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랜드 – 심원의 시간 여행
로버트 맥팔레인 지음, 조은영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7월

학창 시절 공부했던 지구과학, 세분화된 과학 시간의 분류를 통해서 지구에 관한 공부를 접한 이후 지구에 관한 것은 가끔 방송에서 보인 다큐나 영화를 통해서 본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인간이 살아오면서 광활한 자연 정복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지구 땅 속의 미지의 분야에선 여전히 호기심을 이끈다.

 

책의 저자는 자연 작가로 명성을 알리고 있는  로버트 맥팔레인이다.

무려 이 6년간의 집필 끝에 완성한 이 책은 신화에서 시작해 물질, 문화, 기억에 대한 광범위한 모든 것을 언더랜드를 통해 접하면서 독자들에게 지하세계의 탐험을 엿보게 한다.

 

과학적인 기초로 생각한다면 지구의 구성인 맨틀이나 지각이란 용어도 있겠지만 저자가 탐험한 언더랜드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무궁한 돌고 돌아가는 순리를 알게 해 준다.

 

메소포타미아의 시대부터의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시신 매장, 지하동굴 탐험을 통한 그 속에서 서로 공생하는 자연의 현상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하의 세계에서 아내를 데려오기 위한 주인공의 이야기부터 현재까지 언더랜드는 그야말로 우리의 밀접한 시. 공간을 함께 아우른다.

 

 

 

*****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두렵기에 버리고 싶고, 사랑하기에 지키고 싶은 것들을 언더랜드로 가져갔다. p16

 

 

오랜 세월 동안 인간들의 두려움이자 신비의 대상처럼 받아들여졌던 언더랜드-

 

특히 언더랜드가 주는 은신처, 생산, 그리고 인간들이 사용하다 버린 폐기물의 처리까지를 대표로 하는 하나의 통합된 이름으로 인식되는 것은 인과관계의 자연법칙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지금도 곳곳의 자연현상의 무너짐을 느낄 수 있는 기상이변, 특히 많이도 내린 비의 영향 때문인 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언더랜드의 한 부분이었던 얼음에 대한 이야기는 달리 받아들여지게 한 부분이다.

 

 

***** 얼음은 기억한다. 그것도 자세히, 그리고 100만 년 이상 기억을 간직한다. 얼음은 산불과 해수면 상승을 기억한다. 얼음은 11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시작될 무렵 공기의 화학적 조성을 기억한다. 또 5만 년 전 여름에 며칠이나 햇빛이 비추었는지를 기억한다. 홀로세 초기, 눈이 내린 순간의 구름 속 온도를 기억한다. 1815년 인도네시아의 탐보라 산, 1783년 아이슬란드의 라키 화산, 1482년 미국의 세인트헬렌스 산, 1453년 남태평양 바누아투의 쿠와에에서 일어난 폭발을 기억한다. 얼음은 로마의 제련 유행을 기억한다. 얼음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몇십 년 동안 휘발유에 들어 있던 치명적인 납의 양을 기억한다. 얼음은 기억하고 말한다. 우리가 빠른 변화와 신속한 역전이 가능한 변덕스러운 행성에 살고 있다고 말해준다.    p.364~365

 

 

 

오랜 태고의 시간부터 함께한 언더랜드의 가치는 인간이 아무리 과학의 발전을 이루었다고 해도 암흑 속에 여전히 자신의 건재함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나태하고 자연훼손에 대한 경고를 알림과 동시에 그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탐구의 여정을 함께하는 다큐이자 철학적, 문학적, 신화적인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책, 언더랜드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 저자의 글은 깊은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