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지하철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장안 24시’에 이은 저자의 신작이다.
‘장안 24시’를 너무나도 재밌게 읽은 터라 이번에 대한 작품 속 내용은 과연 어떨 것인지, 제목에서 말하는 용과 지하철의 연관성은 무엇인지를 탐색해 보게 된다.
판타지의 속성상 독자들의 나래를 무궁무진한 세계로 이끈다는 점에서 일단 이 책은 합격이다.
더군다나 전작인 ‘장안 24시’의 배경이었던 장안을 다시 무대로 삼아 그리는 이 책의 내용은 처음에 비행기가 출격하는 장면에서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장안이란 용어가 나오고 황제나 공주가 나오는 설정 나오는 대목에선 역시 저자의 시. 공간을 뛰어넘는 창작의 세계에 흠뻑 빠져버렸다.
장안에 이사를 오게 된 첫날 얼룡의 습격을 받고 놀랐던 소년 나타는 옥천 공주의 손에 이끌려 장안의 구석구석을 구경하게 되는데 사람을 태우는 교통수단으로 지하에 용을 이용해 승선하는 방식을 보고 놀라움과 호기심이 커지게 된다.
용의 비늘을 열고 덮는 방식의 승선 개념은 장안 사람들의 대중교통수단으로 정착이 됐지만 정작 용의 신세는 사슬에 매여 있고 시간마다 자신들이 운행해할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자유가 없는 생활이었다.
막대사탕이라고 이름을 붙인 용과 친하게 된 나타는 폭포를 거슬러 올라 넘어선 잉어가 용이 되는 용문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 “우리는 잉어였을 때 정말 최선을 다했어. 언젠가 용문을 통과해 잉어 허물을 벗고 용이 되면 단숨에 하늘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 거라고 잔뜩 기대했지. 하지만 용문을 통과하자마자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지. 우리는 용문 앞에 기다리고 있던 장안성 군대에게 잡혀 이곳으로 끌려와 매일 터널을 달리고 있어. 하늘은 고사하고 햇빛도 보지 못해.” – p.56
용이 되고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기쁨을 누릴 수도 없는 그 찰나의 시간 이후 용 스스로가 역린을 버림으로써 그 역린은 원한으로 뭉쳐 커다란 얼룡으로 변해 버리고 이는 곧 장안을 위협하게 되는데,,,,
일단 장안이란 당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용의 존재를 그려내고 그 용을 이용해 지하 수송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배경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인간의 탐욕이 그치지 않는 점, 그것 때문에 넓은 하늘을 날아보지 못하고 하나의 수송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용들의 세계, 도술과 무법, 전투기와 조종사들의 활약, 그 가운데 그들이 황제로부터 우선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과정들은 순수한 한 소년의 모험과 용의 우정이 합쳐져 감동을 선사한다.
경고를 무시한 인간들을 비웃듯, 역린의 한이 모여 걷잡을 수없이 커져버린 얼룡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는 장면도 인상적이지만 막대사탕 용와 나타의 우정은 따뜻함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욕심에 대한 경고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고전의 활극처럼 여겨지는 전작의 작품과는 다른 활기 넘치고 생동감 넘치는 이 이야기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즐겨 읽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아울러 뒤편에 수록된 3편, 고북구 출입금지구역, 고고 물리학, 대접근 대이동 작품들 또한 판타지의 성격을 잇되 개성으로 무장된 작품들이라 읽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들이다.
ㅎㅎ
상상을 해가면서 읽어야 겠습니다.
네.
재밌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