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0년 8월 15일

택배 아저씨의 한마디

 

책, 정리해야지, 해야하는데…

그러다 책에 쌓여 죽을수도 있단 무언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나 , 드뎌 책 정리에 돌입했다.

책 정리할 때  유기견 협회를 후원하는 카페가 있어 일부를 추려서 보내고 나머지는 온라인 서점을 통해 중고로 처리한다.

온라인  중고서점에 판매를 하면서 , 두군데 서점을 비교해 보니 같은 책이라도 중고 가격이 달랐다.

하여 두 군데 우선 선택하고 책 정리하며 올리기 시작~

한 박스당 최대 20권만 들어가야하고, 이렇게 정리를 하다 보니 박스가 14박스가 나왔다.

이틀에 걸쳐 정리를 시작했는데, 정말 책이란 것이 소중하고 유용하지만 이때만큼은 정말 무시무시한 무게에 압도당할 처지라 다음부터는 전자책을 더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중고 신청하고 기다리니 다음 날 서점에서 지정한 택배 아저씨가 오셨고 모두 보내기 완료!

웬만하면 사흘 안에 중고책에 대한 결과를 통보받고 포인트 적립이나 통장 입금 처리 과정을 통해 해결이 된다.

사건은 바로 이후부터….

다음 날 두 상자가 다시 반송되었다.

분명 중고 처리시 검수 과정에서 다시 재반환 요청은 하지 않는다고 체크했는데 두 상자가 바로 왔으니 얼마나 놀랬는지…

그런데 송장을 보니 이 서점에 보낼것을 다른 서점에 보냈고 당연히 오류배송은 나에게 반송이 된 것임을 알게 됐다.

택배 아저씨한테 전화해 물었더니 화를 내면서 그럴리 없다고! 오히려 내가  착오를 일으켜 그런것이 아니냐고 하길래 컴을 켜고 온라인 서점의 등록 현황과 배송현황을  일일이 사진 첨부해 아저씨에게 보냈다.

아저씨, 왈,

–그럼 다시 중고 신청해 보내세요…..

일단 송장번호가 올라가고 다시 반환됐다면 그 번호를 살리기 어렵다는 말이다.

“아저씨, 다시 올려서 신청하는 것이 어려운것이 아니라 중고가격이란 것이 커서 한 순간에도 금액이 조정되는데 이미 올린 가격에서 차이가 나거나 아예 책 중고 수량이 꽉차 받아주질 않으면  아저씨가 물어주실겁니까?”

아무말도 못하는 아저씨….

총 4상자가 서로 바뀌어서 이틀 연속으로 반송되는데 그 많은 상자 테이프로 붙이고 다시 꼼꼼히 체크한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첨엔 어이없음, 그럴수도 있지 하던 마음이  연속적으로 반송되어 오니 화가 정말 많이 났다.

그중 한 책은 정말 희귀한 책이라 중고 책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책정인데 이리저리 다른 상자에 눌려서 아예 찌그러진 채로 왔으니 더 열을 받을수 밖에 ㅠㅠ…

“어저씨, 그러길래 제 말이 맞았쟎아요. 택배회사에서 누가 송장을 붙인건진 몰라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붙이는 바람에 시간 낭비, 중고값 가격 , 어떻게 일 처리를 하신겁니까?”

화를 내지 않다가 폭발한 나를 보고 본인 스스로도 잘못한 것임을 인정한 아저씨가 하신 말,

정말  웃픈 심정이었다.

이틀째, 두 상자 덜덜 거리며 상자를 내리면서 제 눈치보며 왈,

“다음부턴 잘할께요..”

중고책 팔기를 13일 걸렸네요.

담부턴 나를 위한 중고가격이 아닌 택배 아저씨 편의를 위해서 텀을 두고 팔아야할듯….

찌그러진 책, 차마 아저씨한테 배상하란 말 못했다.

고가의 책 값 내시려면 몆번의 힘든 택배를 하셔야 할테니, 내가 걍 참아야지, 별수 있나 ….

한군데만 이용하다 요번에 처음 두군데를 이용해봤는데 이런 실수 연발을 하는 통에 온라인 서점 고객센터에 문의하고 다시 재요청해 박스 보내고,,,

중고 책 정리하다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사악한 자매

사악한 자매사악한 자매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8월

라이플을 들고 어머니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서 있던 나.

딸은 라이플을 발사하지 않았다는 보고서.

 

위의 상반된 문장 속엔 어떤 것이 진실일까?

 

레이첼은 11살 이후 15 년간 정신병원에서 살고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이 엄마를 죽게 만들었단 사실, 그 이후 아빠마저 그 현장에서 죽음으로 몰아가게 했던 그 사건의 진범으로 죄책감에 스스로 고립을 자처했던 그녀-

 

어느 날 같은 병원에 있던 환자인 형 후견인으로 온 트레버로부터 자신의 사건의 실체가 담긴 보고서를 접한 후 그녀의 인생은 180도 바뀐다.

 

자신의 기억 속에 분명 자신이 엄마를 죽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검찰 보고서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진범이 아니라면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나에게 그 누구도 이 보고서에 대한 것을 말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가?

 

그녀는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외면했지만 그리워하기도 했던 그녀의 집이자 부모와 언니 다이애나, 이모 샬럿이 함께 살았던 곳으로 향한다.

 

미시간주 어퍼  반도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숲 속, 부모의 결정에 따라 두 자매가 성장한 곳은 현대의 문명과는 동떨어진 곳이다.

 

책의 시점은 현재의 레이첼과 엄마 제니의 과거 시선이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자신의 아이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녔다는 진단을 받은 부모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했을까?

 

딸의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모든 것을 접고 들어간 숲에서의 생활은 이후 레이첼이 태어나고 두 자매가 부모, 이모와 함께 살아가면서 그들에게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보인다.

 

뇌의 방어기제 역할 덕분에 진실과 기억의 외면이란 상반된 것을 통해 자신의 청춘시절을 병원에서 보내야만 했던 레이첼의 진실 찾기는 거대한 미지의 숲을 배경으로 다이내나, 샬롯 이모, 레이첼의 숨죽이기 공방전을 펼친다.

 

자연 속에서 새, 거미, 알비노로 태어난 곰과의 대화를 할 줄 아는 레이첼의 독특한 성장이 숲을 배경으로 환상적인 면을 선사함과 동시에 그녀에겐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용기를 주는 역할을 한다.

 

다이애나의 타고난 반 사회적 성향을 알게 된 부모의 가슴을 치는 아픔을 동반한 모습들은 스릴을 추구하면서 가족 간의 긴밀한 공동체 생활 속에 어떻게 숨을 고르며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물음, 공감능력에 대한 부재, 오로지 자신이 추구하는 것만을 향해 이루고야 마는 딸의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입장은 다른 자식인 레이첼에 대한 사랑의 모습을 통해 아프게도 전해진다.

 

자신의 유일한 혈육이자 반사회적 성격을 지닌 언니를 대하면서 밝혀지는 진실의 향방은 읽는 내내 조여 오는 숨 막힘, 미로 속을 걷는다는 느낌을 주는 숲이 주는 이미지, 그 속에서 들키지 않으려는 자와 찾아내려는 자의 추격전들은 전작인 ‘마쉬 왕의 딸’에서 보인 울창한 숲의 이미지를 생각나게 한다.

 

오로지 하나뿐이자 유일한 친구였고 동반자였던 두 자매의 사악한 비밀이 밝혀지는 성장의 기억들은 우애와 독(毒)을 함께 한 두 여인의 인생을 보인 작품이다.

 

자신의 기억 오류를 통해 점차 밝혀지는 그날의 사건 현장,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선과 악의 공존성을 모두 보인 작품이라 누가 꼭 나쁘고 착한 사람인지를 말하기에는 너무도 아픈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작품이다.

 

전 작품인 ‘마쉬 왕의 딸’을 재밌게 읽은 독자면 이 책 또한 실망하지 않을 작품 같다.

                                                                                                                                

고전추리, 범죄소설 10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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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에드워즈 지음, 성소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0년 8월

추리 스릴러 장르가 주는 재미는 두뇌 플레이는 물론 어느 작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사회, 문화, 인간의 내면 심리들을 쫄깃쫄깃한 심장 두드림을 선사하는 맛에 읽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 시작된 추리의 시작은 언제쯤이며 지금까지 많은 작가들이 쏟아내는 작품들의 발전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이 책은 이 시작점에서 출발하기에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단지 책 제목을 읽고 100개의 추리 작품을 엄선해 보인 것이 아니라 20세기 전반기부터 출간된 작품들을 다루면서 소 제목의 주제로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단순히 추리 작품의 내용만을 다뤘다고 보긴 어려운 책이다.

 

1장인 새 시대의 여명에서 등장하는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유명한 작품인 베스커빌가의 사냥개에 얽힌 탄생비화를 비롯해 본격적인 작가들의 대세 작품들이 등장하는 황금기의 도래 부분들에선 젊은 작가들의 끊임없는 열정, 에너지, 대담함이 곁들여진 결과물이란 사실과 함께 지금까지의 고정 패턴처럼 여겨지는 흐름의 시작이 되는 작품 소개까지 다른 묘미들을 보인다.

 

요즘의 시리즈물에 나오는 형사의 인격형성이나 성장배경들이 사건에 집중되면서 개성 있는 캐릭터로 잡아가고 있듯 책에서 보인 여러 주인공의 탐정들의 모습은 완벽주의자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는 점을 그린 반대 개념의 캐릭터 탄생, 여성 탐정으로서 활약하는 주인공들, 각 해당하는 작품들에 등장하는 추리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접할 수가 있다.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작가의 비화에 얽힌 이야기와 작품이 지금까지 유명한 것이 있는가 하면 바로 사라져 버린 작품들의 내용까지를 범위를 확장해가며 읽을 수 있다.

 

추리소설의 기본이 되는 후더닛의 꼼꼼한 배경과 설정들, 많은 추리 소설을 읽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겐 접해보지 못했던 작가들의 이름들도 들어있을 것이고, 이미 낯익은 작가들을 접한 독자들이라면 그들의 작품의 탄생 배경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