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9년 8월 15일

기도의 막이 내릴 때

기도의 막이

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얼마 전 읽은 가가 형사 시리즈 중 하나인 ‘붉은 손가락’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난 작품이다.

여러 출판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워낙 많이 나온 탓에 올해는 유난히 자주 접하게 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특히 가가 형사 시리즈를 연이어 읽는다는 것도 인연이면 인연이겠지 싶은 내 마음대로의 해석(?)에 덧입어 마지막 시리즈라고 하는 이 책을 집어 들었다.

 

33년 간의 집필 과정 속에 태어나고 이제는 무대를 떠나는 가가 형사의 시리즈인지라 제목 자체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고  읽으면서 작가만의 따뜻한 시선이라고 해야 할까? 독자로서 가가 형사에 대한 연민마저 느끼게 한다.

 

마야모토 야스요란 여인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점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우연히 직원으로 받아들인 다지마 유리코란 여인에 대한 회상이다.

 

성실하면서도 좀체 자신의 개인사를 내비치지 않았던 여인, 그런 그녀가 와타베란 남성과 가깝게 지내는 듯하더니 어느 날 홀로 죽어있는 채로 발견이 된다.

시신 수습을 진행하던 마야모토는 어렵게 와타베와 연락이 되지만 그는 유리코의 아들 연락처만 알려준 채 종적을 감춘다.

 

죽은 그녀의 아들은 가가 형사, 그 후 10년이 흐른 후 한 여인의 시체가 발견이 되면서 보통의 살인사건처럼 보였던 전개는 죽은 그녀의 뒤를 이어 가까운  곳에 있는 노숙자 움막에 불탄 시신까지 연결이 되면서 사건은 가가 형사의 어머니, 죽은 두 남녀의 관계를 두고 사건의 연결고리를  밝히려는 진행을 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부모의 마음을 자식이 어찌 다 알 수 있을까? 하는 것을 생각해보는 책이었다.

남모를 가정사란 것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지 못하고 살아가야만 했던 사람, 그 사람의 자식 된 입장에서 벌어진 성장사는 책을 통해 이미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안타까움과 자신의 의지와는 상반된 어떤 커다란 결과물 앞에서 희생한 부모의 마음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가가 형사 시리즈 마지막을 끝내게 되면서 작가는 가가 형사에게 나름대로 그동안에 마음속에 간직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내지는 왜 자신들을 두고 집을 떠나야만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이번에 모든 것을 드러내 놓음으로써 완결을 지으려 했던 것 같다.

 

냉철한 이미지의 형사 시리즈도 좋지만 가가 형사처럼 인간적인 내면에 감춰진 인간성을 통해 사건을 풀이해가는 형식도 좋았던 책, 그렇기에 사건의 해결 과정 또한 남다르게 다가온다.

 

 

어쩔 수없이 비밀에 쌓여 살아가야 했던 그들,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남은 사람들의 고통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라는 식의 인생 이야기는 범인임에도 결코 미워할 수만은 없게 한다.

 

이제 어머니에 대한 모든 것을 뒤로하고 앞으로는 좀 더 나은 마음 편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가가 형사 시리즈~

독자들의 뜻을 알았을까?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감성으로 대미의 장식을 마무리한 책이다.

                                                                                                                                

썸씽 인 더 워터

 

썸싱인어워터

썸씽 인 더 워터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타인의 눈에 비쳐도 완벽한 커플로 보인 두 사람에게 어떤 진실과 거짓이 감춰져 있을 수 있을까?

 

때론 겉으로 보인 것만이 다가 아니란 말이 있듯이 두 사람의 결합 뒤에 몰려온 파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를 생각해보는 책이다.

 

어바웃 타임의 출현했던 여배우 캐서린 스테드먼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리즈 워터스푼이 이미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과 함께 다루어지는 내용들은 이 여름에 즐길수 있는 내용이란 생각이 든다.

 

첫 장면은 한 여인이 숲 속에서 시체를 파묻고 있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녀의 이름은 에린, 파묻고 있는 시체는 다름 아닌 자신의 남편 마크다.

왜 그녀는 자신의 남편을 묻어야만 했을까?로 시작되는 의문점은 그녀의 지난 회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눈에 반한 두 사람, 은행가인 마크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촉망받는 에린은 남들이 그렇듯 열렬한 사랑과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다.

이 시기는 마크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던 시점이라 경제적인 형편을 걱정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보라보라 섬에서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신혼여행을 즐기기로 한다.

 

스카이 다이빙을 즐기는 마크의 권유로 바닷속으로 들어간 에린-

그런데 그곳에서 정체불명의 비행기를 발견하게 되고 돈가방과 USB, 다이아몬드, 권총, 휴대전화기를 가져오게 된다.

 

이후 두 사람만의 철저한 비밀유지와 돈을 안전하게 차지하기 위해 그들이 벌인 방법들은 흔히 말하는 돈세탁의 개념과 맞물려 진행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가 다이아몬드 처리과정에서 서서히 알 수 없는 미지의 일들이 그들 주위에서 일어나게 되는데…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만은, 이 책에서 보인 두 남녀의 행동실천들은 이미 영화를 통해서도 볼 수 있는 절차를 보인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인지, 읽으면서 여기서 이 정도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더 이상의 다른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읽게 되는데, 에린의 행동은 마크의 충고에도 멈추지 않는 데서 진행이 된다는 것이 안타깝게 여겨졌다.

 

더군다나 물욕을 앞에 두고  비밀들이 드러나는 반전의 맛은 사랑이란 이름 앞에 믿음이란 단어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여기에 덧붙여 그녀가 맡은 작업의 일환인   출소를 앞둔 교도소 수감자들의 이야기도 함께 진행이 되면서 묘한 분위기의  맛을 느끼게 해 준다.

 

물속 깊은 곳의 그들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니던 백을 집어 들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을까? 아니면 두 사람 간의 진실된 마음과 감춰진 본능의 욕심 때문에 결국 혼자가 된 그녀 에린은 행복한 남은 생을 살게 될까? 에 대한 궁금증이 훨씬 커지는 이야기였다.

 

영화로 만난다면 에린의 감정의 동선이 어떻게 그려질지, 원작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직지 1.2

짖지[세트] 직지 1~2 세트 – 전2권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역사의 한 부분을 작가의 상상과 자료수집을 통해  뚝심 있게 작품을 그려내고 있는 작가 중의 한 분인 김진명 님의 신작이다.

 

제목부터 처음 들었을 때 이미 고인이 되신 고 박병선 박사가 떠올랐다.

프랑스에서  살면서 직지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알리고자 애를 쓰셨던 것으로 기억하는 그분을 떠올리며 이 책에서 다룬 직지와 구텐베르크와의 연결점은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인류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세계 4대 발명품이란 무엇을 말하는지  많이 듣고 외우고 컸다.

그 가운데 종이의 발견과 함께 인류의 전체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인쇄에 대한 첫 발은 어디일까?

 

익히 알다시피 서양의 구텐베르크가 활자 인쇄의 획기적인 부분의 문을 열면서 인류의 활자시대는 일부 고위층의 독식이 아닌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는 범위로 확대를 이뤄냈다.

 

이 책은 구텐베르크가 이룬 인쇄의 첫발을 어디서부터 이어왔는지를 밝히는 여정과 이미 구텐베르크 이전에 직지가 서양에 소개되면서 이를 받아들인 구텐베르크에 의해 발전된 것의 연결고리를 밝히는 과정이 추리와 역사를 접목한 부분으로 이끈다.

 

은퇴한 대학교수가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이 된다.

한국에서는 볼 수없었던 모습으로 죽은 교수의 죽음을 둘러싸고 경찰들조차 혀를 내두르는데, 일간지 기자인 김기연이 여기에 의문을 품고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죽은 형태로 볼 때 서양의 전통적인 의식의 절차처럼 보이거나 종교적인 어떤 결의에 의해 다루어졌다고도 생각되는 부분에 이르고, 죽은 교수의 차량 내비게이션을 조사하던 중 서원대학교와 그곳에서 근무하는 김정진 교수를 알게 된다.

 

김정진 교수는 직지 알리기 운동을 널리 알리는데 노력을 하는 사람이었고 그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뿌리가 우리의 ‘직지’라는 것을 밝혀내기 위한 증거를 찾던 중 죽은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한 부분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책의 흐름은 처음에 단순한 살인사건처럼 보인 시작이 직지의 뿌리와 그 직지가 서양으로 어떻게 건너가 구텐베르크에까지 가게 되었는지의 여정을 작가의 상상력과 실제 역사적인 부분들의 잘 어우러진 호흡으로 몰입을 높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나 지금이나 소수의 권력층들의 자신들만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여러 가지 방해물을 도모하는 데는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세종대왕과 신미대사, 그들의 뜻에 부합되어 자신의 기술을 십분 발휘했던 기술자의 노력은  만민이 두루두루 모두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는 글자를 만든다는 사상에 모두 힘을 합심하여 이루려 했지만 고위 세력들의 방해로 인한 결과물은 여기서도 한글이 쉽게 세상에 나올 수 없었던 시련을 보인다.

 

저자의 상상력을 보태 여기서부터 서양에 건너간 카레나란 여인의 운명과 금속활자의 탄생은 1. 2부에 걸쳐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장면으로 이어진다.

 

서양 역시 필사를 하는 목적이 고위층인 교황과 성직자들의 우선권이었던 성경을 함부로 평민들에게 읽힐 수없게 하겠다는 방해와 맞물리면서 극적으로 치닫는 과정이 우리나라 한글 창제 부분과 비교할 때 비슷한 부분이 있음을 느끼는 과정이 왠지 씁쓸한 감정이 들게 했다.

 

이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부터 한국 역사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인 저자의 작품들은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문제의식을 심어줌과 동시에 인류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활자 인쇄에 대한 첫 발을 우리나라가 이루었다는 자긍심, 더 나아가 백성들을 먼저 생각했던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의 탄생 부분들이 다시금 고마움을 느끼게 한 책이다.

 

서양의 역사와 우리나라의 역사를 함께 동시대 속으로 들어가 함께 돌고도는 역사의 한 부분을 보는 시간을 마련해 준 책, 저자의 자료수집과 사실적인 조사들이 상상의 이야기와 맞물려 멋진 작품으로 탄생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