는 기대감이 크게 다가오는 사람이다.

 

그녀의 남편 또한 2년 남은 퇴직을 일찍 해 버리고 세계여행을 준비한다고 한다.

자신의 힘든 것은 나몰라라 하는 남편이 한없이 원망스럽고 명문대를 나와 은행에 취직했지만 인간관계에 치인 아들은 은행을 나와 아직까지 취업준비생, 딸마저 자신의 힘든 점을 도와달라 했으나 독립해 지금은 요양원에서 일을 하고 있다.

 

소설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문제점을 한 가족이 담고 있는 상황을 통해 문제점을 제시한다.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경우는 찬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금의 일본을 이룬 자신들의 노고를 일말의 가치도 없이 인정하지 않고 70세에 삶을 마감해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보인다.

 

특히  도요코가 가족들의 무관심에 지친 나머지 가출을 감행하는 장면의 심정들은 비록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간병에 지친 한 인간의 절규처럼 느껴졌다.

말이 간병이지, 정말 온전히 한 사람의 간병을 위해 바깥마저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세월이 길다면 누가 도요코의 행동에 돌을 던질 수가 있을까?

 

섬뜩하리만치 세심한 간병인데 대한 심신에 지친 표현들은 비록 일본이란 배경이지만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란 생각을 들게 한다.

 

아내가 가출하고 엄마가 제대로 밥을 챙겨주지 않는 가정의 모습, 과연 그들은 어떤 해결책을 통해 다시 가족이란 이름으로 모일 수가 있을까?

 

가상의 법안이라고 하지만 이를 통해 사회 전반적인 문제점들을 드러낸 작품인 만큼 깊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작품이었다.

장안 24시

장안24[세트] 장안 24시 – 전2권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9월

티저 북을 통해서 읽은 내용만으로도 그 흡입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던 책이다.

 

총 2권으로 나온 이 이야기의 시작은  돌궐족의 최정예 부대인 늑대 전사가  장안을 불바다로 만들 계획을 저지하려는 정안사 이필의  결단인 사형을 기다리는 죄수 장소경이란 인물을  선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장안의 세심한 도시계획의 일환인 108방의 촘촘한 틈새를 이용해 침입한 늑대 전사들, 24시간이란 한정된 시간 안에 벌어지는 일들을 시간 단위별로 촌각을 다투며 그린 진행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한시적으로 풀려난 장소경은 그들이 마련한 맹화뢰를 저지하는데 성공을 하지만 이것은 단지 하나의 계획의 일부일뿐, 정말 그들이 마련한 다른 맹화뢰의 존재는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후 책의 전개는 이들의 계획 뒤에 더 커다란 세력이 동조하고 지원하고 있음을 알고 원소절의 최대 하이라이트인 등롱제를 이용해 거대한 폭발 계획과 더불어 황제를 죽이려는 세력을 막기 위해 자신의 온몸을 불사르는 장소경의 활약이 눈물 나게 그려진다.

 

이 소설에서 그리는 시대인 장안은 당시 커다란 국제도시란점, 각기 다른 피부색과 능력을 지닌 인재를 차별 없이 등용해 나라를 다스린 만큼 다른 한편에서 또 다른 불만 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숨쉴틈 없는 반역의 저지를 위해 애쓰는 활약을 그린다.

 

위정자들의 태평 무사한 자신들만의 이익과 안위 뒤에 힘없는 백성들의 원성이 높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한심함, 이필과 장소경의 서로 생각하는 바는 다르나 결국 하나의 목적인 장안성을 구해야만 하다는 것에 일심동체로 뭉친 그들의 브로맨스는 책을 읽으면서 눈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저자의 당시 시대를 묘사한 생생한 풍경들과 등롱제의 역할과 등롱제 안에 숨겨진 각기 다른 역할들의 표현, 이를 이용해 과감히 침투한 비부 세력들과의 처절한 사투 다툼은 비록 각기 다른 목적을 이루려 한 반대세력이지만 알고 보면 정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그들의 아픈 마음들이 드러나 또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한다.

 

서스 팩 터클 하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었을까를 생각해하는 책, 각기 다른 계층들이 벌이는 전쟁터를 연상시키는 맹화뢰의 폭발은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하고 이를 끝내 막아보려는 장소경의 혼신의 힘은 결국 위정자들을 위한 것도 아니요, 이일로 인해 자신의 사면을 위한 것도 아닌 장안의 백성들 안위를 위한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진행이 흥미만점 그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특히 이 책 속에서는 남녀 간의 애틋한 로맨스가 없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서로의 위험한 상황 속에서 피어날 수 있었을 장면이 더러 있기도 하지만 작가는 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보다 큰 그림을 원했던 듯, 오히려 이필과 장소경, 요여능, 태자, 서빈,소규의 관계들을 통해 활력 넘치고 개성 있는 사내들의 우정과 대립, 배신과 음모, 사회 부조리를 모조리 비추어보게 함으로써 이책의 재미를 훨씬 높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현재 중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다는데, 원작만큼 세세한 부분들이 보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원작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방영이 된다면 꼭 장소경이 펼치는 멋진 활약을 영상으로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책 후기에 저자가 쓴 내용을 보니 실제 역사 속의 인물인 이필과 하지 대감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과 더불어 역사 속의 단 한 줄에 쓰인 장소경이란 비밀에 싸인 인물을 책 속에 끄집어내어 또 다른 재미와 활약을 그린 만큼 이런 역사류의 소설을 통해 통쾌한 활약극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제국의 품격

 

제국품격

제국의 품격 – 작은 섬나라 영국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박지향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9월

영국 하면 생각나는 것은?

아마 입헌군주제의 대표적인 나라,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연방이 아직도 존재하는 곳, 여전히 그들이 지닌 역사에 대한 관심은 역사라는 한계를 넘어 연구의 대상이나 호기심 부분에서도 관심대상이다.

 

지리적으로도 그렇게 좋은 곳이 아닌 섬나라, 그들의 먼 역사를 거쳐 올라가다 보면 오히려 한때 제국주의의 대표 자격으로써 자리를 잡았다는 자체가 신기할 정도로 여겨진다.

 

이 책은 과거의 찬란한 영광을 가졌던 영국의 발달과정과 지금의 모습들을 보이는 책으로 영국이 어떻게 세계 재패를 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이며 역사의 한 부분을 중요하게 차지하게 된 부분들은 무엇인지를  다룬다.

 

중세시대만 하더라도 그렇게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않았던 영국, 나폴레옹 시절에도 대륙 봉쇄령이란 어려움을 당하던 그들은 자신들이 지닌 환경과 역경을 헤쳐나가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어쩌면 섬이란 한계를 박차고 나가지 않으면 살 수 없겠단 생각이 변화의 주된 원인일지도 …

 

그들은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서, 해적에서 시작된 해군의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스페인을 물리침으로써 세계 해상 재패라는 것을 이룬다.

 

빅토리아여왕

 

이를 바탕으로 바다의 가치성을 일찍이 깨달은 결과 식민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게 된 경위, 왕권과 봉건제도, 시민들이 어떻게 서로의 이익을 도모하며 왕권과 의회의 발전, 시민정신을 발전시켜왔는지에 대한 부분들은 결국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란 타이틀을 거머쥐게 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은 만큼 식민지 국가의 탄압 과정들은 제국주의의 한 모습을 대표적으로 보였다는 점에서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관계는 매끄럽지 못했단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을 남겼다는 점이 아쉬움을 준다.

 

호주영국

 

이 책을 접하면서 바다의 주도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됐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전 세계를 막론하고 자본을 쏟아부어 해상의 재패를 꿈꾸는 정책을 실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먼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가까운 동남아까지도 그들의 전방위적인 활동은 영국이 당시 자각했던 해상의 제패권의 중요성을 이미 답습하는 듯한 느낌은 나만 느끼는 것일까?

 

과거의 찬란했던 영광을 누렸던 영국, 이제는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그 빛은 예전만 못하지만  지금도  영연방의 수장으로서 상징하는 바는 크다.

 

유로연합의 탈퇴 결정,  이민자들 정책 또한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영국이지만 그들의 발전사를 읽음으로써 우리가 취해할 점을 무엇인지,역사적인 부분에서도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나는 나대로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와카타케 치사코 지음, 정수윤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8월

한국 작가 중에서 늦은 나이에 등단해 자신의 필력을 만개한 작가들이 있다.

많은 창작물 속에는 자신이 살아오고 녹여낸 삶에 대한 관조, 철학, 보통의 사람으로서 느끼는 정감 있는 글들이 독자들로 감동을 일으키는데, 이 책의 저자 또한 그러한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이 있을 것 같다.

 

남편과 사별 후 63세의 나이에 2017년도  제54회 문예상을 수상한 최고령 작가이자 2018년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라고 한다.

 

저력이 있는 만큼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또한 74세의 모모코 씨다.

장성한 두 남매가 출가한 후에 소원해진 관계, 사별한 남편을 둔 모모코 씨, 홀로 살고 있는 그녀가 어느 날엔가는 여러 사람들의 말소리가 자신의 귀에 들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설정들, 그 안에는 어릴 적 함께 살았던 할머니의 모습과 말부터 자신의 고향인 사투리가 튀어나오고 그런가 하면 표준말이 등장하는 등, 그녀의 삶에 잔잔한 외로움과 고독이 함께 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의 실체적인 모습들을 그린 이 책은 단지 모모코 씨를 대변하는 것일뿐, 실상 보통의 우리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오빠에 비해 현저히 비교당했다고 생각하는 딸 나오미의 말은 비수처럼 꽂히되, 딸의 모습을 통해 결코 늙지 않길 바라는 엄마의 바람들은 딸과 함께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이 같다는 느낌들의 묘사 장면들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결혼할 당시, 그 시대를 생각하면 당찬 행동일 수도 있었을 과감한 결단력과 고향을 등지고 남편과의 만남을 다룬 부분들, 사별한 남편의 무덤을 향해 교통수단을 거부하며 걷기를 고집해  가는 여정은 그녀만의 외로움과 고독을 스스로 함께 함으로써 홀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모습이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비록 책에 등장하는 인물이지만 언젠가 모두가 모모코 씨처럼 늙어감을 피할 순 없다는 현실, 그녀처럼 그녀만의 방식으로 홀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 그린 이 책은 작가의 연배와도 비슷한 모모코를 통해 인간 누구나 이러한 현실을 닥치게 마련이라는 것, 그렇다면 모모코 씨처럼 우리들도 받아들일 것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또 다른 방식의 삶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던진 책이다.

살인의 문1.2

 

살인문

[세트] 살인의 문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8년 8월

역시 다작가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의 필력이다.

 

한 인간이 어떻게 처절히 무너져가는지를 그린 이 책 속의 내용은 답답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인물이 주인공이다.

 

치과의사의 아들로 태아난 다지마 가즈유키는 5학년 때 같은 반 친구로 만난 두부 가게 아들 구라모치 오사무와의 질긴 악연으로 인해 인생의 험난한 길을 걷는 주인공이다.

 

약삭빠른 구라모치의 손에 이끌려 아픈 할머니의 용돈을 터는 행동을 시작으로 할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주위의 살인 의혹은 그의 집안을 풍비박산으로 몰고 간다.

 

부모의 이혼, 아버지와 함께 집을 팔고 전학한 시절부터 성인이 되어 부딪치는 사건들 속에는 모두 구라모치가 있었다.

 

오목 사건을 필두로 아르바이트 때 만난 여자 친구의 자살에도 구라모치가 관여했다는 사실, 그 이후 직장을 옮겨 생활하면서 그의 결혼 내막과 이혼에도 얽힌 구라모치의 계획들은 다지마로 하여금 한 인간을 죽이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할 정도로 점차 깊이 뇌리에 새기게 만든다.

 

책은 한 인간이 어떤 인간과의 맺음을 통해 어떻게 점차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과정을 2권에 걸쳐 그리고 있다.

유년시절부터 어렴풋이 자리 잡고 있었던 살인에 대한 의문과 생각들, 가까운 할머니의 죽음을 시작으로 자신의 곁에 유일무이한 친구로서 자리를 잡은 구라모치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다지마의 행동이 정말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나쁜 짓인 줄 알았다면 당장 연을 끊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도 늦지 않았을 나이인 다지마의 유유자적한 성격은 결국 그 자신이 스스로 살인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의 내재된 인간 본연의 한 부분을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독자로서가 아닌 나가 다지마였다면 과연 나는 다지마처럼 구라모치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을까를 묻게 되고, 그의 행실과 말들이 옳은 길이 아니었음을 알면서도 끌려가면서 행동하는 다지마란 인물에 대해 수긍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 작품이었다.

 

계획적으로 한 인간을 파괴하게 한 구라모치란 인물의 설정, 선과 악 속에 담긴 인간의 결정적인 행보를 통해 살의를 느끼는 과정들이 쉽게 놓을 수 없는 책이었다.

                                                                                                                                

연애의 기억

연애기억표지  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줄리언 반스의 신작 출간 소식에 기다렸던 책이다.

노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담이 들어있다는 이야기, 특히 인간의 삶에 있어서 연애라는 감정을 작가는 어떻게 표현을 했을까에 대한 궁금증, 이전 작품인 ‘예감은 틀린 적이.. 에 이은 또 하나의 기억과 회상, 사랑을 다룬 글이기에 더욱 설렘을 가지게 한 책이다.

 

어디선가 읽은 기억, 또는 누군가 말했거나 영상에서 나오는 한 구절일 수도 있는 사랑에 대한 문장들은 수없이 많다.

 

사랑하고 아픈 것이 나을까, 아니면 아예 두려움이 깃든 나머지 해보지도 않고 미리 방어막을 치고 사랑에 대한 무신경을 쓰며 살아가는 것이 나은가? 에 대한 많은 인류의 역사들을 보자면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는 평가를 내릴 수가 없다는 사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일부분이기도 한 이러한 연애의 얽힌 사랑의 형태를 작가는 담담히 서술한다.

 

1960년 대 초 19살의 대학생인 폴은 여름방학을 맞아 본가인 런던 교외의 집으로 내려오게 되고 당시 그들의 무난한 결혼의 형태인 모종의 클럽 모임을 통한 양가집 규수를 맞아 결혼까지 하길 바라는 엄마의 소망을 받아들여 테니스 클럽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우연히 혼합복식 파트너로 만나게 된 48살의 수전 매클라우드는 이제 한창 자신의 젊음과 청춘이란 혜택을 누릴 폴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미 유부녀이자 폴보다 나이가 많은 두 딸을 둔 엄마, 자신은 이미 한물간 세대임을 자처하지만 테니스 파트너로서, 영국 중산층의 허울에 가려진 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웃음과 행동을 통해 폴은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녀 또한 폴에게 애정을 느끼게 된다.

 

책은 총 세 파트로 크게 나뉜다.

 

19세의 풋풋한 청년의 시선으로 자신의 사랑을 회상하는 폴의 시각, 이후 폴의 시각과 다른 삼자의 시각으로 보는 서술방식, 이후 또다시 등장하는 폴의 시선들로 나뉘면서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그게 단 하나의 진짜 질문이다,
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

 

 

첫 문장의 강렬함 속에 폴이 기억하는  연애의 회상은 오로지 폴만이 생각하는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푹 빠져 주위의 시선에도 신경 쓰지 않았던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은 두 사람만의 공간을 만들며 집을 떠나오게 되지만 이후 수전의 알코올 중독과 그런 그녀를 보살피며 같이 살았던 폴의 지쳐가는 모습이 사랑의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1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젊은 폴의 생각과는 달리 수전을 잃을 것이 많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으면서 그녀에게 점차 지쳐가는 폴의 모습은 사랑하는 당시에 두 사람의 감정이 주위의 시대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않았지만 누가 잘못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저 시간의 흐름 속에 서서히 둘 사이의 틈이 생겨버린 그 상황을 비로소 깨닫는 폴의 회상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인생의 많은 시간을 다지면서 살아온 노 작가답게 이번에도 역시 사랑이란 존재에 대해서 폴의 입을 빌려 말하는 대목들은 ‘기억’이다.

 

2

 

당시의 모든 것을 이겨낼 것이라고 생각한 시선이나 사회상들은  수전이 허물어져가는 모습들조차 사랑하기 때문에 극복하려 한 폴의 모습이  노년에 이른 지금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한 ‘사랑’의 모습이고 그 ‘사랑’의 모습이란 결국 기억에 의존한 채 그려진다는 점이 열정적인 사랑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기억뿐이란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누구나 사랑이란 감정에 푹 빠져 있을 때 느끼는 열정은 그것이 설령 아픈 추억이나 배신으로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기억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폴과 수전의 이야기로 그려낸 저자의 글들은 사랑에 대한 진실 속에 거짓, 추억, 그리고 쓸쓸함이란 감정이 남는다는 사실을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든다.

 

수전의 말처럼 누구나 하는 사랑에는 결국 하나의 이야기란 사실, 사랑이 끝난 후에  느끼는 감정은 기억의 존재로만 남아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책이다.

 

 

연애1 연애2

 

저자의 기존에서 다룬 책들 내용들처럼 언어의 맛이라고 할까, 여전히 매끄럽게 읽히진 않지만 그럼에도 문장 하나하나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은 여전하다.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목양면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현대문학에서 출간하는 핀 문학 시리즈, 이번에 이기호 님의 작품이다.

 

유쾌하면서도 뒤끝이 아주 유쾌한 것만은 아닌, 어떤 의미인가를 되새겨보게 하는 작가인 만큼 이번 작품 또한 어떤 내용일까? 기대감이 크게 다가온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목양면이라고 하는 마을에서 일어난 방화사건의 이야기를 다룬다.

목양면에 있는 교회에서 화재가 발생해 지하에 있던 목사와 그 밖에 몇 명이 사망하고  다친 사람들이 나온다.

 

책은 첫 장부터 사건을 목격한 자부터 교회란 건물과 인연을 맺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방화인지, 합선에 이은 사고인지를 밝혀내는 과정에 담긴 흐름을 이어간다.

 

최근직 장로가 세운 교회, 그가 누군가? 중학교사로서 성실한 종교인으로 살아가던 그는 자신의 아들인 최요한에게 목사직을 할 수 있게 교회를 바친 사람, 마을에서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아픈 사연이 있으니 아내와 아들 둘, 딸 하나를 교통사고로 먼저 보내고 재혼 후 낳은 아들이 요한이다.

 

그런 그가 상실감에 쌓여 하느님에게 갈 것을 맹세하던 날, 하나님의 목소릴 듣게 되고 이후 재혼하면서 새로운 삶에 살아가던 중 또 이런 불상사를 맞게 된 것인데, 책은 작은 마을이란 공간에서 벌어지는 각기 다른 시선들을 종합해보면서 방화 사건의 실제적인 진상을 밝히고자 하는 진행을 보이는 서술을 취한다.

 

저자는 성경에 나오는 ‘욥’이란 인물에 대해 생각하면서 썼다고 밝혔는데 옵은 아들이 죽지만 하느님에게 복종하는 사람으로 나오는 인물로  그가 자신의 발에 생긴 상처에는 오히려 하느님에게 다른 행동을 보였다는 데서 이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성경의 내용을 잘 알지 못하지만 책 속에 나오는 장로의 간증과 신앙에 대해 다룬 부분들은 하나님을 믿는 종교인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본능적인 행동의 결과물이란 사실, 자신의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던 요한의 행보들은 하나님을 증인으로 내세우는 발상을 세우면서 하나님이 마치 살아있는 인간처럼 그려진다.

 

타인이 보기엔 심실 한 신자로서 간증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받았다고 하였으나 실제로 그 진실에 가까이 가보면 다른 상황이 있다는 이야기는 역시 이기호 작가만이 그릴 수 있는 설득력 있는 구성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시종 모른다고만 하는 하느님, 정말 하느님 맞아?라는 물음을 제시하게 하는 글들이 인간처럼 보이는 설정이라 이색적이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을 들여다보면  보통 인간들이 지니는 내면의 실상들을 화재라는 사건을 통해 신앙에 대한 믿음, 그보다는 우선시 되었던 생존 본능의 욕구들이 재밌으면서도 읽고 난 후에는 작가가 그린 이야기가 허구로만 느껴지지 않은 작품이다.

 

 

                                                                                                                                

풍선인간

풍선인간풍선인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8월

전작들을 통해 중국 문화권의 새로운 스릴 독자로 자리를 잡은 작가의 작품이다.

 

초년에 지은 작품이라는데, 그래서 그런가 전작과는 분위기도 그렇고 내용도 조금은 가볍다는 느낌을 준다.

총 4편의 단편을 묶은 글은 작가가 순수하게 오락성만을 목표로 썼다고 한만큼 내용은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초능력, 상대를 풍선이라고 생각하고 신체의 일부 어떤 부분을 스쳐도 자신이 주문한 그대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한 주인공은 전문 청부살인업자로 전향한다.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맡는다는  원칙, 하지만 때로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한 적도 있지만 그의 능력의 단점은 한 번의 주문으로만 행해질 수 있다는 것-

 

톡톡 튀기도 한 주인공의 행동과 말들은 청부업자임에도 밉지가 않은 설정이다.

언뜻 상상하는 청부업자라면 냉철하고 비열하며 오로지 자신이 생각하는 목적 외에는 그 어떤 사정을 봐주지 않을 캐릭터가 연상되는데 이 책에서 보인 주인공은 좀 모자란 듯 한 행동도 보이는 캐릭터라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생각도 못했던 반전과 트릭의 연결성이 좋았다는 점은 이미 읽은 작품의 전초전인 만큼 내공을 쌓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 이야기는 정말 역시 찬호께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단숨에 빨려 들어갈 듯한 설정과 그 내막에 쌓인 이야기의 전개는 가장 기억에 남을 듯하다.

이런 식의 풍선 인간이라면 다음 책에도 다시 등장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보게 되는 책, 전작들도 좋았지만 순식간에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은수의 레퀴엠

은수의 레퀴엠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 3으로 출간된 작품이다.

 

선하지도 그렇다고 악하지도 않은 변호사로의 캐릭터를 만든 저자의 이번 작품은 읽으면서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며 독자들에게 묻는다.

 

첫 장면부터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 내용들, 아픈 세월호를 연상하게 하는 배 침몰 장면이 나온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배가 침몰하면서 자신이 살기 위해서 한 여성이 입은 구명조끼를 빼앗은 남자, 그것을 입고 살아남은 남자는 살인죄로 기소가 되지만 긴급 피난법에 의해 무죄가 선고되고 이 사건은 잊히게 된다.

 

한편 폭력단 사무소의 고문 변호사로 근근이 살아가는 미코시바 레이지는 자신이 한때 의료 소년원에 있을 때 지금의 길로 인도해 준 교도관인 이나미가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는 소식을 접한다.

 

결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왜, 무슨 이유로, 살인할만한 사람이 아니란 확신에 찬 미코시바 레이지는 이나미의 변호를 맡게 된다.

 

하지만 이나미는 자신의 죄를 자백했고 자신의 죄에 대한 처벌을 받을 것을 원하는데, 이 사건의 배후를 조사한 미코시바 레이지는 요양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이미 지난 10년 전에 구명조끼 사건을 통해 모종의 비밀이 있음을 간파하게 된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는 한국의 이름처럼 들렸다.

알고 보니 ‘은수’라는 단어는 은혜 은, 원수 수, 그리고 레퀴엠이 붙어서 은혜로운 인물과 원수의 진혼곡이란 상반된 이미지를 지었다.

 

읽으면서 세월호 사건 외에도 요양원의 실태를 그린 장면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님을 느끼게 된다.

실제 뉴스 보도에 나오는 사건 속에서 다뤄지는 요양원의 실태,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노령의 인구가 늘어가고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사회복지 시설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은 이 책에서 보인 사회적인 문제점들을 직시하고 그린 저자의 또 하나의 걸작이란 생각이 들었다.

 

속죄의 의미,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말이기에 어떤 사건을 저지르고 그 사건의 주범인 사람이 속죄를 하기 위해 어떤 마음과 행동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나미 교도관의 말은  더욱 뇌리에 남는다.

 

–  속죄는 말이 아니랑 행동이다. 그러니까 참회를 말로 하지 마라. -p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